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재단(대표이사 주철환) 남산예술센터는 2017년 시즌 프로그램으로 <십년만 부탁합니다> (공동연출 이주요 김현진, 큐레토리얼 랩 서울 공동제작)을 오는 18일(수)부터 22일(일)까지 남산예술센터 무대에 올린다.
남산예술센터 2017년 시즌 프로그램 <십년만 부탁합니다>는 2007년 동명의 전시에서부터 시작한다. 당시 전시를 통해 누군가에게 위탁되었던 작품들이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17년, 남산예술센터 무대의 주인공으로 돌아온다.
이 공연에는 배우가 단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다. 이 공연의 주인공은 사람이 아닌 사물, 즉 작품(오브제)들이다. 갈등을 유발하는 사건도, 서로 주고받는 대사도 없다. 스스로 움직일 수 없는 오브제들은 다른 무언가의 힘을 빌려 10년 간 혼자 간직하고 있던 이야기를 꺼낸다.
90년대 후반부터 여러 나라를 이동하면서 살아온 이주요 작가는 김현진 큐레이터와 2007년 <십년만 부탁합니다> 전시를 기획하며, 보관 장소가 없어 버릴 상황에 처한 작품들을 10년 간 위탁해줄 수 있는 위탁자를 찾았다. 이렇게 위탁된 작품들은 누군가의 개인 공간에서 망각되거나 방치되었을 수도 있고, 혹은 특별한 대상으로 십년을 보냈을 수도 있다.
작가가 알지 못하는 시간을 보낸 작품들의 이야기와 작품에 내려앉은 시간의 두께를 마주하기 위해 남산예술센터 무대로 작품들을 불러 모아, 작품이 보낸 십년의 시간만큼 작가가 견딘 시간, 또 위탁자가 견딘 시간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주요 작가는 종이, 비닐봉투, 스티로폼, 나무막대기와 같은 저렴하고 가벼운 재료들로 연약하고 엉성한 형태, 임시적 구조를 가진 오브제나 구조물을 만드는 작업을 한다. 작가는 작고 연약한 것들이 서로 의지하면서, 순간순간을 버티며 살아가는 삶을 위로하고자 했다. 시간의 흐름은 작품도, 작가도 물리적으로 노쇠하게 만들었지만 삶은 반복되기만 할뿐 변하지 않는 것 같은 고단함(weariness)의 상태를 마주하게 한다. 그렇다면 이 십 년의 시간은 그저 나이 듦뿐이었을까.
김현진 큐레이터는 이 노쇠함 속에 숨겨져 있는 단단함과 같은 존재의 변화에 주목했다. 작품(오브제)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중첩시키면서 시간의 흐름에 따른 내적/외적인 변화를 드러내기 위해서는 전시가 아닌 무대의 방식이 필요했다. 전시로 보여줄 수 있는 정적인 무게감에 무대와 무대장치로 구현될 수 있는 입체감과 긴장감을 더하여 그 동안의 연극 미학과 다른 방식의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김현진 큐레이터는 시각예술작가 정은영의 공연 <off stage/Masterclass>와 안무가 이양희의 <Distorted>를 기획한 바 있다.
<십년만 부탁합니다>에 등장하는 20여 개의 작품들에는 작가가 만들어낸 모습과 시간이 흐르면서 작품(오브제) 스스로 만들어낸 모습이 섞여 있다. 하나의 존재에 섞여 있는 여러 가지 모습과 변화의 과정을 그려내기 위해 개별 작품(오브제)마다 특유의 소리를 부여했다. 이 작업을 위해 사운드디자이너 류한길(한국)과 유엔 치와이(Yuen Chee Wai, 싱가폴)가 함께 한다.
이주요 작가와 김현진 큐레이터는 2016년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 진행된 쇼케이스(문래예술공장, 2016.10.07.-08.)를 통해 무대장치를 활용하여 작품(오브제)을 등장시키는 방법, 영상, 조명, 사운드를 활용하여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법 등 공연화의 가능성을 사전에 점검했다. 이들은 이 경험을 바탕으로 남산예술센터의 무대와 무대장치를 활용하여 공연을 업그레이드하였고, 올해 서울아트마켓 2017 PAMS Choice 다원분야 선정작으로 무대에 오른다.
창작 초연 중심 제작극장을 표방하고 있는 남산예술센터는 장르적 경계가 사라지는 현대예술의 동시대적 특성을 반영하는 작품들을 매년 소개하고 있다. 2016년도에는 연극과 미술 경계를 넘나드는 연출가 적극의 <아방가르드 신파극>, 시각예술가 정은영의 <변칙 판타지>, 2017년도에는 서현석 작가의 단 한 명의 관객을 위한 공연 <천사>를 제작한 바 있다. <십년만 부탁합니다>는 미술작가와 큐레이터가 함께 공동연출이 되어 다양, 다각화되어 가는 현대연극의 변화 흐름과 형식적 실험을 마주하기 위한 남산예술센터의 새로운 시도에 함께 한다.
