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가도, 모란도, 호피도, 화조도, 문자도 등 출품된 작품의 면모에서 그의 내공이 켜켜이 쌓여 있음을 볼 수 있다. 그가 심혈을 기울인 작품 속에는 작가의 적극적인 삶의 의식이 깊이 배어 있어, 흔히 쓰이는 민화의 화제가 작가의 심성을 닮은 그림으로 거듭났음을 읽을 수 있다.

그가 그린 책가도에서는 고전적인 장중함, 중후함, 단정함이 묻어나고, 부귀의 상징인 모란도 병풍에서는 화려한 색으로 구름처럼 피어오르는 풍성한 꽃송이들이 넘치는 생명의 기운을 발산한다. 한 올 한 올 세밀하게 그려낸 호피도는 마치 진짜 호피를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며, 부드러운 색조로 적절하게 강약을 조절하여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으면서도 부담스러운 구석이 전혀 없이 능숙하게 그려낸 화조도에서는 전통민화의 품격과 회화적 서정성을 느낄 수 있다.

작가는 작품의 표구에까지 심혈을 기울여, 천연염색에서 작품과 조화를 이루는 색을 찾아냈다. 세심하게 작품의 마무리까지 신경 쓴 작가의 뛰어난 회화적 역량을 통해, 그의 작품세계가 예사롭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숨은 작가로서 오랜 세월동안 다양한 종류의 민화를 섭렵한, 작가의 작품 속에 녹아 있는 필력에서 그의 깊은 내면 성찰의 정신이 엿보인다.

가회민화박물관장 윤열수 '민화의 화려한 외출' 발췌

화조화, 2014, 음양지에 먹, 분채, 각 폭 26 x 46 cm (4폭)

호피도, 2010, 장지에 분채, 각 폭 40.5 x 90 cm (8폭)

책가도(현대풍), 2014, 순지에 분채, 석채, 각 폭 36.8 x 131 cm (6폭)

모란도, 2012, 순지에 분채, 각 폭 39.5 x 145 cm (10폭)

출처 - 학고재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