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징의 회화 그리고 소통과 나눔의 회화
박명옥 작가가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는 작업은 한국사회에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민간 신앙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작업이다. 민간 신앙이라 함은 학문적으로 규정하기에는 상당히 애매하고 그 의미가 다양한 차원에서 쓰이지만 일반적으로 민족적 특성이 강하고 구체적 종교 조직을 갖추지 않은 형태를 주로 말한다. 중요한 것은 일반 대중이 이를 신앙한다는 점인데 이 때문에 대중들이 가장 익숙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이는 일반 생활풍습과 밀착되어 왔음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민간 신앙이 자연스럽게 전통적 풍속과 연결되어 해가 바뀌고 계절이 바뀔 때마다 의례적 행사의 형태로 민간에 전래 되어 내려왔다. 이렇게 된 이유는 한국사회가 전통적으로 농경문화를 바탕으로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하여 민간 신앙은 세시풍속이라는 이름으로 명절과 24절기 등의 의례와 놀이 형식으로 계승되어 왔다.
작가는 이러한 우리 민족 고유의 전통적 민간 신앙이 상징을 매개하고 있다는 점과 형상적 회화가 주로 상징적 이미지에 의해 커뮤니케이션 된다는 점이 일정부분 유사하다는 것에 착안하여 이를 모티브로 작업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특별히 이번 전시에서는 올해가 을미년(乙未年)이라 푸른 양의 해이기에 작가는 양을 선택하여 화면을 만들어가되 푸른 색조와 뿔의 상징성에 주목해 이와 호응하는 사물로서 다양한 꽃을 화면에 등장시키는 방식의 작업을 보여주었던 것 같다. 그래서 작가는 꽃말과 여기에 사용하는 색의 상징성을 토대로 해서 이를 작업에 적용하였던 것이다. 이렇게 마음에서 소원하는 바를 표현하는 방법에 대한 다양한 조형적 변화를 보여주는데 작가에게 있어서는 이러한 상징언어에 대한 조형적 실험이 동시에 그의 작업을 보는 이들에게 그 상징하는 바처럼 일상의 삶에 복이 이루어지기는 매개물이 되기를 바랐을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작가는 상징적 표현에 의한 시각 커뮤니케이션의 가능성에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예술이 종교와 분리되어 예술을 위한 예술의 시대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예술 작업에서는 종교적 기원을 작업에 담아내거나 작가의 신앙적 시각을 드러내기도 하며 민족의 주술적 문화를 배경으로 하여 예술적 상징에 의한 커뮤니케이션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박명옥 작가는 우리나라 고유의 민간 신앙을 바탕으로 한 모티브들의 상징성에 주목하게 되면서 이를 예술적 상징 언어로 변환시키는 부분에서 시각 커뮤니케이션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 작업을 하게 되면서부터 아마도 작가는 자신에게 있어서는 민간에게 있었던 신앙적 상징구조를 어떻게 시각적 언어로 번안할 것인가와 같은 회화적 구조에 대한 고민이 작업의 중심적 문제가 되었을 것이다. 그의 작업을 보면 색채와 이미지가 다양하게 중첩되면서 형성되는 감각적 효과들을 통하여 어떻게 상징적 의미를 부각시킬 것인가에 대한 다양한 시도를 하였던 것을 보면 이러한 부분에 대한 작가의 노력이 엿보인다. 그의 작업에서 상징물들의 다양한 조합이 나타나는 것은 작가가 상징적 대상의 회화적 조응 방식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오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이러한 작가적 시도는 결국 그의 작업을 보는 이들로 하여금 작업 속 상징 구조에 흡수되어 얼마나 그 의미를 소통하게 되느냐의 문제로 연결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것이 작가의 시각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목적이 되는 것이기도 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가는 그의 작품 속 상징적 의미들처럼 행복과 평안을 좀 더 많은 관객들과 나눌 수 있도록 등장하는 모티브의 형상을 단순화하고 편안한 색채를 사용하여 어렵지 않지만 깊이 감각하고 함께 공감할 수 있는 화면을 만들어 가고자 다양한 회화적 시도를 해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사이미술연구소 이승훈


출처 - 사이아트스페이스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