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의 신소장품전 <정・중・동>은 몸을 매개로 예술과 삶을 바라보는 소마미술관의 기조에 따라 몸과 인물, 그것의 연장선상에 있는 자연과 풍경을 다룬다. 제1 전시실은 김태의 인물화와 이만익의 초기 드로잉, 그리고 류인의 조각 작품으로 구성된다. 김태의 누드와 인물화들은 그가 천착한 구상화의 근간을 이루는 특유의 묘사력과 치밀한 구성력의 원천을 보여주며, 또한 작업에 헌신하는 작가로서 구도자적 마음가짐이 드러난다. 이만익의 초기 드로잉은 젊은 작가의 확신에 찬 필력을 유감 없이 드러냄과 동시에 그가 살아나간 시대의 모습과 그것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을 읽을 수 있게 해준다. 류인의 1984년 작 <파란 1>은 빼어난 동세를 품은 묘사적 인체가 상상적 공간과 관계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제2 전시실은 이만익 작가가 서울올림픽의 개폐회식을 기념하여 제작한 특별 시리즈가 전시된다. 이만익 작가는 서울올림픽 미술감독으로 헌신한 바 있다. 20점으로 구성된 연작에는 축제의 주인으로서 세계인을 반기는 설렘, 그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기쁨, 고난을 극복하는 강한 의지, 역경을 탈출하는 성실한 노력, 다가올 미래에 대한 밝은 희망, 다름을 포용하는 정감 어린 화합, 그리고 모두의 안녕을 바라는 강복의 메시지가 담겨있다. 한 편의 설화와 같이 구성된 연작은 한국인이 공유하는 의식과 정서, 세계관을 명약관화하게 표현한다. 이렇게 확장된 한국인의 정체성은 세계로 열린 인류 화합의 자리에서 그 존재를 확고히 드러냈다.
제4 전시실은 현대미술의 맥락에서 다양하게 전개되는 신체와 의식, 자연과 풍경을 다룬다. 전윤정 작가는 일상 생활에서 마주치는 자연 현상들을 노동 집약적 과정을 거치며 추상화 한다. 정헌조 작가는 존재와 인식의 문제를 서로 상대되는 개념과 행위를 병치하고 반복하며 사색한다. 하태범 작가는 매스미디어가 전하는 고통의 스펙터클을 소비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표백된 흰색의 사진 작품을 통해 재현한다. 김병호 작가는 극단적으로 가공된 물질을 제시함으로써 현대 문명의 질서와 논리를 구현한다. 강경구 작가는 특정한 상황에서 드러나는 실존적 인간의 모습을 과감한 필치로 그려낸다. 지희킴 작가는 신체에 얽힌 관념과 신화를 파편화하고 재배열 함으로써 그 의미를 유동화시킨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김태의 풍경화들은 그가 확립한 그만의 양식을 통해 표현된 것들로 일가를 이룬 치밀한 표현과 구성 이외에도 그의 회화에의 부단한 도전과 성취의 단면을 살펴볼 수 있게 하여 준다. / 손성진 선임큐레이터
참여작가: 김태, 이만익, 류인, 전윤정, 정헌조, 하태범, 김병호, 강경구, 지희킴
출처: 소마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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