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융합예술페스티벌 Unfold X 2023: 달로 가는 정거장 The Way Station to the Moon

문화역서울284

Nov. 10, 2023 ~ Dec. 13, 2023

기술은 언제나 다른 모습을 하고 우리 앞에 등장했다. 20세기 초 모더니즘의 선언 아래 도시 공간과의 이동을 신기술을 통해 목표했다면, 2023년 인류를 둘러싼 새로운 기술은 인간의 여행지를 물리적인 실체를 가진 시공을 뛰어넘어 가상의 공간으로 확장해왔다.

《서울융합예술페스티벌 언폴드엑스 2023-달로 가는 정거장》은 예술과 기술의 융복합 방법론을 질의하는 동시대 예술가들, 국내외 여러 기관 등을 연결한다. “달로 가는 정거장”은 1925년 문을 연 유라시아 연결 철도의 출발지였던 문화유산 구 서울역사에서 다가오는 미래에 관해 이야기한다. 과거와 미래, 연결과 이동, 다변화된 기술 기반 생활의 시스템을 내다본다. 《달로 가는 정거장》은 예술가들의 VR, 키네틱, 접촉, 인공지능, 공명 스피커 등을 경유한다. 전시를 통해 기차가 출발/도착했던 각 방은 여정의 모티브를 담은 그 자체로의 루트가 된다.1 이때 ‘루트’라 하는 것은 미술사학자 리사 그린버그가 글 「미로로서의 전시」에서 언급했듯, 전시가 개별 작품을 묶는 주제를 담는 매개물만이 아니라 하나의 독립된 매체로서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2

《달로 가는 정거장》은 세 가지 주제를 연결한다. 첫째, 기술이 도래하게 하는 새로운 시간의 감각이다. 둘째, 기술이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우리’, 공동체의 감각이다. 셋째, 미래 세대와 기술의 전망이다. 《서울융합예술페스티벌 언폴드엑스 2023-달로 가는 정거장》은 기술과 예술의 접촉, 작가-관객-기관의 협력을 통한 예술 플랫폼을 지향한다. 작가의 작업을 경험하며 신체, 미래, 사물에 대한 인식론적 변화를 탐구한다.

이러한 세 개의 주제는 동시대 예술 조건이자 태도로서 다음의 게이트를 구성한다. ‘Gate 1. 환승 시간’은 문화역서울284 중앙홀과 좌우 1층, 서측복도를 아우른다. 서울역 광장, 밖의 소리가 투명하게 들리는 3등대합실에서부터, 기차와 열차 시간표, 문화역서울284에 걸린 파말바(시계)를 관장하던 역장사무실, 귀빈실과 여인들만이 드나들었던 특혜로 치장한 부인대합실, 귀빈실에 이르기까지 이 공간 안에는 기술이 시간의 감각을 다루는 방법론을 보여주는 작업들로 구성된다. 보다 구체적으로, 〈환승 시간 - 인 / 아웃〉 섹션에서는 동시대 융합예술의 역사적 기원과 ‘지금’의 상황을 펼친다. 기술 발전은 이동 시간, 노동 시간 등 시간의 단축뿐 아니라 인간과 사물에 대한 인식론 자체를 탈바꿈화했다.

중앙홀과 3등대합실에 자리한 〈환승 시간 - 인〉 섹션에서는 전시 제목이 불러온 ‘달’의 이미지를 다감각화하는 작가들의 작업에서부터 출발한다. 기술이 변화시키는 방법론으로 진입하며, ‘달’이라는 환영의 동시대적 정의를 시도한다. 기술이 가져온 변화의 다양한 모습을 통해 우리는 21세기 예술과 기술이 질문하는 융복합의 시공으로 시간을 환승하게 될 것이다.

중앙홀을 중심으로 그 좌측에는 ‘걷는 감각’으로 작업들을 끝까지 따라가 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환승 시간 - 아웃〉은 백남준의 〈시스틴 채플〉(1993/2023)의 르네상스 시대 미켈란젤로의 망상을 구현하고자 했던 야심 찬 콜라주적 실천에서 시작한다. 〈환승 시간 - 아웃〉은 오늘날 가상현실(VR)과 인공지능(AI), 파노라마적 시선과 동양 정신의 연동을 통해 각각의 별자리를 그려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Gate 2. 우리, 여행자들’은 기차 출발을 기다리고 그 옆이 ‘임의접속’ 하듯 우연히 앉게 된 어떤 이웃과 타자들을 생각하며 기획되었다. ‘어떤 기차를 타고 누구 옆자리에 앉아 어디로 가는가?’가 질문의 시작이었다. 수십 개의 계단을 올라가면 한국 최초의 서양식 식당이었던 그릴이 있고 그 안의 음식들을 만들고 통신(transfer)하던 철체 운반실, 창문이 있다. 이 공간에서 우리는 ‘우리’라는 명제가 온라인, 오프라인, 인종, 성차, 도시와 국가의 경계를 넘어 어떤 복수의 집합체이자 공동체로 묶이고 분산되는가를 이야기한다.

