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존과학자 C의 하루 Conservator C's Day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2020년 5월 26일 ~ 2020년 11월 29일

국립현대미술관 (MMCA, 관장 윤범모)은 보존과학을 소개하는 상반기 기획전 《보존과학자 C의 하루 (Conservator C’s Day)》를 5월 26일(화)부터 10월 4일(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미술품수장센터, 이하 청주관)에서 개최한다. 

《보존과학자 C의 하루》는 미술품의 수집, 전시, 보존·복원이라는 미술품의 생애주기 중 ‘보존·복원’에 대해 소개하는 전시로 익히 알려진 미술관의 주요 업무와 달리 다소 드러나지 않았던 보존과학의 이야기를 전시를 통해 소개한다. 전시제목의 ‘C’는 ‘컨서베이터(Conservator)’와 ‘청주(Cheongju)’의 ‘C’를 가리키기도 하고 동시에 삼인칭 대명사 ‘-씨’를 의미하기도 한다.

미술작품은 탄생의 순간부터 환경적, 물리적 영향으로 변화와 손상을 겪지만 보존과학자의 손길을 거쳐 다시 생명을 얻는다. 탄생과 소멸이라는 일반적인 생로병사 과정에서 보존·복원을 통해 생명을 연장하는 작품의 생로병생(生老病生) 과정인 것이다. 현대미술로 보면 이것은 물리적 생명 연장을 넘어 작품에 새로운 의미를 불어넣는 과정과도 같다. 《보존과학자 C의 하루》는 이 과정의 중심에 있는 보존과학자를 전시의 한 축으로 삼아 특히 가상의 인물인 ‘보존과학자 C’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방식으로 보존과학에 접근한다. 기획자의 시각으로 바라본 보존과학자의 일상을 인문학적으로 접근하여 작가와 작품, 관객 등 다양한 관계 안에서 보존·복원을 수행하는 한 인물의 일상과 고민 등을 시각화한다. 이번 전시는 현대미술의 보존·복원이라는 측면에 집중하여 보존‘과학’을 문화와 예술의 관점으로 들여다보고자 하는 시도이다. 

전시는 상처, 도구, 시간, 고민, 생각 등 보존과학자의 하루를 보여줄 수 있는 주요 단어를 선정하여 ‘상처와 마주한 C’, ‘C의 도구’, ‘시간을 쌓는 C’, ‘C의 고민’, ‘C의 서재’라는 5개 주제로 나누어 구성되었다. 전시 공간을 따라 이동하며 상상과 실재 사이에서 구성된 보존과학자 C의 일상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구조이다.

‘상처와 마주한 C’는 일상적으로 작품의 물리적 상처를 마주하는 보존과학자의 감정을 공감할 수 있는 공간이다. 텅 빈, 어두운 공간에는 사운드 아티스트 류한길의 작품 소리만이 울려 퍼진다. 시각적 요소가 배제된 공간에서 울리는 기계음, 파열음 등 물질의 손상을 연상시키는 각종 소리들이 긴장과 불안을 일으킨다.

‘C의 도구’는 실제 사용되는 보존과학 도구와 안료, 분석 자료, 재해석된 이미지 등을 함께 전시하여 보존과학실의 풍경을 재현한다. 작가 김지수는 청주관 보존과학실을 순회하며 채집한 공간의 냄새와 보존과학자의 체취를 유리병에 담아 설치한다. 실제 냄새는 나지 않지만 그 시각적 설치 효과로 보존과학실의 냄새를 상상할 수 있도록 한다. 정정호 작가는 보존과학실의 각종 과학 장비를 새로운 각도에서 주목한 사진 작품을 소개한다. 예측하지 못한 도구와 장비의 이미지는 보존과학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각적 기회를 제공한다. 이와 동시에 실제 보존과학자의 초상을 사진 속에 박제함으로써 실재와 상상의 경계 사이에서 보존과학자를 인식하게 한다. 주재범 작가는 이미지의 최소 단위인 픽셀을 활용한 애니메이션 영상을 소개한다. 높은 화소 수로 경계 없이 매끄러운 이미지가 가능한 시대에 면과 면의 경계가 분명한 픽셀의 단순함을 활용함으로써 시간과 시간을 오가며 작품을 복원하는 보존과학자의 하루를 형상화한다. 마치 고전 게임을 연상하게 하는 영상 속에서 보존과학자 C는 ‘미션 클리어’ 하듯 작품을 복원해 나간다. 

