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안갤러리는 2015년 8월 4일에서 9월 5일까지 신경철/심우현의 <Weaved Land>전을 개최한다. 산, 나무, 나뭇잎 등 자연의 모습을 거대한 풍경으로 때론 화면을 올오버시킨 추상이미지로 그려내는 신경철(b.1978)과 자연에서 감지한 인상과 그 속에 잠재된 에로스적 에너지를 즉흥성과 직관성에 기반해 캔버스에 표출하는 심우현(b.1987)은 풍경이라는 소재로 서로 다른 내용과 접근법으로 회화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바다 위 떠 있는 작은 섬, 거대한 산맥, 나무나 풀 그리고 나뭇잎 등 흔히 볼 수 있는 대상에서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풍경까지 신경철의 화면은 기억 속 이미지와 일상에서 포착한 풍경을 담고 있다. 한가지 색과 연필선으로 그려진 그의 화면은 현미경으로 대상을 들여다본 듯 점 하나 획 하나 이미지를 구성하는 요소를 모두 그려내어 확대된 자연의 모습을 보여준다. 잎맥하나 그 움직임 하나까지 모두 화면위로 불러내어 무엇이 대상이고 무엇이 여백인지 알아볼 수 없도록 채워나간 화면은 자연의 재현이면서 동시에 추상에 가깝다.
그려지는 대상을 최소한의 페인팅으로 표현하고, 그 외곽을 최대한의 연필선으로 메우는 과정으로 완성되는 신경철의 풍경은 그려지는 대상을 중심부와 주변부로 구별하고 두 가지 상반되는 방식, 즉 붓으로 그려가는 부분과 연필선으로 윤곽을 그려가는 부분은 하나의 화면위에서 이미지의 반전과 재구성을 유도한다. 작품 <TH(H)ERE-103>는 마치 현미경으로 잎사귀의 세포를 들여다보는듯 면밀해 보이다가도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지형의 이미지 같기도 한데, 관람자는 그 속에서 여러 대조적인 요소, 예를 들어 안료와 연필, 면과 선, 즉흥성과 의도성, 추상화와 구체화란 흔적을 따라 작품을 감상하게 된다. 제목의 숫자는 작품제작에 소요된 시간을 의미한다.
모노톤으로 칠해진 화면 위로 자연이나 도시 풍경을 옮기는 신경철의 회화는 감성을 배재한 이미지를 가장 단순한 선으로 그러나 치밀하게 그려간다. 붓이 지나간 자리를 복기시키듯 연필드로잉으로 다시 그려가는 노동집약적인 작업은 그려진 대상과 대상의 윤곽 그리고 배경이 하나의 이미지로 탈바꿈하는 과정이 된다. 내용이 형식이 되고 형식이 곧 주제가 되는 신경철의 회화는 그려진 이미지와 남겨진 경계 그리고 그 속에 숨은 작가의 의도마저도 모두 하나의 직조된 회화, 풍경으로 완성된다.
심우현의 화려한 색채로 가득한 숲을 마주하면 신체의 여러 감각이 열리는 듯하다. 작가는 어린시절 숲속에서 자신을 사로잡았던 야생의 기묘한 아름다움에서 영감을 받아 이미지를 발전시켜간다. 생경하고 두렵지만 뇌리를 떠나지 않는 숲은 그에게 시각적 충격과 호기심, 비밀스러운 교감의 장이다. 원시자연에서 생명력을 깨우친 자신만의 감각적, 관능적 순간은 회화속에서 만물 탄생의 근원인 에로스(eros)의 개념을 담은 문학적 스토리로, 신화적 상상력으로 확장된다. 우거진 숲속이야말로 고대 신화의 배경이 되어왔으며 비밀스러운 신들의 영역이었다. 작가는 원색의 화려한 색채와 짧게 끊어지며 수없이 중첩되는 붓자국으로 상징과 은유로 가득한 숲으로 발전시켜간다. 이번 전시의 테마라 할 수 있는 “사티로스 영역 시리즈”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반인반수의 모습을 한 향락의 신으로, 미술뿐 아니라 문학과 음악의 주제가 되어 온 사티로스와 그 주변에 등장하는 욕망의 대상인 요정 님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작가는 호색한인 사티로스와 자신들을 탐하려는 사티로스로부터 관능과 도피, 유혹을 일삼는 이중적 면모를 보여주는 님프와의 관계가 자연의 생명력을 대변한다고보며, 작품 속에 녹아있는 성적인 긴장감 혹은 농염한 분위기 (sexual atmosphere)가 고요한 숲 기저에 깔려있는 생명력을 역설한다고 말한다.
화면 가득히 압도하는 원색의 색채와 그리고 뭉개기를 반복하는 즉흥적이고 과감한 붓터치는 작가가 전하고자하는 숲이 가진 야생의 본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강한 붓터치와 대조되는 선으로 묘사된 인물은 흐릿하게 처리된 후경과 대조를 이루며 숲의 깊이를 느끼게 한다. 오토마티즘automatism을 연상케하는 자유로운 붓의 움직임과 흘러내리는 물감자국은 그리고 지우기를 반복한 이미지의 중첩과 함께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캔버스위에 에로스적 영감을 기반으로 생성과 파멸의 순환을 시각화하는 과정속에서 작가는 기억과 재구성, 실제와 허구, 의식과 무의식을 넘나드는 초월적 쾌감을 맛본다. 그리고 그것은 마침내 보는이에게 실제와 환상의 묘한 혼성으로 다가온다.

Kyungchul Shin, TH(H)ERE-957, 2015, Acrylic & pencil on panel, 150 x 150 cm



출처 - 리안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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