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의 감정 Beyond Your Gaze

아트센터 예술의 시간

2020년 10월 15일 ~ 2020년 12월 5일

어떤 풍경을 마주했을 때, 문득 알 수 없는 감정이 발생하는 순간이 있다. 직관적으로 마주한 대상에 그 알 수 없는 감정이 더해지면 사적이고 내밀한 풍경이 펼쳐지게 된다. 매일 마주하는 풍경도 개인의 경험이나 기분, 빛에 따라 달리 보이고 계절의 영향을 받음은 말할 것도 없다. 특히 수많은 건물과 자연이 공존하는 대도시에서 마주하는 풍경은 더욱더 다채롭다. 노정원, 이현우, 허보리 3인의 작가는 이러한 풍경을 자신의 경험과 시선으로 이야기한다. 작품들이 지닌 각각의 장소적 특징은 초현실적 풍경, 도시의 단면, 자연의 추상성으로 나타나며 전통적인 풍경화에서 중요시해 오던 원근법을 배제하고 주관적으로 해석한 풍경을 캔버스에 담아낸다.

노정원 작가는 폐허의 장소를 그린다. 버려진 곳, 그곳은 실재하는 장소일 수도 상상의 장소일 수도 있다. 작품의 어둡고 차가운 색은 폐허를 더욱 공허하게 만들고 관념의 장소처럼 모호함을 지니게 한다. 이는 관람자의 저 밑 어딘가에 내재하는 어둡고 축축한 기억을 환기시켜  초현실적으로 비춰지는 풍경에 더욱 깊숙이 들어갈 수 있게 한다.

이현우 작가 작업에서 ‘빛’은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노출이 오버된 사진을 보는 듯한 색감, 벽과 바닥에 떨어진 명확한 그림자에서 광량이 풍부한 한낮의 도시를 주목했음을 알 수 있다. 도시에 무수히 존재하는 벽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라는 호기심에서 출발한 작업은 대상을 멀리서 조망하는 시선에서 건물 외벽, 아스팔트 바닥을 보다 가까이 포착하는 방식으로 밀착하며 추상성이 느껴지는 조형 언어로 표현한다.

허보리 작가는 자연이 주는 추상성에 주목한다. 산책하며 주변을 관찰하고 그 과정에서 포착한 아름다움의 대상들을 대형 화폭에 담아낸다. 속도감 있는 필치로 그려내는 풍경은 자유로운 붓 터치와 유화물감의 흘러내림으로 추상적 표현과 회화성을 극대화하고, 관람자가 마치 작품 안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며 공감각적 쾌감을 선사한다.

참여작가 3인은 산책자의 시선으로 주변을 응시한다. 그러다 문득 마주한 대상에서 어떠한 호기심, 떨림, 아름다움 등의 감정적 반응이 느껴질 때 비로소 그 대상은 작가의 풍경이 된다. 주체와 객체의 강렬한 상호작용. 즉, ‘시선의 감정’인 것이다. 그들이 펼쳐낸 우리 시대의 사적인 풍경을 작품과 공간, 관객과의 호흡으로 더욱더 적극적으로 체험하고 향유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아트센터 예술의 시간 큐레이터 이상미

참여작가: 노정원 Noh, Jungwon, 이현우 Li, Hyunwoo, 허보리 Hur, Boree

후원: ㈜영일프레시젼
주최: 아트센터 예술의 시간
기획: 주시영, 이상미
어시스턴트: 정지은

출처: 아트센터 예술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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