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기를 주고받다 보면 결국 어느 순간에는 엉키거나 풀어진다. 그러기를 몇 번 반복하고 나면 이것을 지속하는 이유가 대체 무엇인지 떠올리게 되거나 오히려 잊어버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실은 다시 감으면 당연한듯이 모양을 잡는다. 우리는 마치 엉키거나 풀어지는 것이 본성인 것 같은 실의 성질을 거꾸로 거스르는 일의 의미를 생각해 보았다. 목적 없는 주고받기를 하며 헤매는 과정을 지도로 그려내 보기도 했다. 엉킴, 풀림, 손과 손이 포개지는 각각의 사건이 사랑의 순간이라면, 실을 쥔 손, 그 다양한 실의 모양, 모양을 만들어내는 밀고 당기거나 가만히 멈춘 몸짓 모두가 결국 사랑이 살아가는 몸이다.
모두가 저마다의 리듬을 갖고 조금 길다란 실뜨기를 지속적인 호흡으로 함께 하고 있다. 아주 가볍지만 잡아당기면 손에 자국을 남길 만큼 팽팽해진다. 지금은 내 손에 있을지라도 타인의 손으로부터 가져온 모양을 기억하고 있고, 또 그 자체로 언젠가 또 다른 모양으로 가져갈 타인을 초대하고 있다. 어쩔 땐 의미 없이 반복되는 것처럼 보여도, 그 속에는 규칙과 혼돈 사이 계속해서 다시 태어나고자 하는 염원이 담겨 있다. 어떤 실은 너무 짧거나 낡아서 쓸모 없어 보이는데도 의미 있는 모양을 만들려는 손길을 거친다. 무아지경의 몸짓이 그려내는 안무, 낡고 닳아 잊어버렸다고 생각한 감정의 흔적, 무게가 없어 보이는데도 묵직하게 몸을 누르는 존재감. 이렇게 기록하고 호명하지 않으면 풀어져서 찾을 수 없는 곳으로 사라질 사랑의 몸을 엮어낸다.
참여 작가: 김아름, 남민오MinOhrichar, 심은지
기획: 김명지
디자인: MinOhrich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