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스펙트럼 2022 ARTSPECTRUM2022

리움미술관

2022년 3월 2일 ~ 2022년 7월 3일

 아트스펙트럼은 2001년 호암갤러리에서 격년제 청년작가 서베이 전시로 처음 시작되습니다. 이후 2003년 호암갤러리의 마지막 전시로 개최하였으며, 2006년부터 리움에서 아트스펙트럼 전시를 이어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2012년까지는 리움 큐레이터만이 작가를 추천하였으나, 2014년부터는 보다 다양한 시각을 반영하기 위해 리움 큐레이터 뿐 아니라 외부 평론가와 큐레이터에게 작가 선정을 의뢰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열린 추천으로 더욱 다양해진 작가들의 창작 의지를 고취시기기위해 별도의 심사위원단이 작가 중 1인을 선정하여 작가상을 시상하였습니다. 2022년 아트스펙트럼 전시는 내외부 추천위원이 작가를 추천하였고, 전시 기간 중 심사위원단이 작가상 수상자를 선정할 예정입니다.

아트스펙트럼의 20년 역사 동안 한국 현대미술계는 급격히 변화하였습니다. 회화나 조각 같은 전통 장르를 넘어 영상과 설치가 주류를 이루는가 하면, 퍼포먼스와 관객 참여 같은 새로운 접근도 일상화 되었습니다. 국내외에서 수학한 젊은 작가들은 다양한 시도로 장르의 범위를 넘나들고, 전시 관람의 형태를 다양화하며 미술의 영역을 넓혀 나갔으며, 세대, 젠더 같은 새로운 구분을 통해 이전 시대와 차별화되는 작가 정체성을 확립해가고 있습니다. 

참여작가 소개 

김동희
김동희에게 전시장의 건축 공간과 관객의 동선은 작업의 주요한 재료가 됩니다. 이번 작업에서 김동희는 리움 그라운드갤러리 전시 공간의 물리적인 상태와 아트스펙트럼 전시의 특이성을 고려해 곳곳에 자신의 작업을 위치시켰습니다. 작가의 관심사는 공간의 경험이 가져다 주는 ‘공감각적 시뮬레이션 능력’을 관객들이 느낄 수 있도록 최적화, 최대화하여 끌어올리는 것입니다. 리움에서 김동희는 전시장으로 관객을 이끄는 움직이는 계단인 에스컬레이터와 공간 전체 위에 있는 블랙박스의 존재감, 일반 전시장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층고 등을 첨예하게 고민하였습니다. 다른 작가들의 작업과 함께 이 기획전시를 만드는 전시장의 고유한 질서를 유지하며, 기존 전시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낯선 골목, 깊은 골짜기같은 건축적 공간의 경험을 눈앞으로 끌어당겨 놓았습니다. 실제 전시장을 걸어 다니며 건물 내부를 활용하는 행위자(agent)로서 관객은 작가가 설계해 놓은 시공간의 시점과 자신의 움직임을 조율하며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김정모 
김정모는 작가가 살아가는 생태계의 구성요소들 - 예술가, 관객, 미술계 관계자, 콜렉터 등 - 이 관계를 맺는 하나의 상황과 장치를 구성하여, 미술이 어떤 가치를 제도화하는지, 또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질문합니다. 작가는 관객이 작업 과정과 생산에 참여함으로써 완성되는 비물질적 예술 경험을 공유하는데, 구체적으로는 관객들에게 자신이 치밀하게 설계한 특정한 규칙, 또는 게임의 법칙을 따라 적극적으로 대화하고 관계 맺을 수 있는 일종의 ‘사회적 모델’을 구축합니다. <시간-예술 거래소>는 누구나 동등하게 갖고 있는 ‘시간’을 매개로 관객이 작품의 제작에 참여하고 동시에 소장하는 경험을 제공합니다. 관객 한 사람만 입장이 허용되는 이곳에서는 작가의 안내 문구에 따라 양도 계약서에 서명하고 증명서를 교환하는 ‘계약과 거래 행위’가 이루어집니다. 이것은 예술작품을 소유하는 제도에 대한 형식 실험이자, 근본적으로 코로나 이후 달라진 삶의 장소, 태도, 관계, 존재의 개념이 어떻게 소유의 감각을 변화시켰는지 질문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노혜리 
노혜리는 신체의 움직임과 언어, 그리고 오브제의 교차와 어긋남을 통해 작가의 개인사와 현대 사의 직조를 탐구하는 작품을 제작해 왔으며 이번 전시의 신작 역시 이런 맥락에서 공간 내 오브제와 퍼포먼스로 완성됩니다. 작가가 나이아가라 폭포에 가지 않았던 경험을 단초로 하는 <폴즈>는 1997년의 금융위기, 2001년 9.11 테러, 2017년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이라는 세 가지 역사적 사건이 일어난 시기와 다양한 배경을 가진 개인의 삶이 중첩되는 지점을 따라갑니다. 작품을 구성하는 여러 촉각적 물성의 구조물들은 눈높이에서 보았을 때는 폭포에서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와 보안 검색대 같은 현실의 풍경을 연상시키고, 전시장 입구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며 위에서 조망했을 때는 수직하강하는 경제지표 그래프 같은 수학적 좌표 값이나 공항 내부 바닥에 표시된 이동 안내선과 같이 점, 선, 면으로 이루어진 코드와 연결됩니다. 작품의 일부로 현장에서 벌이는 퍼포먼스를 이루는 작가의 움직임은 구조물과 상호작용하며 이민과 이주의 사적인 경험을 발화합니다. 

