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화, 전명은: 프레임 토르소 날개 Frame Torso Wings

누크갤러리

2024년 10월 25일 ~ 2024년 11월 23일

프레임  토르소  날개 Frame  Torso  Wings
조정란

사진가는 사각의 프레임 안에 자신이 마주하는 수많은 것들을 담아낸다. 

사진가의 할아버지께서 만드신 목침은 그 선의 날렵함이 날아오르는 새를 연상케 한다. 두 손으로 소중하게 받치고 있는 목침은 그 형상과 나무 질감이 손과 어우러져 마치 성소와 같은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할아버지의 손은 아버지에게 이어져 작가에게 내려왔다. 인간의 손은 너무도 신비하다. 만지고 느끼고 감정을 표현하고 말을 전하며 무한한 것들을 만들어 낸다. 

도예가는 손으로 흙을 빚어 날개를 만든다. 날개를 얻어 천사가 된 소녀는 날고 싶지 않은지 엉거주춤 바닥을 내려다본다. 날개를 가진 토르소는 한 쪽 팔을 잃고 조용히 서 있다.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몰라서 일까 얼굴이 없다. 

전시장 프레임 안에 펼쳐놓은 사진가와 도예가의 작품들은 서로 대화를 나누며 관계를 이어간다. 오래된 나무 사다리에는 칸칸이 흙으로 만들어진 사물들이 놓여져 지나온 시간의 흐름을 공유한다. 전시장 중앙에 걸린 사진에서 위를 향해 손을 곧게 뻗은 인물은 대화의 방향을 이끄는 화자인 듯 뒤돌아서 전시장을 비스듬히 내려다 본다. 

박미화는 자연의 바탕이 되는 흙과 대화하며 기억 속의 존재들을 형상화 시킨다. 흙으로 빚어 높은 온도의 가마에 굽는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는 결과를 가져오는 작업은 많은 시간과 긴 대화를 필요로 한다. 사람의 얼굴을 가진 새는 무슨 말을 하고싶은 걸까? 몸집보다 작은 날개를 가진 새는 날아오르기 힘들어 보이고 작가의 마음 깊은 곳에서 울려 나오는 노래는 너무 작아서 들리지 않는다. 작은 울림을 가진 마음의 소리는 생명을 담은 사물로 만들어진다.

전명은의 프레임에 담겨진 공기의 흐름은 눈에 보이는 대상과 함께 호흡한다. 작가는 보이지 않는 소리와 공기, 만져지는 느낌을 화면에서 이야기하듯 보여준다. 조각가의 손길이 닿아 만들어진 작품에서 느껴지는 감각은 사진가의 감각과 닿아 촉각적인 시각이미지를 보여준다. 시각은 촉각을 불러오고 함께한 작업에서는 희미한 소리가 울린다. 

사진가의 뾰족한 가시를 담은 사진을 보고 도예가는 흙으로 가시를 만들어 본다. 예민한 예술가의 감각을 닮은 가시는 날카롭지 않아서 아프게 찌르지 않는다. 손으로 만져지는 감각은 눈으로 보는 감각으로 옮겨지고 또다시 만져지는 감각으로 이어진다.

뜨거운 불로 흙의 물성을 새롭게 하는 도예가와 순간의 빛으로 오랜 기다림을 포착해내는 사진가의 대화는 프레임 안에서 계속 이어진다.

참여작가: 박미화, 전명은

출처: 누크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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