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유완 개인전 : 도토리 ; 시간은 진심이다 (About Time)

팔레드서울

2016년 6월 7일 ~ 2016년 6월 12일


다람쥐가 입 속에 물고 있던 도토리를 뱉어냈다

다람쥐는 오물오물 도토리를 까먹는 대신 앞발로 열심히 땅을 팠다

물고 온 도토리를 땅에 묻고는 나를 잠시 바라보더니,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그림자에 놀라 또 쏜살같이 달아나버렸다


다람쥐는 배가 부르면 나중에 먹으려고 도토리를 땅에 감춰둔다

그런데 도토리를 묻어 놓은 곳을 모두 기억하지 못한다고 한다

먹지 못할 도토리를 땅속에 감추느라 다람쥐가 쓸데없이 고생만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다람쥐의 그런 행동은 무척이나 의미 있는 일이다

땅속에 감춰둔 도토리가 싹을 틔우고 세월이 지나 커다란 도토리나무가

되기 때문이다.

그 나무엔 훗날 다람쥐 새끼의 새끼들이 먹고 살아갈 도토리가 열릴 테니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가.


우리가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일들 중엔 무의미하게 끝나는 일이 얼마든지 있다.

반대로 당장은 무의미한 일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흘러 매우 중요한 의미가 되는

일도 얼마든지 있다

그러므로 ‘의미’와 무의미’는 우리가 당장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우리가 진심을 다하고 있다면, 당장은 무의미해 보이는 일이라 해도 언젠가는 의미 있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진심을 다하고 있다면 말이다.


ㅡ 이철환 에세이집 ‘연탄길’작가


나에게 도토리는 나의 모습을 대변하는 모양이자, 내가 전하고자 하는 진심이다.

이번 작업을 구상하며 잠시 눈을 감고 내가 진심을 전달했던 순간들을 생각해보았다.

사랑, 인연, 일 그리고 나 자신을 마주하는 시간들 속에 많은 의미를 담아 진심을 전달하려 했던 행동들이 생각난다.

이번 작업에서, 다람쥐가 도토리를 땅에 묻었듯이, 내가 하는 모든 말과 움직임은 내일을 생각하는 진심이며, 가장 진실된 나의 도토리이다. 이렇게 땅속에 앉아있는 도토리가 나의 삶 속에 의미와 무의미를 알려주고 중심을 잡게 해주는 매개체인 것이다. 다람쥐가 숨겨놓고 무의미하게 잊혀져 버렸다고 생각한 도토리가 언젠가 싹을 올리고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은 나무가 되어 본래의 의미를 찾고, 후회 없을 그 날의 내 모습을 되돌아 볼 수 있다면, 오늘도 나는 조그마한 도토리 알을 땅 속 깊이 심어두련다. 시간이 지나면 진심을 알 수 있듯이 그 것이 나의 도토리이다.

나의 도토리가 가진 시간, 그것은 진심이다.


출처 - 갤러리팔레드서울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참여 작가

  • 양유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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