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새방의 네 번째 프로젝트 《두 면(Two Planes): 장성은, 최병석》전이 2023년 3월 8일부터 4월 15일까지 열린다. 두 개의 면이 만나 입체적인 공간을 형성하듯, 손으로 만질 수 없는 아름다움을 포착해 사진으로 구체화하는 작가와 물질적인 실제 재료를 가공하고 조합하면서 이야기를 찾아가는 작가가 만나 의미와 형태가 풍요로운 공간을 이루었다.
장성은은 사진을 주된 매체로 삼아 공간과 인체를 탐구한다. 공간은 인체의 움직임과 그 기억을 품고 특정한 의미가 담긴 장소가 된다. 그는 특히 공간과 인체의 관계성과 그로부터 생겨 나는 감정을 시각화하는 데 집중한다. 일상생활 속에서 우리는 매일 먹고 입고 자며 어제와 다를 바 없는 삶을 살아가지만, 사실은 늘 미세하게 다른 행동을 하고 다른 감정을 겪는다. 작가는 지속적이고 반복적이어서 당연하게 여기고 묻지 않았던 것들 속에서 소중한 뭔가를 들추어내는 작업에 관심을 두며, 이를 자신만의 추상성으로 상정한다. 그의 추상성은 누구나 일상에서 경험할 수 있고 스치듯 느낄 수 있지만 제대로 인식하거나 검토한적 없는 파편적인 감정과 소소한 현실이며, 따라서 아직 발견되어 구체화되지 않은 아름다움의 총체, 형을 갖추어 세상에 나오지 않은 작품인 셈이다. 그런 이유로 작가는 일상적인 현실을 찍지 않는다. 추상적인 언어와 사유를 추상적인 이미지로 우회하고 재해석할 때 오히려 더 명료해지는 순간을 파고든다. 구체적으로 존재하지 않거나 언어로 규정하기 어려운 어떤 것들을 연극적인 이미지 로 치환하여 보여주는 것이다. 철저히 상황을 연출하고 재현하기 위해 작가는 익숙한 대상을 낯설게 제시하거나 서로 무관한 사물을 병치하여 의미를 치환하기도 한다.
이번 공작새방 프로젝트에 전시된 〈Where is Nina〉와 〈Flowerpot〉은 ‘Writing Play’ 시리 즈, 〈리듬B〉 〈리듬C〉는 ‘정지는 아무도 보지 못한 거친 짐승이다’ 시리즈, 〈Wounded Cake〉 는 ‘to my birthday’ 시리즈의 일환이다. 장성은의 앞선 작업들에 비해 여기서는 외부 공간과의 관계보다 인간 자체의 감정이나 지각과 같은 내적 공간에 깊이 천착하고 있다. ‘행복한’ 생일에 가려진 서글픔, 민망함, 당혹감 같은 복잡다단한 감정들, 인간관계에서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수행하는 연극적인 행동들, 나의 몸이지만 내 눈에서 소외된 뒷모습에서 드러난 고독의 모양, 식물로 가장해 숨었지만 슬며시 내비치는 존재감 같은 내적 정서이다. 감정이나 의미를 직접 전달하는 얼굴과 표정을 드러내지 않고 인체 자체 혹은 감춰지거나 대체된 인체를 통해 내면을 표현하여, 관람자는 작가가 제시한 느낌에 매이지 않고 능동적으로 작품에 표정을 부여할 수 있게 된다.
장성은은 《to my birthday》(2022,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나는 묘사를 삼킨다》(2018, BMW Photo Space), 《Writing Play》(2016, 아마도예술공간), 《LOST FORM》(2013, 대림 구슬모아 당구장), 《force-form》(2012,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Inhabit 산다, 몸이 살다》(2010, 트렁크 갤러리), 《잠재성》(2007, 파리 한국문화원) 등 개인전을 열었다. 《시적소장품》(2022, 서울시립 미술관), 《관객의 재료》(2020, 블루메미술관), 《낙관주의자들》(2020, 예술의시간), 《매니폴드: 사용법》(2020, 한가람디자인미술관), 《마음현상: 나와 마주하기》(2019, 부산현대미술관)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으며 2016년 제3회 아마도사진상을 수상했다. 2006년 파리 국립고등미술학교를 졸업하고, 2007년 파리 제1대학 판테온 소르본에서 조형예술학 석사과정을 거쳤다.
