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라이프 Modern Life

대구미술관

2021년 10월 19일 ~ 2022년 3월 27일

대구미술관과 프랑스 매그 재단(Fondation Marguerite et Aimé Maeght)이 공동주최하고, 객원 큐레이터 올리비에 들라발라드(Olivier Delavallade)와 대구미술관이 공동기획한 《모던 라이프》전은, 모더니즘을 주제어로 양 기관의 소장품을 공동 연구한 프로젝트이다. 특히 올해로 개관 10주년을 맞이하는 대구미술관은, 향후 지속ㆍ발전시킬 해외교류전의 또 다른 협력 모델을 제시하고, 대중에게 다채로운 작품을 소개할 공공미술관으로써의 기대와 역할에 부응하고자 심혈을 기울여 이번 전시를 준비하였다.

이번 전시의 공동주최측인 매그 재단은, 예술가들과 적극 소통하는 프랑스 최초의 사립미술기관이다. 매그 재단은, 20세기 후반, 수 많은 예술가들을 후원하고 있었던 매그 부부(Aimé Maeght, Marguerite Maeght) 당시 프랑스의 문화부 장관이었던 앙드레 말로( André Malraux)의 제안으로 프랑스 남쪽 지역에 문을 열었다. 조루주 브라크(Georges Braque), 알렉산더 칼더(Alexander Calder), 마르크 샤갈(Marc Chagall), 바실리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 알베르토 자코메티(Alberto Giacometti) 등 20세기 유명 예술가와 전후 현대미술가의 작품 약 13,000점을 소장하고 있는 매그 재단과 대구미술관의 이번 협업은, 예술이라는 하나의 순수한 목적 아래 한국과 프랑스의 지역적 한계를 넘어 탄생시킨 아름다운 하모니이다.

양 기관의 소장품 중 78명 작가의 대표작 144점이 소개되는 이번 전시는, 당대 예술가들이 순수하게 예술에만 의지하며 부단히 추구했던 미적 근대성(Modernity)를 담은 전시이다. 전 세계가 예상치 못한 신종 바이러스로 인해 오랜시간 고통받고 있는 지금, 오로지 미술 작품으로만 세상과 소통하는 미술관이 대중에게 위로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각 시대의 격동의 시기를 온몸으로 맞서며 아픔과 고통조차도 예술로 승화시킨 거장들의 작품을 통해 이 사회를 둘러싼 무거운 공기를 환기시키는 것이다. 양차 대전 이후 황폐해진 사회를 살아가며 인간 본연의 감성이 메말라갈 때에도 미술 작품은 계속해서 탄생했고, 그러한 과정을 거쳐 세상에 나온 주옥같은 작품들은 그 예술적 힘과 울림만으로 분명 희망의 시그널을 전할 수 있을 것이다.

《모던 라이프》라는 전시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번 전시는 대부분의 출품작에서 ‘모더니티(Modernity)’의 전이와 변용적 측면을 발견할 수 있다. 모더니티의 범주에 속해 있는 모더니즘(Modernism) 미술은 1950년대 중반부터 1960년대 중반까지 2차 세계대전 이전 유럽을 중심으로 펼쳐졌던 미술의 전개를 역사적으로 정립할 수 있도록 기능했고, 많은 연구자들에 의해 미술이론적 근거가 끊임없이 제시되며 당대의 현상적 역사를 미술의 발전 논리에까지 확장시켰다. ‘근대성 (Modernity)’, 한국에서도 ‘모더니티’라는 용어로 직접 사용되는 이 개념은 당대의 예술이 ‘모던하다’라는 특정한 의식을 전제로 한다. 17세기 영국에서는 이미 널리 쓰이고 있었으며, 19세기 중반 미적 모더니티의 이론가 샤를 보들레르(Charles Baudelaire)에 의해 학계의 신조어로 등장하여 널리 알려지게 된 모더니티는, 독창적인 개념을 내포함과 동시에 매우 다중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번 전시는 그러한 다중성을 8개의 소주제로 분류하여 개괄적으로 살펴보며 이번 전시의 기획 배경이 되는 모던(Modern)의 확장된 개념에 한 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한다.

전시는 7개의 카테고리로 나누어져 있는 1전시실과 아카이브 섹션과 맞닿아 있는 어미홀 등 크게 두 곳의 장소에서 총 8개의 테마가 소개된다.

‘탈-형상화’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있는 첫 번째 섹션은 알베르토 쟈코메티, 장 뒤부페(Jean Dubuffet), 훌리오 곤잘레스(Julio González), 최영림 등 총 15여 점의 작품이 소개된다. 이 섹션은 인간에 대한 탐구를 변형된 구조와 독특한 면 분할을 통해 형상적인 양식에서 벗어나려는 예술의 자율성을 보여준다.