박성준 
박성준의 <가화만사성>은 매우 치밀하게 기획한 ‘사건’의 현장으로 관객들을 초대하는 연극적 퍼포먼스의 속성을 지닙니다. 전시공간 내부에 흩어진 텔레비전이나 자개장 같은 가재도구와 운동기구와 대야 같은 소품들은 1980년대 한국의 가정집을 연상시킵니다. 여기에는 이념 갈등과 군부 독재의 잔여물이나 개발도상국으로서 근대화의 과정을 상기시키는 요소들이 담겨있으며, 관객의 움직임에 따라 특정 단어와 문구 그리고 효과음과 조명이 연출되어 혼란스러운 경험을 안겨줍니다. 공간 입구의 시멘트벽 꼭대기에 꽂은 사금파리처럼 일상적인 물건들은 상처를 불러오는 선명한 폭력성을 담고 있으며, 사회의 기본 단위인 가정에까지 스며든 시대의 무거운 분위기를 보여줍니다. 집안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잘된다는 의미의 제목과 대조되는 어두운 공간은, 우리의 정신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주는 감정적 영향으로서 근대화의 충격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관객들은 작가가 제시한 공간 및 사운드의 환경적 요소를 저마다의 방식으로 체험하여 낯선 세계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소목장세미 
‘소목장세미’는 작가 유혜미의 활동명이자, 그가 2012년부터 운영한 1인가구공방의 브랜드명이기도 합니다. 그는 전통 소목장 기술을 접목하여 분리와 조립이 용이한 가구들을 만들고, 다양한 공간과 전시를 디자인해 왔습니다. 목수와 아티스트 외에도 여성 드래그 퀸, DJ로도 활동하는 그는 직업적 성차와 한계에 도전하며 일인 다역을 소화하고 있기도 합니다. <체력 단련 활동장>은 원형 트랙과 무늬목 마루, 곡선 평균대와 공중 그네, 클라이밍 벽으로 구성되어 놀이터, 체육관, 서커스장을 뒤섞어 놓은 작가의 신작입니다. 다양한 목공 기술을 융합해 만든 기구들은 또한 짜맞춤 기법 등 사라져가는 목공의 역사를 소환합니다. 작가는 일련의 제작과정과 그가 만든 기구에서 곡예를 펼치는 여성 서커스 아티스트의 모습을 영상에 담아 함께 전시합니다. 쉼 없는 단련을 통해 신체적, 물리적 한계를 시험하고, 잊혀져 가는 기술과 전통을 이어가며, 여성성의 틀과 사회적 편견에 도전하는 자신의 활동을 ‘곡예’에 비유하고, 그와 유사한 경험을 공유하는 이들의 노력을 조명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안유리 
세계시민의 관점에서 역사적 이슈를 다루는 폭넓은 시각 보유한 안유리의 신작 <스틱스 심포니>에서 서로 다른 시기, 서로 다른 나라의 도시에서 살다간 4인 시인들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영상에서 나지막하게, 담담하게, 결연한 어조로, 또 강한 목소리로 낭독되는 시와 음악, 그리고 영상은 조화롭게, 때로는 어긋난 채로 마치 교향곡처럼 함께 섞여서 흐릅니다. 히로시마 피폭 피해자이자 반전운동가로 활동했던 시인 구리하라 사다코를 시작으로, 프라하의 봄을 지나온 비스와봐 쉼보르시카가 등장하고, 차별과 각종 억압에도 의연하게 대처하고 삶을 개척했던 마야 안젤루의 시<나는 일어설 거야>에 이어, 광주의 시인 고정희 <오매, 미친년 오네>로 대단원의 막을 내립니다. 영상은 작가가 촬영한 여러 지역의 풍경들과 인터넷에서 수집한 기록영상들이 교차합니다. 세상을 떠난 네 명의 시인은 과거에 속하지만 그들이 이야기한 역사 속 순간과 상처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과거이지만 끝나지 않은 진행형인 현재이고, 현재 속에서 다시 소환되는 과거입니다. 이 네 명의 목소리는 대신/함께 읽은 젊은 예술가들의 목소리를 통해 현재가 됩니다. 

