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스코프/마이크로스케이프 Cityscope, Microscape

온수공간

2021년 4월 7일 ~ 2021년 4월 18일

우리는 어느 가을날 촬영 답사를 위해 차로 이동하고 있었다. 사무실에서 출발하여 올림픽대로를 통해 목적지인 경기도 동부로 가던 중 오른편에 끝없이 이어지는 오래된 아파트 단지들이 보였다. 한강 변을 따라 지어진 아파트들은 줄줄이 거대했고, 기묘한 숭고함이 느껴질 정도로 장엄한 모습을 하고 있어서 보고 있자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누구에게나 그렇게 느껴지는 건 아니었는 모양인지, 같이 있던 동업자들이 우리를 의아하게 생각했다. 옛날에 지어졌을 뿐인 평범한 아파트인데 뭘 그렇게 감탄까지 하느냐는 반응이었다.

같은 풍경을 두고 이처럼 엇갈린 인상이 재미있게 느껴졌다. 이 차이는 습득한 경험과 기억의 차이에서 오는 것일 수도 있다. 우리의 경우, 어렸을 때 거대하고 오래된 아파트들이 끝없이 이어져 있는 비슷한 풍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향수를 비롯한 복합적인 감정이 그런 반응으로 이어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혹은 경험과는 상관없이 타고난 기질일 수도 있다. 예컨대 어떤 사람은 끝도 없이 넓은 초원이나 거대하게 깎아지른 낭떠러지 계곡 같은 자연물에 숭고함을 느끼는가 하면, 누군가는 압도되어 공포심을 느끼기도 하는 것과 비슷할지도 모른다. 

이 프로젝트는 오래된 건축물들의 풍경으로부터 느끼는 이 상반된 반응의 근원을 영상 아카이빙을 통한 관찰로부터 찾고자 하며, 풍경들을 현미경으로 관찰하듯이 영상과 사진에 담아냈다. 우리가 느끼는 미묘한 인상이 다른 사람에게도 가닿을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장성건,박수환

작가소개

박수환은 사진과 영상을 매개로, 건축의 패턴과 왜곡을 주된 소재 삼아 작업한다. 국립현대미술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아트선재센터, 아라리오 뮤지엄 등에서 전시 기록 촬영을 진행해왔다.

장성건은 인생의 대부분을 시끄러운 음악을 만들며 보냈다. 2002년 앰비언트 블랙메탈 솔로 프로젝트로 활동을 시작했으며, 2009년부터 2015년까지 그라인드코어 밴드 밤섬해적단에서 베이스를 담당했다. 2016년부터 앰비언트 솔로를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협업 • 활동하고 있다.

박수환과 장성건이 함께한 작업으로는 건축사무소 다이아거날 써츠(DIAGONAL THOUGHTS)의 프로젝트 «마지막 장소»(탈영역우정국, 서울, 2017), «남이 설계한 집»(온그라운드 갤러리, 서울, 2020)이 있으며 이 외에도 «올림픽 이펙트: 한국 건축과 디자인 8090»(국립현대미술관, 과천, 2020) 등 다수 문화 영역에 참여했다

참여작가: 박수환, 장성건
후원: 서울문화재단
영상, 사진: 박수환
음악, 사운드: 장성건
디자인: 김성구

출처: 온수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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