최병석은 일상에서 겪는 경험이나 사유를 입체 언어로 표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의 작품들은 궁금증을 일으켜 꼼꼼히 들여다보게 만든다. 정성스럽게 마감된 여러 가지 부품들이 정교하게 결합되어 있지만 무슨 용도인지 기능을 알아차리기 어렵고, 과연 쓸모나 의미가 있는 물건인지조차 파악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궁리하다가 작품 제목을 보고 나면 나직한 탄성이 터지기도 하고 옅은 미소가 번지기도 한다. 그의 작업은 재료를 수집하고 제작을 위해 노동을 하고 쓰임과 이야기를 발견하는 과정이다. 폐기된 기계, 공업용 부자재, 나무 등 작품에 사용된 재료들은 본래 용도로 남기도 하지만 가공과 조작을 거치며 전혀 다른 역할을 부여받기도 한다. 그런 과정에서 시적인 은유를 담은 조각이 태어나기도 하고, 거창하고 복잡하지만 아무 기능도 없는 오브제가 등장하기도 한다. 작가는 일상에서 겪는 경험이나 마주치는 용도들을 관찰하고 그것을 다시 만들어내는 자신의 작업이 말하기 즉, 정보를 습득하고 이해하고 다시 전달하는 과정과 비슷하기에 만들기라는 과정이 중요하며 그 자체가 작업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야기를 만들어내기보다는 만드는 행위에 집중하여 작업하다보면 그 행위로부터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생겨난다는 것이다. 이렇듯 작가의 일상과 예술은 정밀한 기계처럼 맞물려 작동한다.
이번 전시에서 최병석은 쓸모를 잃은 채 방치된 덫에 작가로서의 상황을 투영한 ‘덫’ 연작을 비롯해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번민하는 작가의 자소상과도 같은 〈마흔하나〉, 실제로 작동하고 기능을 수행하는 독특한 발명품이지만 그 목적이 터무니없거나 부질없어 웃음이 나는 〈벌레 잡는 도구〉 〈돼지기름 초 만드는 장치〉, 손의 감각에 집중하며 형태와 기능의 변화를 즉흥적 으로 만들어낸 ‘A, B, C, D’ 시리즈, 최근작인 〈밤 시간〉, 〈한때 뜨거웠던〉 등의 작업을 선보인다. 사소한 일상의 편린에서 받은 영감, 예술가이자 생활인으로서의 고민, 번득이는 상상력 같은 작가의 경험과 기억을 담은 오브제들은 공간 속에서 관람자의 경험과 기억을 환기시키는 매개체가 된다. 어려서부터 만들기를 좋아했고 좋아하는 걸 할 수 있다는 자체가 작업의 큰 원동력이 된다는 작가가 앞으로도 그 힘을 바탕으로 즐겁게 작업하기를 기대한다.
최병석은 《밤의
주름》(2021, 아마도예술공간), 《최병석 개인전: 피곤한 사각형》(2020, 오시선), 《바쁜 손 느린 마음 비워지는 선반》(2018,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더 큰 물과 배》(2017, 금 호미술관), 《숲속생활연구소》(송은아트큐브, 2015) 등의 개인전을 가졌으며, 을지예술센터 (2022), 송은미술대상(2021), 공간 타이프(2021), 원주 캠프롱(2020), 서울시립남서울미술관 (2018), 두산갤러리(2015)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2014년 송은아트큐브 선정작가, 2017년 금호미술관 영아티스트로 활동했다. 대구가톨릭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한 후 홍익대학교 대학원을 수료했다.
참여
작가: 장성은, 최병석기획: 스튜디오 공옥
출처: 공작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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