〈우리, 여행자들〉은 기술 발전으로 인해 변화한 새로운 여정과 항해를 각자 또는 공동의 풍경으로 제시한다. 2층 그릴을 중심으로 한 전시장에는 인류세와 게임적 의상, 아날로그의 기술과 과거를 예측하는 미래의 기술이 공존한다. 〈우리, 여행자들〉은 예술과 기술의 접점을 통해 공동체, 사회, 다른 시간대와 자연과의 공존/긴장을 상상하는, 다른 방식의 ‘인터랙션’, 상호 접촉을 질문한다. 흥미롭게도 ‘Gate 2. 우리, 여행자들’ 섹션에는 독일의 ZKM, 스위스의 HEK, 캐나다 일렉트라 등 서울문화재단과 협력을 맺은 해외 융합예술 기관과 대화 후 초대된 작업들이 놓여있다. 작가들은 ‘그릴 준비실’에서 여전히 음식 향이 나는지 묻기도 했고, 한국의 격자무늬 시공이 마인크래프트 게임의 현존 무대와 얼마나 다른지 궁금해하기도 했다.

‘Gate 3. 내일 도착’은 문화역서울284에서 가장 당대적인 물질성을 지닌 벽과 바닥, 천정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곳에서는 1990년에 제작된 역사적 작업부터 2023년 동시대성을 감각적으로 체감하는 작업들의 향방을 쫓는다. 간이식당으로 이용되었던 통로와 이어지는 복도를 두고 대칭되는 양측 공간에서, 작가들의 2023년 질문들을 보게 된다. 여기 작가들은 각기 다른 말하기의 방법론을 통해 그들 작업에 위치한 기술 감각을 공통의 감각으로 새롭게 질문한다. 관객은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작업해 나가는 작가들의 작업 앞에서 미래로 향할 새로운 예술과 기술이 조우하는 시스템을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 전시가 미래를 과거/현재와 겹쳐 생각하는 ‘공유지’에 기반한다고 본다. 나아가 서울에 거주할 뿐 아니라 서울을 오가며 각자의 상상했던 많은 이들이 여기를 지나가며 집중과 산만, 몰입과 참여, 꿈과 다른 말하기의 방법론을 경험하리라 본다. 마치 전시 출발점에서 우리가 백남준의 미실현 악보 〈20개의 방을 위한 교향곡(SinfoNiE FoR 20 Rooms)〉(1961)을 서울역 공간에 겹쳐 보았던 것처럼, 각자가 자기-위치와 다른 시간대, 그리고 남다른 여정을 함께 살필 수 있기를 바란다.

글: 현시원(《언폴드엑스 2023-달로 가는 정거장》 큐레이터)

1. Reesa Greenberg, “The Labyrinthine Exhibition: A New Genre”, Stedelijk Studies Studies 7, 2018, pp. 1-12.
2. 매체로서의 전시를 다루는 관점은 다음의 글 참조. 폴 오닐, 『동시대 큐레이팅의 역사 : 큐레이팅의 문화, 문화의 큐레이팅』, 변현주 역, 더 플로어플랜, 2019, p. 92.


주최/주관: 서울문화재단
기획·운영: 서울문화재단 융합예술팀 이정훈, 박선영, 권해정, 고영명
큐레이터: 현시원
코디네이터: 권은지, 김예림, 박지수

참여작가: 김치앤칩스, 노브컴파일, 루이-필립 롱도, 룸톤, 류필립, 미셸 브레 & 에드몽 쿠쇼, 박소영, 백남준, 사일로랩, 상희, 서수진 & 카를로 코린스키, 서울발레시어터, 알렉스 베르하스트, 올리 소렌슨, 장지연, 추미림, 트리스탄 슐츠, 페 랑, 허먼 콜겐, G.MAP(김호빈, 장윤영, 임형섭, 김소진)

협력기관: 국립현대미술관, 백남준아트센터, 아트센터나비, 울산시립미술관, 유니버설 로봇, G.MAP(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ELEKTRA MONTREAL, HEK, ZKM

운영대행사: 더와이즈
그래픽 디자인: 플렉엠
홈페이지: 아이큐브시스템즈
홍보: 아이포유웍스
사진·영상: 단추스튜디오, 피그리프 스튜디오
테크니션: 강신대, 전진용
번역: 허보미

웹사이트: http://unfoldx.org/

출처: 서울융합예술페스티벌 언폴드엑스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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