‘C의 도구’ 공간에서는 이 외에 수백 종류의 안료와 현미경 등 광학기기, 분석자료 등이 함께 배치되어 보존과학자의 현실을 함께 보여준다. 특히 한국 근ㆍ현대 서양화단을 대표하는 구본웅(1906-1953)과 오지호(1905-1982)의 유화작품을 분석하여 1920~80년대 흰색 안료의 성분 변화를 추적한 분석 그래프와 제조사에 따라 물감의 화학적 특성이 다름을 시각화한 3차원 그래프는 보존과학에 있어 ‘과학’의 영역을 보여준다. 또한 자외선, 적외선, X선 등을 활용한 분석법을 통해 실제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그림 속 숨겨진 이미지를 확인할 수 있다. 특히 X선 조사법을 통해 구본웅의 1940년 작 〈여인〉에서는 집, 담장으로 추측되는 이미지가 발견되었고, 오지호의 1927년 작 〈풍경〉에서는 숨겨진 여인상을 확인할 수 있다.

‘시간을 쌓는 C’에서는 실제 보존처리 대상이 되었던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 실물과 복원의 기록들을 담은 영상을 함께 전시한다. 야외전시로 인해 표면의 변색과 박락 등 손상이 심했던 니키 드 생팔(1930-2002)의 〈검은 나나(라라)〉(1967)의 복원 과정을 통해 현대미술의 보존 방법론을 소개한다. 또한 신미경의 〈비너스〉(1998) 등 비누 조각 작품을 통해 현대미술의 재료적 특성을 확인하고, 다각도로 실험하여 보존·복원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1989년 보존처리가 이루어졌던 이갑경(1914-미상)의 〈격자무늬의 옷을 입은 여인〉(1937) 은 2011년 재보존처리 되었는데, 이것은 보존의 과정이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후대에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외에도 이서지(1934-2011), 육명심, 전상범(1926-1999) 등 작품 분야별 보존·복원에 관한 기록을 영상으로 소개한다.

‘C의 고민’에서는 작품을 보존·복원하는 과정 중에 보존과학자가 겪는 다양한 고민을 시각화 한다. 특히 TV를 표현 매체로 사용하는 뉴미디어 작품들의 복원 문제에서 새로운 기술과 장비의 수용 문제를 다룬다. 우종덕 작가는 최근 이슈가 되어온 백남준 作 《다다익선》(1988)의 복원 문제와 관련한 3가지 의견을 영상 설치 작품으로 소개한다. 한 명의 인물이 3개 채널로 나뉘어 각기 다른 의견을 이야기하는 영상은 한 사람의 보존과학자가 복원을 수행하기까지 고민하며 방향성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C의 서재’는 유동적인 현대미술을 보존·복원하는 보존과학자의 연구 공간이다. 과학자이면서 동시에 인문학적 지식 배경을 갖춘 보존과학자 C의 감수성을 보여줄 수 있는 소설을 비롯해 미술, 과학 도서 등의 자료들을 함께 배치하였다. ‘C의 서재’공간 구조는 제로랩의 디자인으로 완성되었다. 제로랩은 실험실의 느낌을 주는 아연 도금 강판을 소재로 서재를 디자인하여 규칙적 공간 속에서 불규칙적인 자료들을 해석할 수 있는 다층적 공간으로 완성하였다. 이 공간에는 또한 前 국립현대미술관 보존과학자인 강정식, 차병갑, 김겸의 인터뷰 영상을 소개하여 보존과학자로서의 일과 삶을 다각도로 살펴볼 수 있도록 하였다.

《보존과학자 C의 하루》전은 유튜브 채널(youtube.com/mmcakorea)을 통해 ‘학예사 전시투어’ 영상으로도 만날 수 있다. 전시를 기획한 김유진 학예연구사의 설명과 생생한 전시장을 담은 녹화 중계로 7월 2일(목) 오후 4시부터 30분간 진행된다. 중계 후에도 유튜브를 통해 영상을 계속 볼 수 있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와 같이 미술품의 생명을 연장하고 치료하는 보존과학자의 다양한 고민들을 시각화한 흥미로운 전시”라며, “하나의 작품을 보존·복원하기까지 작가와 작품 등 다양한 관계에 대한 연구와 담론, 실재와 상상의 경계 사이에서 보존과학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수도권 강화된 방역조치에 따라 5월 30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과천, 덕수궁 3관은 휴관중이지만, 청주는 미술관 홈페이지 사전예약을 통해 관람이 가능하다.


