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 개인전 : 그녀와 나는 같은 포물선을 그렸다

임시공간

2020년 9월 15일 ~ 2020년 9월 27일

작가 민경은 전시 <그녀와 나는 같은 포물선을 그렸다>를 통해 난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는 인천의 한 풍경과 병렬하여 두 여성의 서사를 기술합니다. 끊임없이 '이주'하는 여성들의 포물선과 같은 작은 역사를 통해 삶 속에 녹아있는 인간의 장소를 보여주고자 하며, 이를 사진, 설치, 내레이션 사운드, 아티스트북으로 구성했습니다.

임시공간은 입장 인원 제한과 전시장 소독, 관람객 마스크 착용 등 방역 수칙을 준수하며 전시를 운영합니다. 코로나 19로 어려운 시기에 열게 된 임시공간의 2020년 첫 대관 전시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작가노트

누군가의 이주에 대해

올해 초 엄마와 나는 긴 대화를 했다. 열어 놓은 문틈으로 아빠가 듣지 못하도록, 낮은 텔레비전 소리를 배경음 삼아 도란도란 긴 이야기를 나누었다. 고단한 이주와 아이 키우기의 힘듦, 남자의 사회와 겹쳐져 어쩔 수 없이 침묵해야 했던 순간들에 대해. 거기에는 그 누구도 적으로 두지 않고서 서로를 이해하려는 애씀과 위로, 삶에 대한 애정이 있었다. 40여 년 만에 가능해진 엄마와의 대화로부터 받은 힘은 이 책과 프로젝트의 방향성을 확고하게 했다.

공평하지 않은 삶은, 혹은 더 잘 살아내고자 하는 욕망은 끊임없이 우리를 ‘이주’하게 한다. 나의 작업 가운데 늘 언급하는 ‘이주’는 물리적인 이사뿐 아니라, 정신적 성숙에 관한 말이기도 하다. 이 프로젝트에서도 크고 작은 이주를 겪으며 성장하는 두 여성, ‘선’과 ‘여자’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마치 이야기를 나누듯 교차 편집된 두 여성의 작은 역사는 메아리처럼 반복되고 파생되어 각자만의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린다. 그렇게 그녀들의 삶은 한국 사회의 그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했을 공간들을 스쳐 지나간다. 80년대 호황을 누렸던 한국의 건설 경기를 배경으로 대가족이 살았던 한옥과 붉은 벽돌로 지은 단독주택, 그리고 다세대주택과 아파트가 차례대로 등장한다. 나 역시 ‘선’처럼 작은 주택에서 유년을 보내고 난개발이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는 서울 근교의 도시에서 가족을 이루며 산다. 작은 창을 통해 푸른 산이 붉은 흙덩어리가 되었다가, 고공 크레인이 올라오며 마침내 회색 콘크리트로 다시 태어나는 광경을 매일 지켜보고 있다. 매일 보는 광경이 흐르는 시간과 변화하는 인간의 장소에 대한 이야기로 탄생한 셈이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 사회에서의 인간의 공간과 겹쳐진 여성의 역사를 내 언어와 방식으로 기록하고 싶었다. 다소 파편화된 글과 이미지라 할지라도 ‘Writing them will make them more important. 계속 써야 중요해지는 거다’라는 어느 영화의 대사를 믿으며 말이다. 같은 장소 주변부를 맴돌며 시기를 달리해 촬영한 이미지들과 함께 글은 육화되어 ‘그녀’의 목소리를 입은 채 사운드 내레이션이 되었다. 이를 작은 산의 형태를 띤 도자 구조물 안에 안착시켰다. 또한, 작업의 주요 부분을 책의 형태로 묶음으로써 구술이 아닌 기술이 된 ‘그녀’들의 이야기를 만나 볼 수 있다


참여 작가: 민경

후원: 인천광역시, (재)인천문화재단

출처: 임시공간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현재 진행중인 전시

MMCA 사진 소장품전: 당신의 세상은 지금 몇 시?

2024년 3월 27일 ~ 2024년 8월 4일

요린데 포그트 & 시야디에 2.0

2024년 2월 24일 ~ 2024년 4월 6일

미술관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들

2023년 12월 22일 ~ 2024년 4월 6일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Unsullied, Like a Lotus in Mud

2024년 3월 27일 ~ 2024년 6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