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스페이스 영등포는 오는 2023년 3월 16일부터 3월 23일 까지 박선영의 개인전, 《잘못된 장소 THE WRONG PLACE 》를 개최한다.
박선영은 이번 전시를 통해 21세기 동시대인이 빈번한 이동과 이로 인한 삶의 유동성의 구조 속에서 필연적으로 집과는 다른 어느 곳을 경험한다는 점과, 이와 상대적으로 집은 이주와 이동을 통해 장소 사이를 오가며 점점 더 부재한 것처럼 보인다는 점을 계기 삼아, 대안적 장소 개념인 ‘잘못된 장소’를 통해 동시대인의 집, 장소, 그리고 정체성에 대해 재고해 보고자 한다. 이번 전시의 타이틀이자 전시 구성의 중심에 있는 “잘못된 장소”라는 개념의 설명은 아래와 같다.
권미원의 에세이 『잘못된 장소(The Wrong Place, 2000)』에 등장하는 ‘잘못된 장소’와 그에 따른 ‘일시적 귀속’은 장소의 특정성과 특정 장소로부터 벗어나는 유동성 사이에서 장소와 귀속을 새롭게 사유하는 개념이다. 일반적으로, 자신의 일상과 유리된 낯선 장소 즉, 자신이 속해 있지 않은 잘못된 장소는 위험과 불안의 근원이라고 여겨진다. 그러나 잘못된 장소는 돈 드릴로(Don DeLillo)의 희곡 팔파라이소 (Valparaiso, 1999)에서 주인공 마이클 매저스키(Michael Majeski)가 의도치 않게 경험한 잘못된 여행의 예시를 통해 자기 자신이 완전히 속해 있는 올바른 장소 또한 어디에도 없으며, 장소에 뿌리를 둔 근원적 정체성이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되새긴다.
결국, 잘못된 장소의 개념은 장소 결합적 정체성이 더 이상 성립될 수 없음을 재확인시킨다. 동시에, 일상적인 시공간 경험에서 벗어난 불안한 장소 경험에서 가능해지는 자아 각성의 효과와 새로운 정체성 형성의 가능성을 보여줌으로써 장소 귀속과 이와 연결되는 정착주의에 저항하는 한편, 그 한계를 보완하고자 한다. 권미원은 이러한 잘못된 장소와 일시적 귀속의 경험은 올바른 장소와 잘못된 장소를 구분 짓던 우리의 기존의 이원론적 인식 체계를 해체하고 올바른 장소에 대한 정착주의적인 믿음과 그 믿음에 기댄 정체성의 불안정성을 폭로한다고 설명한다. 왜냐하면 매저스키에게 자신의 상황에 대해 각성하게 하고 스스로의 정체성을 설명하는 여행을 시도하게 해준 것은 장소의 올바름이 아니라 잘못됨이었고, 귀속이 아닌 일시적 귀속이었기 때문이다.
“잘못된
장소”박선영
나는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러한 감정을 느꼈을 때는 2007년 집을 떠난 후 몇 년 뒤 처음 돌아왔을 때 였던 것 같다. 반면, 내가 이주민에서 유목적 주체로 거듭나는 동안 새로운 문화적 정체성과 함께 나의 고유한 정체성을 설명해준 것은 특정한 물리적인 위치가 아닌 기억이었다. 그 중에서도, 1998년 국군 사건으로 인한 가족의 죽음과 관련한 희미한 기억은 은연 중에 내가 표류했던 장소와 창작 과정에서 불규칙적이지만 반복적으로 드러났다.
2006년 내가 이 기억을 처음 다루기 시작했을 때, 나는 정확히 정의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 기억이 이주 후 향수를 통해 되살아나고 사진 이미지를 통해 떠올려지는 과정을 체험하면서 이것은 경미한 외상의 결과이자 이주의 증상임을 이해하게 되었다. 나는 이렇게 특정한 시간이나 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어떠한 기이한 경험을 이끌어내는 상실, 변위, 향수, 그리고 (외상) 기억을 나의 창작의 토대이자 연료 그리고 집을 재창조하기 위한 상상의 매개체로 승화시킨다.
집에 대한 이미지와 공간을 만드는 과정은 나의 시각적 논리와 사진적 언어를 세계와 그 안의 나의 경험을 이해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한다. 나는 작품에서 특정 장소의 의미를 언급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진술의 본성이 환영하는 방식으로 풍경을 균질화한다. 나아가, 나는 현재 또는 사진 이미지의 물리적 영향력과 그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이미지, 오브제, 기억의 파편들을 현재의 특정 공간에 재위치시킴으로써 사진이 평면에서 입체로 확장되는 과정과 그 가능성을 탐구한다.
사진은 작업에서 여러 차원으로 작동한다. 발견된 오브제를 촬영한 아카이브로서, 사진적 시간성을 포함하는 물리적 대상으로서, 기억 속의 장소를 연상시키는 촉각 오브제로서, 장소에 대한 욕망을 탐색하는 기억 이미지로서, 내 경험의 주관적인 해석으로서, 그리고 (일시적인) 새로운 집을 암시하는 사진 조각과 풍경이 제공하는 ‘어딘가 다른 곳’에 대한 환상으로서 구현된다.
이러한
작품 형성을 통한 나의 주된 관심은 내가 더 미묘하고 복잡한 동시대 환경에 참여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다른’ 장소는 부분적으로 상상 속에 속한다. 나에게 이 장소는 한 집과 다른 집이 분리되어 있는 두 대륙으로 나뉘기도, 이주 전과 후, 더 거슬러 이산 전과 후의 시간적 확장이기도 하다. 나는 우연을 통한 만남, 과거와 현재, 시간과 공간의 불일치의 경험에 의해 만들어지는 ‘다른’ 장소에 대한 인식이 초근대성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무엇을 가르쳐 줄 수 있는지 생각해 보고 싶다.
참여작가: 박선영 Sunyoung Park
출처: 프로젝트 스페이스 영등포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March 24, 2023 ~ Aug. 27,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