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色) 다른 섬 풍경

이중섭미술관

2019년 11월 15일 ~ 2020년 2월 23일

이중섭 미술관은 지속적으로 제주작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기 위하여 기획초대전을 마련하고 있다. 이는 제주라는 공간을 제주작가가 다양하게 해석함으로써 제주미술의 시각적 확장을 도모하고, 이중섭의 예술정신, 즉 치열한 작가정신을 고취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기도 하다. 이번 기획초대전 <색(色)다른 섬 풍경>展은 이중섭미술관이 추구하는 이중섭의 예술정신을 기리고, 서귀포의 문화도시 구현을 위한 맥락과 맞닿아있다.

제주는 원래 ‘탐라(耽羅)’에서 출발한 독립국이었으나 1214년 이후 고려의 한 현이 되어‘제주(濟州)’라는 이름으로 복속되어 불렸으며, 그 후에도 탐라라는 이름을 혼용하며 조선의 개국을 맞게 되었다. 약 800여 년이 흐른 지금도 많은 제주인의 의식 속에는 여전히 탐라라는 자치적 국가의 그림자가 남아 있다. 따라서 탐라라는 의식 속의 섬과 제주라는 의식 속의 섬은 서로 다른 모습으로 떠오른다.

고대의 탐라는 해외의 섬 국가였으니 매우 독립적인 자치국가로서, 고려시대의 일개 작은 행정 구역인 제주와는 다른 것이었다. 탐라는 비록 고려에 복속되어 정치적으로는 예속이 되었지만 여전히 문화권만은 달랐던 만큼, 섬을 바라보는 육지인과 제주인의 시선도 큰 차이가 있었다. 그것은 해양 중심국이자 목축이 산업의 원동력이어서 육지와는 생산력이 달랐던 특징도 있었던 것에 기인한다. 그러나 제주(濟州), ‘바다 건너에 있는 섬’이라는 이름은 행정 구역으로 격하된 제주라는 말에서 자유와 자치가 없는 평범한 섬일 뿐이라는 관념이 들어있다. 해양국가의 의미는 사라지고 척박하고 보잘 것 없는, 서울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식민지 의미가 내포되었다고 할 수 있다.

섬은 누가 이름을 어떻게 지어주더라도 달라지는 것은 없지만 섬의 자연을 보는 생각들은 정치적 역학 관계가 따라붙기 마련이다. 몽골 지배하의 탐라의 자연은 일본 정벌을 위한 목재 생산지였고, 바다로 에둘러진 초원은 훌륭한 목장이었던 것이 조선에까지 이어졌다. 당시 섬의 풍경은 바로 생산자의 몫으로 평가될 뿐이었다. 그로부터 21세기, 섬은 여전히 얼굴을 바꿔가며 다양한 색깔을 내뿜고 있다. 다양한 자연의 색에 비교되듯 그것을 보는 화가의 시선들도 제각각이 되었다. 비록 오늘도 존재하는 자연이지만 그것이 동시대 작가정신과 만날 때 그 섬의 자연을 보는 시선도 매우 다른 것이다.

하나의 대상에 대한 이미지나 형상에는 사람의 감정이 들어간다. 그래서 자연의 풍경도 이런 감정이입을 거부할 수가 없다. 그것은 다시 말해서 ‘만인에 의한 만인에 의해 해석되는 자연’이라는 말로 바꿔 말할 수 있다. 사람들은 자연 앞에서 그 이미지를 받아들이고 모방하려고 한다. 꾸준하게 자연의 형상들이 모방되고 해석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색(色)다른 섬 풍경>展에서 말하는 색다른 것은 무슨 의미일까. 사전적으로 보면 ‘색다르다’라는 것은 ‘보통의 것과 다른 특색이 있다’는 말이다. 그 특색은 ‘견줄 만한 것이 없을 만큼 특별하게 다르다’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색다르다는 것은 다른 대상과 특별히 구별될 정도로 다르다는 것을 지시하는 것이다. 이번 5명의 화가들이 내놓은 ‘색(色)다른 섬 풍경’은 5명의 화가들이 제각기 다른 스타일로 섬의 자연과 주변 풍경을 그린 것이다.

5명의 화가들은 모두 여성이다. 여성의 감수성을 모아보는 것도 특별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번 <색(色)다른 섬 풍경>展에서는 ‘각 화가들의 개성의 다름, 여성 작가들의 색(色)다름, 우리 시대 풍경을 읽어내는 색(色)다름’이라는 말처럼 21세기를 사는 제주여성작가들이 지각한 제각각의 칼라를 보여준다.

출처: 이중섭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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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 작가

  • 김현수
  • 임영실
  • 박순민
  • 송묘숙
  • 홍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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