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재현 개인전 : Sorry Mommy Romance 쏘리마미로망스

오시선

2020년 1월 18일 ~ 2020년 1월 31일

성별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억압된 성과 억압하는 성만이 있을 뿐이다. 성별을 만드는 것은 억압이지 그 역이 아니다. 그 역은, 억압을 만드는 것이 성별이며, 억압의 원인(기원)은 성별 그 자체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하거나, 사회 이전에(혹은 바깥에) 이미 존재해 있던 성별의 자연적 구분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모니크 위티그 Monique Wittig, La Pensée straight, Paris, Ed. Balland, 2001. pp.42-43.

우리는 남성성이라는 것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 남성성은 여성성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모니크 위티그의 말처럼 성별의 구성은 권력의 다이나믹에 의해 형성된다면, “남성이 아닌 것”은 어떤 것인가? 이 “남성이 아닌 것”은 보호되어야 하는 약하고, 부드럽고, 그렇기에 사랑스럽지만 또 불안정한 존재로 간주되는 것 같다. 이 존재의 남성에 대한 상대적 열등함은 남성에 의한 관리, 통제를 뒷받침하고 있다. 남성성은 열등한 “남성이 아닌 것”이 소거됨으로서 만들어지는 제한적인 개념이다. “울면 고추 떨어진다!” 와 같은 말처럼, 약함을 드러내는 순간 남성은 자신의 남성성을 위협당한다. 남성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계속 스스로의 약함을 부정하기 위해 노력해야만 하는 것이다. 이것이 한국남성이 말하는, 남성이기에 가지는 부담이라고 생각된다. 이 무거운 짐은 종종 낭만화 되기도 하는 것 같다; 군대 특히 해병대의 낭만, 그리고 식구를 먹여 살리는 가장의 자기희생적 낭만이 어떻게 미디어에서 그려지는지 생각해 보라. 이러한 낭만화를 통해 남성이 아닌 것을 무임승차자로 규정하면서, 남성성은 스스로를 위안하고, 또 남성성이라는 테두리를 지킬 수 있다. 자신의 신체적, 정신적 약함에 솔직하지 못하면서까지 남성성을 지켜야 한다면 자신의 신체는 편안하지 않을 것 같다. 남성성이 그렇게 소중하고 또 조그만 행동으로도 쉽게 오염되는 것이라면 남성성은 연약하다.

방재현은 남성성이 왜 이렇게 연약한지 질문하기 위해 “Disidentification”의 전략을 사용한다. 퀴어 퍼포먼스 이론가 호세 에스테반 무뇨즈(José Esteban Muñoz)가 이야기하는 Disidentification은 젠더적, 인종적, 계급적 틀에서 기대되는 정체성에서 벗어난 사람들이 스스로 정체성을 만들어나가기 위한 방식이다. “탈동일시”로 번역되는 이 용어는 정체성을 형성하는 방식에 있어 사회의 기준을 받아들이는 한편, 동시에 그 틀의 바깥으로 벗어나고, 그 틀을 질문하고, 또 확장시키는 수행을 말한다. 이와 같이, 방재현은 자전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사회의 남성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그 역할에서 계속 실패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방재현이 생물학적 남성으로서 남성중심적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존중받는 한편, 어머니에게 의존적인 연약한 모습 때문에 무시받을 때, 방재현의 작업은 자신의 신체가 편히 있을 만한 장소를 찾는 생존전략이다.

강인하며 주체적이어야 규범적 남성상을 수행하는 거라면, 어머니에게 정서적으로 의지하며 30대의 나이에 독립하지 않고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 작가는 그러한 남성상에서 벗어나 있는 편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와 어머니의 유독 살가운 관계를 불편하게 여긴 작가의 한 지인은 이 관계를 저격하는 글을 대학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린다. 악플러들은 이 관계를 혐오하며 모자간에 대한 추악한 상상을 펼쳐나갔다. “마마보이는 엄마 쭈쭈나 먹고 와!” 이와 같은 반응은 작가를 미성숙한 존재, 혹은 근친상간적 존재로 간주하고 있었다. 이러한 악성댓글에 작가는 답한다; “그래? 그럼 엄마 쭈쭈 더 먹을게!” 작가는 악플러들이 자신을 상상하는 방식을 차용하고 증폭시켜서 악플러들을 역으로 괴롭히고자 하였다. 이렇게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모자간의 “정상적” 관계를 거부하고 다양한 관계의 결을 상상하며, <쏘리마미로망스>가 시작되었다.

작가는 5명의 만화가들에게 어머니와 아들이라는 관계를 가린 카톡 대화록을 보여주고, 그것을 바탕으로 만화를 제작하도록 한다. 이 2차 창작으로서의 팬픽 망가는 두 존재의 애착을 극대화하여 망상을 발전시키고, 종의 경계를 뛰어넘거나 야오이, 백합을 상기시키는 다양한 커플링을 그려낸다. 그 다음 단계로 작가와 어머니는 팬픽 망가의 주인공이 되어 로맨틱한 관계를 재시연한다. 이 과정은 마치 큰 인기를 끌었던 만화를 실사영화로 만들었을 때 대부분 흥행에 실패하고 팬들은 실망하게 되는 현상을 떠올리게 한다. 2d 만화를 3d 현실로 옮겨왔을 때의 간극, 오글거리는 대사와 드렉을 연상시키는 코스츔, 그리고 자꾸만 캐릭터 이입에 실패하는 몸은 보는 이로 하여금 기묘한 감정을 유발시킨다. 신체의 경계를 가로지르며 자신을 끼로쒀~~ 천명하는 작가를 볼 때 관객은 키득거리는 가운데 당황스러움을 느낀다. 날계란을 껍질째 씹는 것처럼 비릿한, 괴로움이 뒤따르는, 펑키한 웃음이다.

“천국에는 웃음이 없다”는 말은 여러 방식으로 이해될 수 있겠지만, 나는 이 말이 웃음의 악마성을 시사한다고 생각한다. 웃음은 (하나님)아버지의 엄숙하고 딱딱한 법을 비틀어 균열을 내는 반항이다. 웃음은 짓궂게 도망가는, 영원히 잡히지 않을 부정성이다. 웃음은 패러디다; 웃음은 반복을 통해 드러나는 어긋남에서 베어나온다. “그래? 그럼 엄마 쭈쭈 더 먹을게!”라고 악플러들의 말을 반복하였을 때 방재현은 악플러들의 목소리를 모방하면서도, 그들의 규범을 뒤집고, 그것으로부터 미끌어지는 방식 즉 웃음으로 악플러들을 능멸하고 있다. 이 시고 간지러운 웃음에 납작하게 짓눌려 옴싹달싹 못하고 무장해제당하는 경험…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에게 이 경험은 소중할 것이다. 이것은 정상성 수행에 실패하고 빗겨나가는, 비주류의, “악마적”으로 간주되는 퀴어한 몸들이 잠깐이나마 숨을 돌릴 수 있는 진공상태이기 때문이다.

글: 신희정

일시: 2020년 1월 18일(토) - 1월 31일(금), 1-7pm
장소: 오시선, 지하극장(서울시 강남구 논현로6길 26)

오프닝 행사: 2020년 1월 18일(토), 6pm 
*오프닝 행사에서 쏘리마미로망스 코믹북이 무료배포됩니다. 

주차: 포이초등학교 공영주차장 

출처: 지하출판소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참여 작가

  • 방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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