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해녀 사진이냐’고 누군가 말한다면. 이렇게 답하고 싶다. 우리나라 해녀 역사의 최전성기로 꼽히는 20세기 초보다도 우리나라에 사진이 도입된 역사가 앞서지만, 정작 그동안 해녀들의 모습과 생활상을 기록한 사진들이 얼마나 되는가 하고.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유네스코에 등재되고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면서 해녀에 대한 관심이 급상승했지만, 해녀를 대상으로 작업을 이어 온 사진가들도 그리 많지 않다. 장장 15년이라는 긴 호흡과 깊이로 해녀들을 기록해 온 <좀녜>의 김흥구, <숨비 소리>에 이성은, <잠녀>의 박정근, 광고사진 분야에 종사해 온 사진가로서 초상사진이라는 색다른 형식의 해녀 사진으로 해외에서까지 호평을 받은 김형선, 그리고 최근 해녀들의 삶의 현장인 가파도에서 야외 설치의 형식으로 해녀 사진들을 선보인 <할망 바다>의 유용예 등 열심히 톺아도 열 손가락 안짝이다.
그런 속에서 해외에서 거주하는 사진가 송두선이 서울로 보내온 한 묶음의 ‘해녀 사진’은 반갑기만 하다. 송두선이 처음 제주 바다에서 해녀를 본 것은 해녀가 관심권의 영역 바깥에 있던 시절이었다. 뉴욕대학에서 사진을 공부하고 현재 ICP(International Center of photography School)에서 석사과정 중인 이 젊은 사진가는 주로 도시 뉴욕의 화려함과 할렘가의 어두움을 교차 촬영하거나 대륙 곳곳을 횡단하며 미국사회의 민낯을 기록하는 작업들을 이어 왔다. 그런 그의 뇌리에서 우연히 마주친 해녀들의 인상이 잊히지 않았던 것. 결국은 온전히 자의지로 3년 여 동안 뉴욕과 제주를 오고가며 해녀들을 기록하고, 그 사진들을 <해녀 이야기>로 묶었다.
송두선이 보내온 <해녀 이야기>는 덤덤한 제목처럼 해녀에 관한 어떤 극적인 수사 없이 그저 담담하게 해녀들의 일상을 담고 있다. 바다에서 조업 중인 해녀의 모습 이외에도 집에 돌아와 아내이자 엄마로서 가사 일을 하거나 밭일을 하는 해녀의 일상 속으로 또는 수중촬영으로 물속까지 따라 들어가는 등 대상과 최대한 밀착하고자 애썼지만 사진 안에서의 감정적인 거리는 엄정히 유지했다. ‘사진의 본질은 기록성’이라는 자신의 믿음을 <해녀 이야기>에도 그대로 구현코자 한 것이다.
송두선의 <해녀 이야기>는 수중촬영을 제외하고는 모두 중형카메라를 포함한 아날로그 카메라와 필름으로 촬영하였다. 평소에도 가능한 모든 작업을 필름으로 이어가는 그이지만, 사진이 처음 발생한 무렵의 화학적 기록방법 그대로의 방식이 해녀 작업에 더 적합하다고 여긴 때문이다.
3년 넘게 뉴욕의 젊은 사진가를 제주 바다로 끌어당긴 해녀의 인력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우리는 덕분에 또 하나의 해녀 사진을 얻었고, 아마도 그 답은 <해녀 이야기> 사진 속에 있을 것이다.
출처 : 사진위주 류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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