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넥스 프로젝트: 컷신 Cutscene

팩토리2

2020년 7월 21일 ~ 2020년 8월 23일

작가의 글  Artist Note

구체적이고 설명적이며 밝아야 할 것. SGHS 설계회사가 2014년 <서소문밖 역사유적지 설계경기>를 시작으로 2020년 <서울시 문화자원센터 건립 설계공모>에 이르기까지 수행해 온 대부분 현상설계의 최종 제출 이미지들이 가졌던 원칙이다. 통상적으로 현상설계가 불특정 다수를 위한 공공건축을 다루기 때문에 객관성을 가장 우선한다는 점, 그리고 한정된 이미지와 패널만으로 심사위원과 효과적으로 소통하며 공감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점에서 피할 수 없는 전략이었다. SGHS 설계회사는 현재까지 20여개의 현상설계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미션을 완수하는데 실패했다. 그들은 현실에 실존하지 못하고 오직 컴퓨터 3D 모델링 프로그램 속에 숫자로 구축되어 서있을 뿐이다. 

무수히 펼쳐진 노란 점들을 섭취하기 위해 플레이어의 조종에 따라 미로 속을 떠돌던 팩맨(Pac-Man)은 컷씬(Cutscene) 안에서 그 상호작용을 끊고 스스로 움직이는 존재가 되어 블링키(Blinky) 와의 상황극을 연출한다. 본 전시에서 선보이는 10개 프로젝트들의 컷씬들은 현상설계가 주는 상호작용의 고리에서 탈출해 온전하게 자신의 신체를 드러낸다. 태양을 제외한 모든 인공조명이 꺼진 가상 환경에서 각 공간의 텍토닉과 깊이는 오로지 투영된 빛과 그림자를 통해 상연된다. 카메라는 더 이상 ‘1.5m 사람 눈높이에서 바라본 완벽한 구도’를 재현해야 한다는 강박에 머물지 않고 잘려진 네러티브의 찰나를 있는 그대로 캡쳐한다. 마우스를 따라 움직이던 스크립트화 된 태양과 매스가 우연히 빚어낸 대부분 장면은 매 프로세스마다 우리 앞에서 순간 번쩍였다가 프리젠테이션의 목적과 시퀀스에 맞지 않아 폐기되고 이내 잠잠한 망각 속으로 사라졌던 장면이기도 하다. 

비디오 게임 중간에 등장하는 컷씬은 특정 미션의 완수이자 이어질 미션의 시작을 의미한다. 각 장면들은 분위기를 조성하고, 캐릭터 간의 대화나 감정적 연결을 통해 다음 방향을 암시한다. 10개의 컷씬이 무분별하게 조합돼 만들어내는 해석은 어쩌면 SGHS 설계회사가 앞으로 걸어가야 할 불확실한 미래에 있어서 하나의 컷씬으로 기억될 지 모를 일이다. 1980년에 출시된 오리지널 팩맨은 256레벨에서 발생하는 오버 플로우로 인한 오류 때문에 영원히 끝날 수 없는 게임으로 남았다.

작가: SGHS

기획: 김그린
기획 보조: 서새롬
진행 보조: 금다듬

공간 디자인: 전산시스템
그래픽 디자인: 강주성
디자인 진행: 신민규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시각예술 창작산실
주최·주관 : 팩토리2

본 전시는 2020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시각예술 창작산실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2020년 시각예술 창작산실은 시각예술 창작에서 확산까지 전 단계의 활성화를 도모합니다.

출처: 팩토리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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