이어서 두 번째 섹션인 ‘풍경-기억’은, 탈 코트 피에르(Pierre Tal-Coat), 안나 에바 베르그만(Anna-Eva Bergman), 유영국, 김창열 등 총 16여점의 작품을 통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우리 주변의 풍경과 개인의 기억들을 소환하며 예전의 추억을 잔잔하게 들추어낸다.

세 번째 섹션은 모더니즘 미술에서 빠질 수 없는 담론이자 많은 연구자들의 연구 주제 중 하나인 ‘추상’ 파트이다. 추상의 물결은 전후 유럽, 미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및 전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갔는데, 특히 이번 섹션에는 고차원의 사유를 이끌어 내는 한국의 한묵, 이우환, 정점식, 이강소 등의 작품 뿐만 아니라 매그 재단의 소장품 중 그동안 한국에는 전혀 소개되지 않았던 브람 반 벨데(Bram van Velde), 파블로 팔라주엘로(Pablo Palazuelo), 에두아르도 칠리다(Eduardo Chillida) 등 생소하지만 존재 자체로 그 함의하는 아우라가 선명한 작품들이 포함되어 있다.

네 번째 섹션은 ‘글’을 테마로 엄선된 작품들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앙리 미쇼(Henri Michaux), 한스 아르퉁(Hans Hartung) 등 회화 속에서 여러 형태의 문자를 발견할 수 있는 매그 재단의 소장품 12여점과 최병소, 박서보, 이배 등 작품에 분명 존재하나 쉽게 식별되지 않는 문자들을 품은 작품 10여점이 그들만의 과묵한 목소리를 전한다.

이후 다섯 번째 섹션으로 넘어가면 ‘초현대적 고독’이 시작된다. 공간 구성 상 우연의 일치로 1전시실에서 복도로 나갈 수 있는 중간 출구가 포함되어 있는 이 섹션은, 이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 공간은 전후 모더니즘 미술이 끊임없이 쏟아낸 형식적인 변화들과 그들의 일면을 현대적 개념으로 계승한 혼종된 작품들 속에 잠시 숨을 고르고, ‘개인’ 혹은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다시 공간을 돌아 나오면 여섯 번째 섹션 ‘평면으로의 귀환’이 관객을 기다린다. 평면성과 함께 색채의 율동감을 보여주는 시몬 한타이(Simon Hantaï), 클로드 비알라(Claude Viallat), 프랑수아 루앙(Francois Rouan) 등 매그 재단 소장품을 비롯해 김기린, 윤형근, 이우환, 리차드 세라(Richard Serra) 등 대구미술관의 소장품 약 20여점이 소개되는 이번 섹션은, 회화의 본질과 태생적 특성 그리고 죽음의 과정을 겪어야만 새롭게 정립될 수 있는 자연의 순리에 대입시킨 회화의 미래를 예견해보는 자리이다.

끝으로 1전시실의 마지막 카테고리인 일곱 번째 섹션 ‘재신비화된 세상’에는 27점이라는 가장 많은 작품이 관람객의 시선을 붙잡을 것이다. 이응노의 인간에 대한 성찰이 담긴 회화 작품과 기호적 반추상의 세계를 심화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존재성을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서세옥의 작품을 비롯해 프랑스가 국보급 작품으로 여기고 있는 샤갈의 회화 등 총 20여 점의 작품이 배치되어 있다.

이후 어미홀로 나가면 이번 전시의 마지막 섹션인 ‘기원’이 펼쳐진다. 칼더의 작품을 비롯해 이건용, 이우환, 리차드 롱(Richard Long) 등의 작품이 설치되어 있는 이 공간은, 인간과 자연, 세계와 우주의 지속적이며 순환적인 관계를 보여준다.

이번 전시는 모더니즘이라는 거대 담론을 기저에 놓고 출발한 프로젝트이지만 이를 미술사적으로 분석하거나 기발표된 수많은 미론 이론을 논증하는 것과는 다른 선상에 있는 전시이다.

현재를 반영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기대하는 모더니즘의 독자적이고 고유한 성질을 내포한 작품들을 소개하는 것이 이번 전시의 가장 큰 핵심이다. 이번 전시에서 소개되는 144점의 작품은, 자신의 존재를 스스로 드러내는 유연한 강인함과 침착한 아름다움으로 무장되어 있다. 전시를 관람하는 찰나의 순간이 관람자로 하여금 예술적 아우라를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

출처: 대구미술관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현재 진행중인 전시

조영주 개인전: 카덴짜

2024년 3월 8일 ~ 2024년 4월 14일

Show Us part.1

2024년 3월 22일 ~ 2024년 4월 16일

THOMAS RUFF: d.o.pe.

2024년 2월 21일 ~ 2024년 4월 13일

프로젝트 해시태그 2023

2023년 11월 3일 ~ 2024년 4월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