시각예술 작가와 극장의 콜라보, 미술 전시와 공연 언어의 차이에서 발화되는 방법적 변화 등 ‘경계를 확장하는 예술’을 주제로 하는 관객과의 대화 프로그램 ‘남산여담’은 연극평론가 노이정의 사회로 이주요 작가, 김현진 큐레이터 그리고 이주요 작가의 작품 ‘Lift’를 지난 10년 동안 위탁했던 계원예대 유진상 교수가 참석한 가운데 21일(토) 열릴 예정이다. 당일 공연을 관람한 관객이라면 모두 참여할 수 있다.
<십년만 부탁합니다>는 남산예술센터, 인터파크, 대학로티켓닷컴, 클립서비스, 예스24공연, 옥션/지마켓티켓 예매사이트를 통해 예매가 가능하다. 전석 3만원, 청소년 및 대학생은 1만 8천원. (문의 02-758-2150)
작품소개
무대의 주인공들은 미술작가 이주요의 십여 년 전 작품들이다.
연약하고 엉성한 형태나 임시적 구조를 가진 오브제나 구조물을 만드는 작업을 해온 작가는 90년대 말부터 여러 도시를 이동하며 살아왔다. 작가 이주요가 가진 동시대의 표류적 삶과 불안정한 작업의 조건 속에서 작품들 역시 옮겨 다녀야 했고, 2007년 막다른 곳에서 폐기될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들의 운명을 유예하고자 그 해 이주요 작가와 큐레이터 김현진은 <십년만 부탁합니다>라는 전시를 만들었다. 이 전시를 통해 작품들을 누군가에게 위탁했고, 그로부터 십년이 지난 2017년, 어딘가에서 잊혀져 있던 작품들은 이제 무대의 주인공이 되어 세상에 재등장한다.
과연 십년의 시간은 무엇이었을까. 무대 위의 오브제들은 말과 침묵, 움직임과 소리, 빛과 어둠을 통해 사물과 예술작품 사이, 예술가의 삶과 예술 작품의 삶 사이를 진동하며 스스로 빛나고 대화한다.
“당신을 부르게 된 건 이 고달픔 때문이에요. 이 고달픔이 나에게는 대화를 가능하게 할 수 있는 것인 듯 보여요. 나는 사실 이걸 전적으로 확신하는데, 여전히 지금도 그렇고요. 내가 오로지 깨닫지 못한 것이 있다면, 이 고달픔이 가능하게 하는 것, 그리고 이 고달픔이 어렵게 만드는 것이 무엇일까 하는 거예요.” (모리스 블랑쇼의 「무한한 대화」 중)
연출소개
이주요
이주요는 지난 20여 년간 여러 나라의 다른 도시들로 이주하면서 경험한 타자의 문제와 그 개별 존재의 불안, 분노, 부족, 약함 등을 비정형적 설치 방식, 임시적 오브제, 드로잉과 아트북을 통해 보여주었고, 전시를 통해 이를 망설임과 지연, 미결정적 상태로 드러내왔다. 물리적 세계에 존재하는 특별한 운명들, 그리고 표류하는 시간과 불안정한 삶을 인지하는 방식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그 스토리들을 물리적, 신체적으로 말하는 특유의 오브제를 제작하곤 한다.
김현진
김현진은 동시대미술 영역에서 활동하는 큐레이터이자 비평가이다. 아르코미술관 관장 및 7회 광주비엔날레 공동 큐레이터를 역임했고, 이주요, 정서영, 남화연, 니나 카넬, 양혜규 등 미술 작가들의 개인전을 기획하고 이들의 책을 출판했다. 최근 몇 년간 아시아 지역에 대한 심화된 근대성 담론을 다루는 <2 or 3 Tigger>(HKW, 2017), <Tradition Unrealized>(Arko Art Center, 2014) 등을 공동 기획하였으며, 현재 시각예술 프로젝트와 연구, 기획을 하는 ‘큐레토리얼 랩 서울’의 대표이다.
부대행사 : ‘남산여담’ 대담 프로그램
10월 21일(토) 15시 공연 종료 후 약 1시간
사회 : 노이정(연극평론가)
패널 : 이주요(작가, 공동연출), 김현진(큐레이터, 공동연출), 유진상(계원예대 교수)
공연명 : <십년만 부탁합니다>
기간 : 2017년 10월 18일(수)–10월 22일(일)
시간 : 평일 오후8시 / 주말 오후3시
장소 :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관람료 : 전석 30,000원 / 학생 18,000원
관람연령 : 전체 관람가
러닝타임 : 70분(예정)
예매 : 남산예술센터 http://www.nsartscenter.or.kr 인터파크 http://ticket.interpark.com
문의 : 남산예술센터 02-758-2150
공동연출 : 이주요, 김현진
연출, 시나리오, 무대미술 : 이주요
연출, 시나리오,기획 : 김현진
사운드 디자인 : 류한길, 유엔 치와이
안무 디자인 : 이양희
조명 디자인 : 노명준
조연출 : 정지영
무대미술제작 : 김선진, 이신후
무대감독 : 이효진
퍼포머 : 은재필, 이이내, 전우진, 정여은
공연영상기록 : 이미지
사진 : 조현우
웹사이트: http://www.tenyears2017.org/
주최 : 서울특별시
주관 : 서울문화재단, 큐레토리얼 랩 서울
제작 : 남산예술센터, 큐레토리얼 랩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