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너스 루프 Cygnus Loop

갤러리바톤

2019년 6월 28일 ~ 2019년 7월 31일

갤러리바톤은 6월 28일부터 7월 31일까지 국내외 5명의 신진작가가 참여하는 시그너스 루프 (Cygnus Loop, 백조자리) 전을 개최한다. 이 전시는 평면 회화를 매개로 미국, 유럽, 일본에서 각자 활발히 자신의 영역을 개척해온 젊은 작가들의 대표작을 통해 그들의 작품 세계를 살펴봄과 동시에 다층적으로 분화하고 있는 동시대 페인터들의 지향점을 모색해 보고자 함에 있다. 

미술가에게 있어 ‘조형 의지'는 붓을 들거나 점토를 주물럭 거리고, 소재를 어루만지며 물성을 탐구하게끔 이끄는 시발점이다.  불현듯 떠오르는 ‘조형 의지’는 창작에 대한 욕구가 발화되는 지점인 반면, 빠른 속도로 이러한 최초의 의도가 변질되어 부분 부분 끊임없이 첨삭이 요구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애초에 품었던 ‘조형 의지’의 휘발성, 즉 소멸과 변형은 작가 고유의 스타일 (Style) 구축을 통해 효과적으로 저항하고 극복할 수 있다. 작가 자신만의 기호이기도 한 스타일은 빈출하는 이미지 및 선호하는 색채와 테크닉으로 정의되며, 표현하고자 했던 대상의 외각을 지지하고 빠르게 변질되는 세부 스토리와 배경 등 부수적인 요소들을 붙잡아 놓는 일종의 대응 기제이다. 창작 시간과 수반되는 고뇌와 시행착오는 스타일의 구축을 위해 필연적인 과정이나, 이를 통해서 묘사의 능란함과 비범한 일률성에 다다를 수 있으므로 작가로써는 거쳐야 하는 중요한 과정이기도 하다.

설치, 비디오, 회화 등의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벨기에 작가 리너스 반 데 벨데 (Rinus van de Velde, b. 1983)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이기도 한 대형 목탄 페인팅 근작을 선보인다. 명암이 강조된 거친 필치로 작가 자신 혹은 실물 크기의 인물의 이미지와 그 아래에 등장하는 미묘한 의미의 불특정 텍스트는, 자막이 활성화된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고 즉각적으로 문장과 이미지 간의 상관관계를 탐구하도록 이끈다. 리너스의 작품에 있어 이러한 내레이션과 독백은 작품의 함의를 한껏 고조시키며, 특정한 시공간을 점유한 현실과 가상이 혼재된 장면과 풍경에 여러 가지 개연성을 부여하고 현실성을 배가시킨다. 

작가 자신과 자신의 삶을 둘러싼 일상과 기억, 경험 등에서 영감을 받아, 헤타-우마적 (Heta-uma) 접근법으로 다양한 원색과 거침없는 필치로 사람, 동물과 사물이 어우러져 있는 작품을 선보여 온 일본 작가 미사키 카와이 (Misaki Kawai, b. 1978)는 컷 아웃 (Cut-out) 기법을 활용한 다채로운 색상의 콜라주 작품을 선보인다. 바탕과 대비되는 원색의 종이와 천 조각들은 서로의 경계를 탐구하며 하나의 형상을 구성하는데, 의도적으로 테크닉과 기교가 방임되고 자유로운 드로잉과 색의 혼합이 이끌어낸 화면에서는 원색의 색면들의 의외의 조화와 분출하는 에너지감이 눈에 띈다.

배윤환 (Bae Yoon Hwan, b. 1983)은 자신이 직간접적으로 겪은 일과 사회적 이슈, 떠도는 이야기, 루머, 정치적 사건 등을 고유의 방식으로 풀어낸다. 대형 캔버스에 콩테, 오일 파스텔, 물감 등으로 묘사된 수많은 이미지들은 서로 뒤엉켜서 복잡다단하고 다층적인 서사 구조를 만들어 내는데, 이는 배윤환이 품고 있는 특정한 사건과 납득하기 어려운 사회의 한 단면에 대한 주관적인 해석이다. 이미지와 이야기의 과부하와 상호 교란, 비선형적이고 왜곡된 정보 체계를 탐닉하는 현대 사회의 단면들은 여러 형태의 모습으로 분하며, 뫼비우스의 띠와 같이 처음과 마지막이 혼재된 역동적인 화면을 구성한다.

유이치 히라코 (Yuichi Hirako, b. 1982)는 공통적으로 인간과 나무의 하이브리드적 형상을 주제로 작업을 해 왔다. '자연'이라는 순환계의 핵심이자 동식물이 의식주를 위탁하고 있는 숲은 일본에서는 일종의 신성한 장소로도 간주되는데, 인간의 외형과 유사한 캐릭터는 숲속에서 유유자적하며 다른 생명체와 공생하며 일상을 보내는 것으로 묘사된다. 모든 자연을 통일된 하나의 전체화된 개념에서 조망하는 심층 생태학 (Deep ecology) 관점과도 연결되어 있는 유이치의 작품은, 작품 자체의 미학적 가치 너머 작가의 신념을 드러내는 매개체로서 회화의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미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알렉스 차베스 (Alex Chaves, b. 1989)는 미술사적으로 널리 알려진 작가의 작품을 독창적으로 재해석하는 시리즈로 호평을 받아왔고 이번 전시에서는 피카소의 역작인 ‘게르니카'를 재해석한 작품  (2018)를 선보인다. 알렉스는 각 이미지의 배열과 형태는 차용하되 각 이미지에 화려한 채색을 하고 기하학적 구도 분할과 직선 일변도의 원작 대비 아날로그적인 터치를 강조한다. 그에 의해 새롭게 탄생한 '게르니카'는 공포보다는 혼돈과 의도적인 우스꽝스러움이 강조되었다. 또한, 반복적으로 쓰인 붉은색과 청색, 노란색은 공간에 입체감을 부여하며 주위를 환기시키는데, 이러한 배색의 선택은 자칫 그라피티로 보일 수 있는 작품의 외형에 격식을 부여한다.

출처: 갤러리바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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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 작가

  • 배윤환
  • Misaki Kawai
  • Alex Chaves
  • Yuichi Hirako
  • Rinus van de Vel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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