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솔지 개인전 : 담길 수 없어, 뿜어져 나오는 Soljee Ahn : Spout, uncontainable

통의동 보안여관

2021년 1월 8일 ~ 2021년 2월 7일

<담길 수 없어, 뿜어져 나오는 (Spout, uncontainable)> 전시는 몸에 관한 이야기다.

몸(body)은 인간이면 부딪치게 되는 수많은 상황과 맥락에 따라 서로 다른 의미와 상징을 부여받게 된다. 예를 들어, 생물학적으로는 인간과 다른 동물을 구분하게 해주는 특성을 지닌 대상이 되고 사회적으로는 국가나 어떤 단체를 이루는 기초 단위가 되기도 하며 경제적으로는 소비와 생산의 주체이자 객체가 되기도 한다.

안솔지 작가가 표현하고 있는 몸 또한 여러 범위를 아우르고 있는데, 특히 이번 전시에서 작가 자신의 몸이자 타자의 몸이기도 한 이 대상은 끊임없이 실험하는 존재가 된다. 작가가 어렸을 때부터 타지를 오가며 피부로 경험한 ‘몸’의 기억은 작가의 세계관에 심대한 영향을 끼쳐 왔다. 작가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은 본 작업에서 ‘실험실’로 치환되고 이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실험들은 신체가 맞닥뜨리는 외부의 시선, 편의에 의해 만들어진 분류와 평가, 그 과정에서 생기는 상처와 반응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실험실은 크게 세 섹션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작가가 ‘1.기르던 것들 2.보이던 것들 3.내뱉은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작가가 ‘1.기르던 것들’에 자리한 식물들은 저마다 다른 환경에 있던 것들을 모은 것이다. 임의적인 기준에 의해 수집되고 분류된 식물들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외부 실험에 노출되고 생존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2.보이던 것들’에 놓여진 오브제들은 특정 인종이 가지고 있는 신체적 특징들을 암시한다. 피부, 눈동자와 모발 등을 상징하는 물건들의 색과 은유를 통해 동양인 여성임을 유추해 낼 수 있다. ‘3.내뱉은 것들’에서는 몸을 유지하게 하는 음식과 몸으로부터 나오는 분비물 간의 관계를, 두 대상을 혼합하는 실험으로 시각화하고 있다. 정상적인 관계라면 몸은 음식을 섭취함으로써 영양분을 얻는 과정이 수반되겠지만 본 실험실에서는 몸으로부터 생성된 물질이 곧바로 식품의 일부와 물질 대 물질로써 섞여 버리면서 일반적인 신체적 반응과는 다른 화학 반응을 일으키게 된다.

세 가지 실험의 현장은 대체적으로 무심하고 차가운 분위기를 품는다. 수집된 식물은 길러지지만 보살펴지진 않으며 신체를 상징하는 오브제들은 조각 조각 해체되어 늘어 놓여져 있고 식품과 신체 분비물들은 섬세한 고려나 예측 없이 직관적으로 혼합된다. 이는 ‘몸’이 맞닥뜨릴 수 있는 각종 상황들과 연결된다.

원래 살던 곳에서 벗어나 타지에 빈번하게 내던져지는 현대인의 삶, 끊임없이 인종 혹은 몸매와 외모를 통해 관찰되고 평가되는 몸, 충분한 정보없이 수많은 식품, 약품, 화학물질 등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신체. 실험실 속의 실험체들처럼 우리의 몸은 빈번하게 강제적으로 길러지고 보여지고 내뱉어 진다. 그 과정에서 ‘담길 수 없어, 뿜어져 나오는’ 몸의 비명은 실험실에 울려 퍼진다. 그러나 이는 피동적인 고통의 표현이라기보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에 가깝다. ‘외부의 기준으로 재단되었던 몸이 자신의 내재적 경험을 풀어내는 것’ 그리고 더 이상 ‘당하는 상태’가 아닌 몸을 둘러싼 내외부의 요소를 명료하게 구분하고 적극적으로 소화해낼 수 있는 상태로 가기 위한 실험의 과정임을 안솔지 작가는 말한다.

작가의 시선을 따라 시각적으로 공명하는 ‘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면, 이는 나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당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몸을 지녔다면 필연적일 수 밖에 없는 고통과 고뇌의 지점들을 직면하는 순간, 문득 잊고 있었던 몸의 존재가 다른 의미로 성큼 다가올 것이다. 신체에 대한 제한을 뛰어넘어 다른 차원으로 도약하고자 하는 노력, 그리고 그 끝은 어떻게 귀결될 것인지를 함께 고민하고 상상해 본다면 안솔지 작가가 이 전시를 통해 표현하고자 했던 감정과 메시지를 보다 풍부하게 이해하고 감상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글. 보안1942 (통의동 보안여관) 김유란 큐레이터

참여작가: 안솔지

주최 및 기획: 보안1942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협력: 비바프로젝트, 일맥문화재단

출처: 통의동 보안여관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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