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믹스 Remix

포항시립미술관

2020년 2월 13일 ~ 2020년 8월 16일

내세우고, 학제 간 통섭으로 이룬 새로운 방식을 통해 혁신적인 예술을 만들어낸다. 주지하다시피 오늘의 많은 작품들은 회화나 조각과 같은 전통적 범주로 묶기 내기 어렵고,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으로 더는 무엇이 ‘예술’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게 된 지 오래다. 굳이 아서 단토의 견해를 강조하지 않더라도, 하나의 양식이나 하나의 차원 등에 따라 예술을 분류하기에 오늘의 미술은 의도와 실현 방식이 너무나 다원적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프랑스 미술이론가이자 큐레이터인 니꼴라 부리오는 2004년 출간한 그의 저서<포스트프로덕션>에서 급진적 다원성을 기반으로 한 동시대 예술 실천의 특이성과 공통점을 규정하기 위해 “우리가 이미 갖고 있는 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 바 있다. 물론 ‘이미 갖고 있는 것’에서 뒤샹의 레디메이드(ready-made)를 떠올릴 수 있지만 여기서 부리오는 ‘이미 제작된(already produced)’ 형식을 말하고자 한다. 그에게 예술 실천은 이미 존재하는 예술 작품의 형식을 샘플링하거나 전용(轉用)하는 것 혹은 사용 가능한 문화적 생산물을 해석하거나 재생산하는 것, 나아가 재전시하거나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예술 작품은 하나의 종결점이 아니라 다른 작품이나 프로그램, 내러티브 등에 사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한 연속물의 한순간이 된다. 결국 오늘날 예술가들은 형식을 구성하기보다는 형식을 프로그램화한다고 그는 설명한다. 

<리믹스>는 부리오의 이러한 예술 실천의 개념을 수용하며 매체의 한계에 끊임없이 도전하고 확장하는 오늘의 미술가, 권오상, 홍승혜, 뮌, 이창원과 함께 오늘의 상황을 살피고자 한다. 사실 리믹스는 ‘기존 음원의 멀티트랙을 다른 형태로 믹싱하여 재탄생 시키는 방법’을 일컫는 음악 용어로, 여기서는 동시대 미술가들이 창작영역에서 사용하는 실천 방식을 상징하며, 전시와 전시 작품 전체가 어우러지는 특정 현장을 아우른다. <리믹스>에 함께하는 이들 4인(팀)의 작가들은 기존 예술작품의 형식을 차용하고, 기존의 경제적, 기술적, 문화적 산물과 데이터를 전용한다. 작가들에 의해 형식은 예술이 되고, 시대의 삶은 예술로서 인용되며 선택된 사물은 예술로 자리한다. 

권오상, 홍승혜, 뮌, 이창원이 차용하고 전용하여 창안한 체계는 예술 생산의 동력을 끌어내며 의미와 특이성을 구현해낸다. 이때 재료로써 사용한 형식이나 데이터, 이미지에 깃들어 있는 익숙함은 이 체계를 통해 새로운 존재로 생산된다. 그래서 <리믹스>는 자유로운 태도로 세상을 수용하고 병합하는 작가들이 ‘이미 갖고 있는 것’을 예술적으로 사용하고, 이와 관계하는 다양한 형태들을 제안함으로써 미장센을 구축한다. 결과적으로 <리믹스>는 그 자체 역시 기존에 존재하는 이질적인 작품들로 새로운 틀을 짜고 구조를 엮어냄으로써 작동하는 리믹스 현장을 펼친다.

참여작가: 권오상, 뮌(김민선&최문선), 이창원, 홍승혜

출처: 포항시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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