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무 카미조 개인전: Alone with Everybody

페로탕 삼청

2022년 4월 21일 ~ 2022년 5월 26일

페로탕 서울은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일본 태생의 작가 스스무 카미조의 개인전《Alone with Everybody》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스스무 카미조의 첫 페로탕 전시이자 최초의 내한 전시다.

카미조의 푸들은 작가가 푸들을 처음 그리기 시작한 2014년부터 큰 주목을 받아왔다. 작가가 푸들 작업을 시작하게 된 배경은 이렇다. 어느 날 애견미용사인 애인이 일하는 모습을 보던 중 푸들의 형상이 눈에 들어왔고 그것이 흥미롭게 다가왔다고 한다. 작가는 푸들에 매료된 계기가 거의 우연이나 다름없다고 말한다. 이번에 개최되는 《Alone with Everybody》에서는 본능적 요소와 영묘함이 종종 함께 표현되는 카미조 작업의 지속적이며 유희적인 진화를 확인할 수 있다.

카미조가 그리는 “복슬복슬하고” “선명한 색”의 푸들은 어떤 면에서는 작가가 그려내는 이미지의 세계로 관객을 초청하는 문의 역할을 한다. 작가의 푸들은 점과 형태로 이루어진 채 고요한 풍경 속에 떠다니는 듯한 모습에서 진화하여 이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두지 않았던 관객마저도 푸들의 형상이 무엇을 가능하게 할지 사유하게 하는, 더욱 매력적인 대상이 되었다.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최근작에는 그가 그린 초기 푸들의 모습 또한 나타난다. 푸들의 색은 여전히 선명하고 풍성한 형태 또한 그대로 유지되었다. 다만 그 형상은 이제 추상적인 푸들 형태를 본질적으로 감각적이고 환기적인 무언가로 변모시키는 공간적 요소로 작용한다. 나무가 늘어선 미니멀한 배경에 앙다문 이빨을 드러낸 모습의 푸들은 격렬한 몸짓을 통해 생동감을 드러낸다. 작가가 말하듯, 캔버스에 포착된 푸들의 제스처는 빠르게 써 내려가는 일본 서예의 문자만큼 빠르다. 카미조의 화면에서 이런 재빠른 움직임의 표현은 서예적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빠르게 그려낸 이미지는 작가의 모든 작품에서 장식적 요소로 등장하는 배경의 동그라미에 눈이 고정되기까지 끊임없이 화면을 훑어보며 탐색하도록 하는 시선을 만들어내는 푸들이자 형태가 된다. 동그라미는 캔버스에서 찾아볼 수 있는 다른 색들과 대개 대조를 이루며, 내러티브를 상징하는 편재적인 표지가 된다. 미니멀한 풍경에 얹어지는 카미조의 동그라미는 소박하게 펼쳐지는 그림 속에서 강력하고 친숙하게까지 느껴지는 표식으로 작용한다.

카미조의 화풍은 추상표현주의와 독일 표현주의의 폭넓은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지만 작가 본인은 자신에게 영향을 미친 이들로 빌럼 드 쿠닝(Willem de Kooning), 필립 거스턴(Philip Guston), 그리고 프란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을 꼽는다. 드 쿠닝, 거스턴, 베이컨과 마찬가지로 카미조의 작품은 역동성의 흔적을 담아내며 푸들의 형상이 무엇이 될 수 있는지, 또 관객으로부터 어떤 것을 환기시킬 수 있는지 보여준다. 작가가 여러 번 상기시키듯 그의 그림은 개라는 존재로서의 푸들과는 무관하며, 오히려 푸들의 형상이 무엇을 제시할지에 의미를 둔다. 한 대담에서 작가는 다음의 세 가지 요소에 주목한다고 했다: 푸들의 얼굴, 그림의 풍경, 그리고 회화의 구도 그 자체. 드 쿠닝의 작품에서처럼 카미조가 그린 형상이 캔버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화면을 확대하기도 하고 조정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효과는 상징과 내러티브로 발전하게 될 푸들 형상과 독특한 풍경을 결합하는 붓터치를 그림 속 풍경과 병치함으로써 나타난다.

만약 이 내러티브에 순수성이 있다면 그것은 관객의 개인적 기억과 작가 개인의 발자취에 대한 언질이기도 하다. 생동감 넘치는 붓질은 푸들이 순수한 형태로만 표현될 때까지 그 탐색을 이어간다. 작가의 최근 작품들은 다양한 색의 띠가 파스텔 톤 및 차분한 톤의 색과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루는 초상화의 형태를 취하는데, 가까이서 묘사한 푸들의 얼굴을 강조하는 부분이야 말로 바로 카미조의 그림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서로 어우러지는 지점이다. 거스턴은 자신의 붓질을 통해 언젠가는 얼굴이라는 형상이 나타나길 바랐다고 말한 바 있다. 이를 카미조의 작업에 적용해 본다면 그의 작업은 열린 해석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관객으로 하여금 푸들 이미지 그 자체를 보게 하는 동시에 각각의 점, 모양, 그리고 색의 변화에 주의를 기울이게 하기 때문이다. 복슬복슬하고 무심한 듯한 생명체의 얼굴과 눈빛이 점점 가까이 다가올 때 그 형상은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 해체된 형태로서 교묘히 그 모습을 드러낸다.

결국 우리가 발견하게 되는 것은 예술적 기량이 정점에 이르러 작품을 통해 관객을 매료하고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회화의 대가다. 카미조는 2021년 7월, 한 팟캐스트 방송에서 화가란 종종 본인의 ‘감정의 욕조’를 바탕으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고 언급했다. 그런데 카미조는 푸들이 관객 시선의 핵심까지 파고든 세계로 우리를 초청한다. 관객의 시선은 나무들이 앙다문 푸들의 이빨에 맞추어 말없이, 평화롭고 가지런히 줄지어 서 있는 풍경에 고정되어 있다. 카미조는 자신의 감정을 쏟아내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 아닐 수 있다. 그러한 그림을 마주하는 우리는 작가가 제시하는 수수께끼 속에서 신성하고 고유한 상징성을, 그리고 본능적인 붓질 속에서 피어나는 형태의 근원을 찾는다. – Priyam Goswami Choudhury


작가소개 

스스무 카미조 Susumu Kamijo는 1975년 일본 나가노 출생으로 현재는 뉴욕 브루클린에 거주하며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미국 오리건 대학교를 졸업하고 워싱턴 대학교에서 회화 석사를 졸업했다. 프란시스 베이컨, 빌럼 드 쿠닝의 영향을 받아 탄생한 그의 푸들은 2014년 첫 등장 이래 지금까지 많은 관심을 받아 왔다.

작가가 사용하는 빠르게 마르는 속건성 비닐페인트는 모든 그림에서 그가 말하는 "신속한 결정" 을 하게 한다. 대상을 실감 나게 포착하기 위해 빠르게 그림을 그리는 기술은 작가가 젊은 시절 일본 서예를 배운 경험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또한 창작 글쓰기에 대한 그의 관심은 시의 미니멀리즘과 단편 소설의 놀라움을 모방한 서사적인 "스타일" 을 그의 그림에 부여하기도 했다. 작가는 드로잉과 페인팅 기법을 결합하여 종종 미묘한 색상의 거친 붓질로 도상과 기호의 집합체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그의 작업은 마치 장난스러운 명상과 같은 방법으로 우리의 해석에 충격을 주고, 자극하며, 변형시키는 방향으로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다.

출처: 페로탕갤러리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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