전시구성

상처와 마주한 C 
일반적으로 우리는 전시를 통해 온전한 상태로 소개되는 작품들을 만난다. 하지만 온전함을 유지하기 위해 일상적으로 작품의 상태를 확인하고 상처 입은 작품들을 만나는 사람들이 보존과학자이다. 작품의 상처를 마주했을 때 보존과학자는 어떤 감정을 갖게 될까. {상처와 마주한 C}에서는 ‘상처’라는 작품의 물리적 훼손과 보존과학자의 감정이 맞닿는 지점을 소리를 통해 재현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소리’는 더욱 직관적으로 인간의 정서를 전달한다. 시각적 요소가 배제된 이 공간에서는 작품의 훼손을 발견했을 때 느끼는 보존과학자의 직관적 정서를 오직 소리를 통해서 상상할 수 있도록 한다.
참여작가: 류한길

C의 도구 
현대미술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미술 재료뿐만 아니라 한계 없는 다양한 재료로 창작된다. 이 재료들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화되는지 혹은 영구성을 갖추었는지에 대한 시간적 증명 없이 환경적 요소와 결합하여 전혀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변화되기도 한다. 보존과학자는 재료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위해 과학 장비들을 사용하여 수많은 안료의 성분을 분석하고 자료화한다. 또한 과거의 방식을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 전통적 도구를 만들어 사용하고, 재질에 맞춰 여러 분야의 도구와 장비를 사용한다. 결국 모든 도구는 보존과학자에 의해 사용되는 것으로, 보존과학자의 눈과 손 또한 작품 복원을 위한 도구인 셈이다. {C의 도구}에서는 실제 사용하는 보존과학 도구와 재해석된 이미지, 자료를 함께 전시하여 보존과학실의 풍경을 재현한다.
참여작가: 김지수, 정정호, 주재범 / 구본웅, 오지호, 정성근

시간을 쌓는 C
미술작품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크고 작은 변화를 겪는다. 물리적 혹은 화학적 손상을 입은 작품들은 보존과학자의 손을 거쳐 원상태로 복원된다. 하지만 겉으로 보기에 이전과 다르지 않더라도 그 흔적은 작품 속 보이지 않는 곳에 새겨져 있다. 보존과학자는 작품의 자연스러운 생애 주기의 과정 속에서 과거와 미래의 시간을 연결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개입하며, 작품에 계속해서 시간을 쌓아간다. 이때 작품의 손상 전후 결과와 그 사이의 수많은 과정들은 모두 기록되어 이후의 보존과학자에게 전달된다. {시간을 쌓는 C}에서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 실물과 그 복원 과정의 기록을 함께 소개하여 작품 속에 담긴 시간을 시각적으로 재현한다.
참여작가: 권진규, 니키 드 생팔, 신미경, 육명심, 이갑경, 이서지, 전상범

C의 고민
현대미술은 작품에 반영된 작가의 의도가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작가의 생각과 의도 자체가 작품이 되어 그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작품이 손상되었을 때, 작가의 의도를 해치지 않으면서 원상을 복원하기 위해 보존과학자는 고민한다. 작가를 만나 소통하고 작품과 관련한 자료들을 조사하며 객관적 기록과 사실을 바탕으로 복원을 수행하기 위해 노력한다. 작품은 한번 복원했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그 변화를 추적하기도 한다. 특히 뉴미디어라 불리는 새로운 매체의 경우 기술과 장비의 계속되는 진화를 수용하면서도 작가의 의도를 해치지 않기 위해 보존과학자의 고민은 계속된다.
참여작가: 우종덕

C의 서재
현대미술은 매우 유동적이다. 매체를 규정하거나 재료에 한계를 두지 않는다. 현대미술을 보존하고 복원하는 보존과학자는 유동적인 현대미술의 흐름 속에서 새로운 지식과 경험을 습득하기 위해 연구를 거듭한다. 보존과학은 전통 방식의 기술뿐만 아니라 첨단 기술을 통해 이루어지기도 하기 때문에 작품에 가장 좋은 복원 방법을 찾기 위한 지속적인 연구는 필수적이다. {C의 서재}는 과학자이면서 동시에 인문학적 지식 배경을 갖춘 보존과학자 C의 감수성을 보여주는 도서와 자료들을 통해 보존과학자의 생각을 한층 더 이해해볼 수 있는 공간이다.
참여작가: 제로랩


출처: 국립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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