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까지 여행하는 방

신촌극장

2019년 10월 10일 ~ 2019년 10월 19일

<멀리까지 여행하는 방>은 수십 통의 편지로부터 비롯된 전시입니다.

수십 통의 편지.
수신자도 발신자도 명확하지 않은.

이 편지들은
2018년 2월 두산아트센터에서 열렸던
<영적인 탐구 여행사>란 전시를 찾은 관람객들이 남긴 것입니다.

<영적인 탐구 여행사>는
우리 삶에 분명히 존재하고 있지만
쉽게 감지할 수는 없는 길들을 따라 여행하는 전시였습니다.
그 길들은 지도에는 없는 마을의 길들이었습니다.

재개발로 이제는 거의 사라져버린 청량리와 완월동,
더는 갈 곳 없는 성매매 여성들이 모여 있던 미아리 집결지,
세월호 사건이 일어나기 전, 희생자 학생들이 다니고 보았을 안산 순례길,
지금 이곳을 견딜 수 없는 이들이 구원을 찾아 걷던 시코쿠 순례길

저는 서로 다른 이 길들을 실제 여행하면서
길들이 다르지만, 또 닮아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전시를 통해
그 길들이 사실은 이어져 있다는 것을
보는 이들에게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전시 속 여정의 마지막 자리에는 편지들이 놓여 있었습니다.

그 편지는 발신자도 수신자도 없는 메시지였습니다.
누군가를 향한 내밀한 마음이 적힌 메시지였습니다.

저는 이 편지를 읽은 관람객들에게 답장을 부탁했고
많은 분들이 그 자리에서 답장을 남겨주었습니다.

그때 쓰인 편지들은
그후로도 오랫동안 제 마음 속에
무수한 방들로 자리잡았습니다.

어떤 방은 입구가 희미했고
어떤 방은 입구도 없었습니다.

어떤 방은 물 속 같았고
어떤 방은 벗어날 수 없는 늪 같았으며
어떤 방은 어둠 뿐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창문이 없던 방에 창문이 생겨나기도 하고
그 창으로 빛이 든 적도 있었지만

이내 빛은 사라지고 짙어진 어둠 속에서
오래 머문 적도 있었습니다.

2018년 전시가 끝난 후,
저는 이따금 마음 속 방들에서 울리는 편지의 목소리들을 떠올렸고
거기 답장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 답장이 되는 작업이 <멀리까지 여행하는 방>입니다.
이 전시는 세 번에 걸쳐
각기 다른 시간, 다른 장소에서 열립니다.

방 안에 들어가는 것이 어떻게 여행이 될 수 있을까요?
각기 다른 세 개의 방은 어떻게 이어지게 될까요?
이 여행에서 우리는 무엇을 마주하게 될까요?

이러한 질문을 품고,
여러분을,

멀리까지 여행하는 방에서 기다리겠습니다.


연출/설치: 허나영
사운드 디자인: 김성환
포스터 디자인: 송진희

도움 주신 분들: 차성덕, 윤여일, 김병운, 배민경, 강영희, 우수현, 김보리, G, 션, 안평, 리외, 김영훈, 곽정훈, 김지연, 차지량, 준(장혜령), 송진희

그리고 55명의 이름 모를 이들

* 이 전시는 사전 예약을 통해서만 방문이 가능합니다.
https://bit.ly/2lpGTUU


후원: 서울문화재단

출처: 멀리까지 여행하는 방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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