언캐니 보이드 Uncanny Void

임시공간

Nov. 28, 2023 ~ Dec. 10, 2023

공동의 언캐니, 개인의 보이드 

어디선가 본 것 같은 풍경이다. 그러나 이내 낯선 풍경이다. 우리 모두의 기억 어딘가에 있을 법한 풍경이지만, 그 풍경 속에서 분명한 개인의 구멍이 경고등처럼 선명하다.

추상민의 그림 앞에서 어떤 기시감을 느낀다면, 그 이유 중 하나는 작가가 버내큘러 건축이라 일컬어지는 자연발생적인 건축 풍경을 작업 대상으로 삼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의 일상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건축 풍경으로서, 생활양식이나 기술의 시대적 변화를 켜켜이 축적해 보여주는 버내큘러 건축의 증언 앞에서, 개인의 심리적 층위보다는 사회・문화적인 공동의 층위에서 감정이 작동된다.

자신이 마주한 풍경을 그림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작가는 두 종류의 '재현'을 시도하는 것처럼 보인다. 먼저 건축적 요소들의 사실적 재현이다. 언뜻 사진처럼 보이기까지 하는 '버내큘러 스페이스' 연작들에는 재료의 질감과 디테일 등이 아주 세밀히 묘사되어 있다. 작가는 '건축가 없는 건축'의 건축가가 되어 물감과 붓을 이용해 벽돌을 한 장씩 쌓아올리고, 기둥을 세우고, 창을 내고, 난간을 설치하고, 타일을 한 조각씩 붙이고, 페인트칠을 해나간다. 이 지난한 재현의 노동은 우리의 손을 붙잡고 그 공간 안으로 순식간에 데려다 놓는다. 한편 거의 동시적으로, 작가는 실제 공간에서 순간적으로 경험했던 감정과 감각을 재현한다. 원근이나 비율의 왜곡, 일부 요소들의 선택적 소거 등을 통해 풍경을 재설계하면서, 자신이 느꼈던 감정과 분위기를 시각화한다. 마치 공동의 감각이라는 토대 위에 개인의 감각을 벼리어 세우겠다는 듯이. 

특히 건축물의 개구부 너머의 풍경이나 사람 등 유동적인 장면을 단색면으로 처리해버리는데, 이때 사용되는 코랄 레드나 버디터 블루는 실제 풍경과 완벽하게 유리되어 가상의 입구를 상상하게 한다. 버내큘러 풍경 위에 작가가 새로 덧댄 지층이면서, 일종의 크로마키적 배경이고, 나아가 우리에게 맡겨진 빈 공간이다. 익숙한 공간 속으로 데려다 놓았던 손이 우리의 손을 놓아버리는 순간이다.

이러한 물리적 재현과 비물리적 재현의 결합과 충돌,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공백을 '언캐니 보이드'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자, 이제 여기 펼쳐진 '언캐니 보이드'에서 시작해보자. 작가가 그러했듯이, 우리 모두에게 익숙한 건축적 풍경 속에서 반가워하기도, 두려워하기도, 설레이기도 하며, 나만의 보이드를 찾아가는 탐험을. 

박세미

작가: 추상민
서문: 박세미
디자인: 황윤서
사진: 양이언
후원: 인천광역시, (재)인천문화재단

*이 전시는 인천광역시와 (재)인천문화재단의 후원을 받아 ‘2023년 예술창작지원사업’에 선정되어 개최하며, 임시공간의 대관전시로 열립니다.

출처: 임시공간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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