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조각을 위한 방법 연구

아마도예술공간

2019년 8월 9일 ~ 2019년 8월 29일

사회적 조각을 위한 방법 연구

이 전시는 우리시대의 미술에서 사회적 조각이란 무엇일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작가들과의 공동 논의를 바탕으로 이를 개별적인 조형 안에서 찾고자 하는 시도이다. 이는 한국미술사 안에서 조각의 위상 변화를 현재적 시점에서 고찰하는 과정이자 사회를 놓지 않는 조각의 가능성에 대한 물음에서 출발한 것이다.

그 질문의 단초는 1980년대 한국미술사에서 나타났던 운동에 주목한 것이었다. 80년대는 한국사의 변곡점으로, 이는 미술에도 깊은 영향을 미친다. 추상 경향의 미술을 넘어 등장한 새로운 미술은 박정희 군부독재에 내재되어 있던 착취와 억압을 표출했던 인민들의 움직임에 대응하여 새로운 흐름을 형성한다. 백색회화라 일컬어지는 70년대의 지배적 경향이 추구했던 형식 실험은 현실과 사회 대신 작가의 정신이나 내면으로 눈을 돌린 결과물이었다. 이들과 달리 80년대에 미술가들은 요동치는 사회에 침묵할 수 없었다. 그들의 화면에는 농민, 노동자, 도시빈민 등 기층민중의 모습이 드러난다.

섣부른 판단일 수 있지만, 이 시기 평면과 회화를 중심으로 한 미술운동이 사회와의 호흡에서 적극적이었던 것과 달리 조각장에서의 변화는 더디게 나타난다. 60-70년대의 엥포르멜, 모더니즘, 미니멀리즘 계열의 조각과도 다르고 구상 조각과도 다른 조각의 경향이 등장했지만, 당대 인민들의 열망에 적극적으로 접속하기보다 물질문명, 산업화에 따른 인간 소외라는 실존의 문제에 더 초점이 맞추어진다. 다른 한편 한국미술계는 80년대 중반 이후 서구의 포스트모더니즘을 수용함으로써 설치 또는 매체의 확장을 꾀한다. 어쩌면 급진적 조각의 실험적 가능성은 채 열리지 못한 채, 이후에도 몇몇 독보적인 작가들의 개별적 성취만을 남긴 것이 사실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추측된 역사적 사실일 수 있지만, 이 전시에서 그 역사를 들쑤셔서 다시 조각을 호명하고, 사회라는 너무나도 당연한 의제를 끌어내고자 한 것은 이를 의식의 차원에서 표명하기 위해서이다. 그사이 조각으로 작업하는 작가들이 이전보다 더 많았으면 많았지, 더 발전된 조형언어가 등장했으면 했지, 없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런 양적 확대와 조형형식의 발전만을 승인한다면 더 중요하게 취급되어야 할 것들을 놓치고 만다. 우리에게 조각이 시대와 함께 변화되었다면 그것이 무엇인지를 의식해보고 그 정체를 고민해보는 것, 그와 함께 사회와 호흡하는 조각이란 무엇인지를 짚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물론 이를 의식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리고 이 전시가 그것을 단번에 이루어냈다고 주장할 수도 없다. 그렇지만 시작점에서 그러한 문제의식을 가져보고자 한 것이다. 이는 또한 여전히 전도되어 있는 세계에 던지는 질문이면서 현대미술에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어쩌면 예술의 긴 역사 안에 내재해 있는 풍부함을 사상(捨象)해 버린 동시대 미술의 운명이 야속했기 때문인지도. ‘사회’와 ‘조각’은 분명 지금 미술의 관점에서 대우받지 못한다. 그럼에도 그것들이 담고 있을 본질에 대해 작가들과 함께 나누고자 했다.

사회적 조각을 제시하는 방법론을 탐구하기 위해서는 긴 연구 과정을 거쳐야 하겠지만, 우선 할 수 있는 것에서부터 출발했다. 한국 조각사를 간략히 살펴보았고, 참여 작가들이 개별 작업을 소개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다. 그리고 80년대를 경유하여 90년대, 2000년대에 한국 조각의 단면을 나누어줄 선행 작가 두 분을 만났다. 심정수, 김홍석 작가 두 분은 귀한 시간을 내어 자신들의 작업세계를 일별하여 알려주었고, 시대를 바라보았던 자신들의 손과 눈을 공유해 주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거쳐 이 전시의 성과는 작가들의 작품과 작가들 각각이 구축해 온 자신의 작업 세계에서의 방법에 대한 고민으로 귀결되었다. 그리고 전시의 시작점이었던 사회적 조각이 무엇인가에 대한 대화와 토론이 저변을 이룸으로써 모종의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그것은 각자의 단계에서 사회에 대해, 조각에 대해, 또 자신의 방법에 대해서 고민한 시간이었다. 여전히 창작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작가들이 그간 자신이 했던 작업들을 돌아보고, 그에 대해 스스로의 방법을 규정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는 기획자로서 개별 작가의 작업에 대한 면밀한 연구를 선취하지 못한 채, 사후적으로 수행함으로써 빚어낸 오류일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어긋남 속에서도 작가들은 열심히 응해주었고, 현재 각자의 작업이 놓인 위치에서 그 고민 안에서 개별 작품을 생산해낸다. 사회와 조각을 염두에 두면서도 자신의 방법을 구해내면서 말이다. / 신양희

디자인: 배지선
후원: 문화체육관광부, 서울시, 서울문화재단

출처: 아마도예술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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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 작가

  • 권용주
  • 연기백
  • 이수성
  • 손혜경
  • 전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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