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시에서 관람객이 마주하게 되는 것은 거대한 서사의 주장이나 하나의 명확한 결론이 아니다. 오히려 삶에서 누구나 한 번쯤 겪는 경험들, 예를 들면, 멈춰버린 순간, 예측하지 못한 사건, 낯선 마주침, 의미가 흔들리는 시간이 작품의 표면과 움직임에 겹겹이 쌓여 있다. 관람객은 양정은의 작품 앞에서 이해의 언어를 잠시 내려놓고, 그저 눈앞에서 벌어지는 울림이나 떨림, 미세한 움직임, 균형을 잡으려는 몸짓을 따라가면 된다. 그 과정에서 각자의 세계에 맞는 다른 방식의 응답이 일어난다. 균형 잡기는 완성을 향한 열망이 아니라, 불가능함을 끌어안은 지향의 움직임임을 자연스레 체험하게 된다.
《끊임없는 놀이가 중단되는 그곳으로부터》는 작가가 멈춤의 자리에서 발견한 감각들을 관객에게 건네는 조용한 방식이다. 양정은은 전시를 통해 살아가는 동안 너무 익숙해서 지나쳐버린 지점들을 다시 꺼내어 하나씩 들여다보게 만드는 세계를 보여준다. 작가는 멈춤의 순간을 회피하지 않고, 그 자리에서 작게 흔들리는 것들, 금세 사라지는 것들, 설명할 수 없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것들을 만지며 새로운 연결의 방식을 제안한다. 그리고 관계의 틈에서 피어나는 작은 균열들, 그 균열 속에서 다시 시작되는 움직임, 사라지지 않는 흔적 하나하나가 세계와의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는 조용하고도 단단한 시도를 남긴다. (글:임휘재, 전시 서문 중 발췌)
참여작가: 양정은
기획: 임휘재
포스터: 심소희
촬영: 아인아
주최: 문화체육관광부
주관: 예술경영지원센터, 아트코리아랩
도움: 강수빈, 권재현, 김영모, 박세윤, 엄소완, 이혜원, 이형준, 하태관, 황정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