전현선 
젊은 세대의 화가들이 갖는 여러 고민 중의 하나가 회화라는 매체를 지켜가면서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한 모색입니다. 전현선의 그림들은 유닛과 같은 작은 캔버스들이 합체되어 거대한 벽이 되고 서로의 앞뒷면이 되어 공간을 재구획하며 건축 요소처럼 존재합니다. 이는 구상 단계부터 계획된 것이지만, 작품의 전체 이미지를 계획한 후 이를 분할하여 그리는 것이 아니라 개별적인 캔버스를 하나씩 완성해가면서 서로를 이어 나갑니다. 화면 안에 복잡다양한 이미지와 형태들 역시 각각이 독립적이면서도 하나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전현선 회화는 벽에 머물러 있기를 거부하고 장소특정적으로 공간 속에 존재합니다. 벽이 되는 그림, 기둥처럼 서있는 그림을 희망한 작가의 구상대로 전시장에는 그림 벽, 그림 기둥들이 세워져 있으며, 한 눈에 담기지도 않을 만큼의 대형 회화를 마주하는 관객 경험을 통해 새로운 회화의 방식을 실험하고자 했습니다. "몰입을 방해하고, 중심을 와해"해온 작가의 방식에 따라, 회화에 대한 망막형 몰입은 거부하되 환경적 체험을 유도합니다. 

차재민 
차재민의 영상은 현실 문제를 바라보며 고민한 작가가 프리 프로덕션(pre-production)의 철저한 준비과정을 통해 필요한 화면을 정교하게 계획한 결과, 자신만의 언어로 기술적인 완성도와 사회적인 이슈를 조화시키는 독특한 영상 문법을 보여줍니다. 이름없는 질병을 앓는 젊은 여성들이 등장하는 <네임리스 신드롬>은 육안으로 볼 수 없는 신체 내부를 과학의 힘을 빌어 비추어봄으로써 알아내기 시작한 것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아내지 못하는 것 사이의 모순을 이야기합니다. 엑스레이에서 시작해서 MRI, CT스캔으로 인체 내부를 보이게 한 결과 의학은 숨겨진 질병의 원인을 찾을 수 있었지만, 동시에 첨단기술과 전문가에게 이미지의 해독을 맡김으로써 환자 본인이 이미지화 과정에서 소외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인류의 지식들이 담긴 책들이 바닥에서 천정까지 쌓인 헌책방에서 신세대 퍼포머들이 벌이는 장난스러우면서도 진지한 소동인 <제자리 비행>은 팬데믹 시대에 서로에게 격리되어 연결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띄우는 일종의 안부 인사로, 막막한 현실 속에서 미래의 희망을 비추어 보입니다. 

출처: 리움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현재 진행중인 전시

뉴미디어 소장품 기획전

2024년 1월 17일 ~ 2024년 4월 15일

조영주 개인전: 카덴짜

2024년 3월 8일 ~ 2024년 4월 14일

황예랑 개인전: 숨을 참는 버릇 Habit of Holding Your Breath

2024년 3월 16일 ~ 2024년 4월 4일

에디 마티네즈 개인전: 투 비 컨티뉴드 Eddie Martinez: To Be Continued

2024년 3월 14일 ~ 2024년 6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