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영 개인전 : BREATH IN BETWEEN

갤러리로얄

2019년 7월 4일 ~ 2019년 8월 31일

삶을 사는 오직 두 가지 방법.  아무것도 기적이 아닌 것처럼. 모든 것이 기적인 것처럼.
- 알버트 아인슈타인-

심연 위에서 요람이 흔들린다. 보편적 인식은 우리에게 말한다. 
우리의 존재는 두 개의 영원의 어둠 사이를 가르는 찰나의 빛에 불과하다고.
- 블라디미르 나보코브-

박근영은 이렇게 빛으로 인해 갈라진 찰나의 틈 안에 그의 형상들을 유예 시켜 놓는다. 그들은 생성되고 다시 분해되어 사라지는 과정 그 사이에 순간적으로 포착된 듯하다. 어떤 것이 존재하게 될 가능성을 의미하는 단어‘Incipience’(발단, 시초)가 떠오른다. 그의 형상들은 그것들의 배경으로부터 전개되어 나타나고 동시에 그 배경으로 녹아 사라진다.

이런 의미에서 박근영의 작업은 생성과 존재, 그리고 동시에 해체를 나타내는 표의 문자이다. 그는‘불안정한 존재의 미세한 진동’을 말한다. 그의 형상들은 있음과 없음을 동시에 다루고, 이것은 삶과 죽음, 고형과 무형과 같은 동시에 상반된 두 가지 상태로서 존재하는 것을 일컫는 양자 역학의 중첩론 개념을 불러일으킨다. 생성과 소멸 사이를 진동함으로써 존재와 부재에 대한 고조된 감각을 유지하고. 양쪽이 서로를 퇴색시키지 않고 두 감각 사이 공존의 균형을 유지한다. 그럼으로써 이미지들은 정착되지 않은 채 양가적인, 결정적으로 양가적인 상태로 남아 있게 된다.

박근영의 인체 형상들은 때때로 삶의 연약함에 대한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인체의 파편 또는 부분들로 나타난다. 그 형상들은 명백한 고요함 속에 정지된 채, 영원히 공중 부양 상태로 존재한다. 

마틴 하이데거는 철학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존재에 대한 물음이라고 믿었다. "존재의 이유는 무엇인가". "자기 자신으로서 존재한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그리고 이것은 인간의 조건에 대한 실존주의적 탐구를 위한 초석이 되었다.

박근영이 만들어낸 유령과 같은 환영들은 이런 수수께끼를 반영하고 인간의 의식 자체를 형상화하려 시도한다. 박근영의 고유한 작업 과정, 짧은 싯구에 도달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노동이 요구되는 방법론은 아주 작은 사진 이미지 조각들을 배경 표면에 부착시키며 쌓아가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는 형상을 해체시키고 다시 재건하는 방식을 통해 노동 집약적인 인체 형상을 만들어 낸다. 외과적인 수술을 하듯 사진 이미지를 해부하고 그 조각들을 작업실의 수술대 위에서 다시 결합시키며 이를 통해 만들어진 형상들은 미묘한 물리적 존재로 고취됨과 동시에 덧없음을 불러일으킨다 .   

박근영은 강렬한 물질성이 구체화된 유령을 만들어 내기 위해 사진 이미지를 이용하는 조각가라 해야 할 것이다. 연약한 종이 조각들을 겹치고 쌓아가는 과정을 통해 그의 모자이크는 사진 이미지의 삼차원적 암시들과 결합하여, 2차원의 표면 위, 그 사방에서 조각적 실재를 이루는 생생한 질감을 만들어 낸다. 살아있는 사람을 경험하는 듯한 생명력과 함께 이미지의 수많은 미세한 파편들이 보여주는 불안정한 움직임이 형상들에 채워져 있다.

작업의 색감 역시 중요하다. 그는 자연적인 그것과 너무 다르지 않으면서도 살짝 낯선 느낌을 주는 적절한 톤과 색감을 고르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인다. 발은 땅과의 가상적인 접촉으로 인해 초록빛이 감도는 색을 띠고 있을 것이고 손은 미세한 차이를 보이며 천연색 안에서 변화를 가지기도 한다. 때때로 몸의 부분들은 복잡하고 감지하기 힘든 색의 조합을 보여주고 이러한 색감의 효과는 형상의 미묘함을 더욱 드러낸다.  

불확실한 근원 또는 결론에도 불구하고, 박근영의 형상들은 내적인 삶을 풍부하게 발산하며 비단 파편적이라 해도 그것들은 유예와 기원을 아우르는 몸짓들을 제공한다. 때때로 과도한 내면성과 압박된 기운들은 작은 입자들과 함께 불가사의함을 분출하며 폭발해 버린 머리 그 자체로 나타나고 이것은 이 글 서두에서 언급한 기적에 대한 아인슈타인의 발언으로 우리를 되돌려 놓는다. 

"삶을 사는 오직 두가지 방법. 아무것도 기적이 아닌 것 처럼. 모든것이 기적인 것 처럼".

출처: 갤러리로얄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참여 작가

  • 박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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