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은 디자인 아카이브로 기증된 한홍택(韓弘澤, 1916–1994)의 작품과 자료들을 중심으로 «모던 데자인: 생활, 산업, 외교하는 미술로»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해방 이후 한국전쟁을 거치며 근대화, 산업화를 통한 국가 재건 시기에 활동했던 산업미술가의 아카이브를 매개로 디자인 분야의 성립과 전개 과정에서 포착된 시대의 단면들을 살펴본다. ‘모던 데자인’이란 제목은 1958년 개최했던 «제2회 한홍택 모던 데자인전»에서 발췌한 것으로 디자인이라는 용어가 일반화되기 이전 도안, 산업미술, 생활미술, 응용미술, 장식미술과 같이 번역된 어휘가 뒤섞여 사용되었던 1950–1960년대 시대적 조건을 환기한다.
‘디자인’이라는 용어가 일상에 정착하기 이전, 디자이너의 역할과 전문성이 인정받지 못했던 시대,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생활하는 미술, 산업하는 미술, 외교하는 미술’이라는 정의를 통해 기존 미술과는 또 다른 분야의 정체성에 대해 발언했던 단호함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진취적으로 들리는 이들의 구호가 과연 실현 가능한 것이었는가. 미술과 산업, 그 사이의 영역에서 시대가 꿈꾸는 것을 만들고 일상과 예술을 매개하려 했던 이들의 노력은 어떤 형태로 기록되거나 남아있을까.
이러한 질문으로부터 이번 전시는 ‘새로움’과 ‘진보’와 같은 시간적 관념을 담은 ‘모던’과 ‘기능’과 ‘아름다움’이라는 가치를 추구하는 ‘디자인’이라는 여전히 매우 유동적이고도 불확실한 개념을 다양한 방식으로 모색했던 시대의 산물과 장면들을 채집한다. 전시는 작가의 사적 아카이브와 작품으로부터 출발하여 당시 작업이 창작되었던 조건과 변화의 과정들을 유추해 볼 수 있는 여러 층위의 자료들을 병치시킨다. 또한 시대의 풍경과 생활상을 서로 다른 시선에서 기록, 재구성했던 사진과 영화, 영상 푸티지를 비롯해 일상의 시각문화를 수집한 이미지 아카이브까지 불균질하고 파편적인 조각들로 서로를 비추어 시대를 조망해 본다.
주최: 국립현대미술관
후원: 한국영상자료원
협찬: 무림페이퍼
출처: 국립현대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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