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노 피셔_동베를린의 사진가 Arno Fischer_ A Photographer in East Berlin

성곡미술관

2022년 6월 23일 ~ 2022년 8월 21일

성곡미술관은 독일 사진사의 상징적 인물인 아르노 피셔(Arno Fischer, 1927~2011)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동독 출신인 피셔의 이번 전시는 베를린 장벽이 건설되기 직전인 1953년부터 장벽이 무너진 1989년을 거쳐, 피셔가 세상을 떠난 2011년까지 그의 전 생애를 아우르는 회고전으로, 빈티지 프린트를 포함해 180여점의 사진 작품으로 구성된다.

베를린 베딩(Wedding)에서 태어난 피셔는 패턴 제작 목공 견습생으로 시작해 조각가가 되기 위해 1947년부터 6년간 동서 베를린에서 조각을 공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사진을 접하고, 곧 조각 학교를 중퇴했다. 그는 카메라를 메고 자신의 고향인 베를린의 구석구석을 탐험하며 약 7년 동안 동서 베를린의 평범한 일상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 습작 같은 사진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베를린의 생생한 모습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 베를린의 동서 분단 이후 그 사료적 가치를 인정받게 되었다. 아르노 피셔는 1950년 본격적으로 사진가 일을 시작했고, 1966년부터 그의 동반자이자 사진가인 지빌레 베르게만(Sibylle Bergemann, 1941-2010)과 함께 28년간 거주한 그들의 12번지 쉬프바우어담 아파트는 새로운 예술의 토론장이 되었다. 그는 당시 가장 혁신적인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헬무트 뉴튼, 로버트 프랭크, 바바라 클렘, 엘렌 아우어바흐와 같은 국제적 사진가들을 초대해 진정한 인간의 자유에 관해 토론하며 그들을 선도했다. 또한 그는 라이프치히, 베를린, 도르트문트의 대학에서 교육자로서 사진과 디자인을 가르치며, 동서독의 3세대 사진 예술가들의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아르노 피셔의 사진은 대부분 처음부터 끝까지 독일민주공화국(GDR) 시기와 맞물려있다. 작가는 1950년대 ‘분단된 베를린의 사진’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는데, 특히 동서 베를린의 사회, 문화, 정치적 상황을 기록한 사진은 ‘베를린 상황’이라는 타이틀로 세상에 알려졌다. 이후 GDR의 여성패션 잡지 ‘지빌레(Sibylle)’의 일원으로 일하며 패션 사진에도 큰 관심을 보였고, 여행 사진가로도 일하며 뉴욕, 아프리카, 인도에서 찍은 사진 시리즈는 널리 알려져 있다. 이번 전시는 ‘베를린 상황’, ‘패션’, ‘뉴욕’, ‘여행’ 과 노년의 자신의 집 정원을 찍은 폴라로이드 연작인 ‘정원’ 등 총 5개 파트로 구성된다.

이 전시는 독일국제교류처 주최로, 사진 역사학자이자 피셔와 절친한 사이였던 마티아스 플뤼게(Matthias Flügge)가 기획을 맡았다. 피셔의 사진은 독일의 전쟁, 분단과 통일을 모두 목격한 예술가의 눈에 비친 ‘독일인’과 ‘독일 문화’의 생생한 증언이자 굳건한 삶의 기록으로 지난 역사의 부활이라고 할 수 있다. 사회적, 역사적으로, 그리고 예술적으로도 엄청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예술가이자 교육자로서 자신의 삶과 예술을 굳건히 지켜온 피셔의 작품은 여전히 분단국으로 남아있는 우리에게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사회적, 정치적 이념을 뛰어넘은 그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보통 사람들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도 겹쳐 보이며, 그의 사진이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사진예술이 우리의 일상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리라. 디지털 프린트에 익숙한 우리 눈에 작가의 손으로 프린트한 ‘진짜 사진’의 맛을 즐길 수 있는 특별한 기회이기도 하다.


참여작가: 아르노 피셔 Arno Fischer

출처: 성곡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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