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라는 환경과 우리의 관계는 언제나 순탄하지만은 않다. 대표적인 이유 중 하나는 그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지점에 있다. 우리는 자신에게 온전히 부합하지 않는 환경에 머물러야만 한다고 느끼기도 한다. 이러한 생각이 주변 환경을 통제하고자 하는 욕망에서 비롯된 것인지, 그리고 집이 그러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것인지는 그 자체로 하나의 질문이 된다. 이외에도 우리가 경험하고 흡수하는 것을 통제하려는 욕구는 부정적 이미지를 소비하는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당신은 폭력과 죽음의 이미지를 어떻게 마주하는가? 우리는 이러한 이미지와 어떻게 관계를 맺을 수 있는가? 이들을 시각예술이라는 자기표현의 방식, 나아가 자율성의 한 형태로 매개 및 추상화하는 과정을 통해서라면 가능해질까?
이러한 질문은 이번 전시 《Longing // Lingering》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 참여 작가 양하와 정선우는 각자의 방식으로 이에 대한 답을 탐구한다. 두 작가는 네덜란드 미술 아카데미에서 학업을 진행하며 서로를 우연히 알게 되었다. 같은 학교에서 공부한 것은 아니었지만, 작업이 지닌 미적 감수성과 관심사, 접근 방식 등 뚜렷한 공통점 덕에 이들은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다. 한눈에 드러나는 부드럽고 은은한 색채는 두 작가를 이어주는 명확한 시각 언어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지점은 표면적인 것일 뿐, 이들의 작업과 작가로서의 역할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그 아래에 더 깊은 층위가 자리해 있다.
바로 그 층위로부터 이번 전시의 개념적 기반인 통제, 통제의 부재, 통제를 향한 욕망이 드러난다.
정선우는 빨래줄, 블라인드, 의자 등 집에서 쓰이는 사물을 차용해 집과 친밀감의 개념을 교란한다. 그는 사물의 물질성을 변화시키는 방식으로 흔히 연상되는 내용을 뒤튼다. 익숙한 형태와 예기치 않은 물성이 만들어내는 긴장은 우리가 사물과 맺는 관계에 개입한다. 이처럼 미묘한 방해는 영원한 과거가 미래의 서사와 호흡하는 또 다른 차원으로의 통로를 열어준다.
양하는 폭력과 불길함의 이미지를 보다 정면으로 응시한다. 그는 폭탄과 눈물, 폭발이 담긴 암울한 장면을 꾸준히 그려왔는데, 이들을 자신의 시선 속에서 한층 부드럽게 여과하며 이미지의 강렬함을 누그러뜨린다. 그저 도망치기보다는, 필터링을 통해 통제 불가능한 것에 대한 통제 가능성을 엿보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회화뿐만 아니라 입체 작업, 즉 네덜란드 비르머 스쿨(Bierumer School) 레지던시에서 제작한 나무 기둥 조각을 선보인다. 이들은 양하의 회화 속 건축적 이미지와 연결되기도 한다. 손댈 틈 없이 쌓인 기둥들은 위압적이면서도, 언제든 무너질 듯한 도시 풍경을 닮아 있다.
‘통제’라는 주제는 두 작가의 매체와도 긴밀하게 연결된다. 도자의 재료는 완전히 통제되기를 거부한다. 흙은 결코 모든 것을 뜻대로 따르지 않는다. 이러한 예측 불가능성은 도예가와 대상의 역동적 관계를 형성해낸다. 양하의 회화에서도, 장면과 이미지가 화가의 손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이들의 상징적 힘은 어느 정도 통제될 여지를 얻는다. 물론 그 주도권이 완벽히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Longing // Lingering》은 작가들의 작업에 가장 깊이 연결된 곳, 서울과 암스테르담을 오가며 전개된다. 이는 두 도시에서 각기 다른 형태로 펼쳐지며, 매번 장소 특정적 사물 및 개입이 더해진다. 이를 통해 극히 작은 통제감조차 갈망하는 인간의 보편성을 지속적으로 탐구하고자 한다.
글: 데렉 퀴퍼(Derek Kuijper)
번역: 전민지
참여 작가: 양하, 정선우
전시 기획: 데릭 퀴퍼
진행: 최정규
비평·번역: 전민지
디자인: 파켓 스튜디오
사진: 스튜디오 18
후원: 서울특별시, 서울문화재단
도움: 금소현, 레몬 크라크만, 빌리타운, 비르머스쿨
2025년 예술창작활동지원사업 선정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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