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들과의 관계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속성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속성은 낯선 것, 주변부, 다른 것들(others)과 끊임없이 관계하는 한 시대의 비전과 함께 나 그리고 사회의 존재론으로 번안되어 점점 더 적극적인 모양새를 갖추었고, 사회 일반에서 소통과 화합과 같은 ‘좋은 것’의 누빔점을 꿰어 널리 권장되곤 한다. 그러나 이 당연하고도 익숙한 구호가 무색하게, 혐오와 추방을 부추기는 단절의 삶들이 부단히 실행되고 있다.
관계를 긍정하는 낯익은 말들 그러나 실패한 현실들이 어느 것 하나 지지 않는 지금의 불화를 바라보며 전시는 질문한다. 관계는 무엇이었고, 무엇이 될 것인가? 전시는 먼저 얼굴이 휘발된 ‘관계’를 불러왔고, 고길숙, 권창섭, 성다영, 양태훈, 이보라를 통해 마주한 질문을 탐색하기로 하였다. 이들을 각자의 고유한 시선으로 답하고 있지만 고정되지 않은 채, 질문이라는 길 위에서 서로가 서로의 문을 터주고 괄호치는 동사로 작용할 것이다. 전시는 이 길목에 선 당신 또한, 당신만의 언어로 관계를 다시 소환하고(bring back), 견디고-지탱하고(bear), 언급하는(refer)* 재-서술의 시간을 갖길 바라며, 이것이 작은 출발점이 되어 ‘우리들의 관계’가 당신에 의해 조금 더 선명히, 살아 있는 것으로 부화되길 희망한다.
*relate의
어원은 라틴어 referre의 과거완료형인 relatus에서 유래하였다. referre는 ‘to carry/bring something/somebody back, to bear’의 의미를 지니며 이는 ‘refer’의 어원이기도 하다.
참여작가:
고길숙, 권창섭, 성다영, 양태훈, 이보라기획:
권혜인디자인:
유지수본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 2021시민큐레이터 전시지원사업 선정 전시입니다.
출처: 서울시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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