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사람 Joy of Singing

대안공간루프

2021년 6월 3일 ~ 2021년 6월 27일

디지털 이미지와 문화산업 생산 음악 과잉의 시대, 목소리를 잃어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시청각적 재현이 디지털 기술을 통해 대중화되었지만, 민중의 정치적 재현은 경제적 이익에 가려져 사라지고 있다. 지금 민중은 잠재적 소비자로 재현될 뿐이다. 방목되어 부유하는 소리가 넘쳐날 때, 제 정체성을 포착하기 위해 분투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아티스트다.

‹노래하는 사람›에서 6인의 작가들은 대중음악을 소재로 예술적 가능성을 실험하는 다양한 작업들을 보여준다. 여기에서 ‘대중음악’은 대중문화와 고급문화를 구별하는 전통적인 엘리트주의적 관점에서 대중음악이 아니며, 문화산업의 컨베이어 벨트에서 생산된 흔한 대중음악과도 구별된다. 인간과 세계에 대한 제 생각을 제 미학으로 시스템의 규율없이 노래한다는 의미에서 대중음악, 혹은 새로운 민중음악이다. 참여 작가들은 게이, 여성, 흑인 등 사회 소수자의 현실과 꿈을 담은 대중음악 작업들에 존경을 표시하며, 다시 자신의 생각과 미학을 펼쳐낸다.

듀킴은 K-pop 노래에서 주술적 의미를 가진 여성 아이돌의 가사를 여성 톤에 맞춰 부른다. K-pop 산업으로 대변되는 이분법적 성역할을 해체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2014년부터 김가람은 가상의 걸그룹 ‹4ROSE›을 만들어, 매달 이슈가 되었던 뉴스의 댓글을 음원으로 발매한다. 안광휘는 힙합이라는 음악 장르를 차용하여 밀레니얼 세대의 삶의 고단함을 노래한다. 이현종은 랩과 턴테이블이라는 언더그라운드 음악의 역사에서 출발한 인터랙티브 설치 ‹잼앤쿡›를 제작한다.

폴린 쿠르니에 자르뎅은 농부의 딸, 이단, 마녀, 프랑스 수호 성인, 카톨릭 순교자, 남성과 여성 등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잔 다르크의 다의성에 주목한다. 성모마리아, 베르나데타 수비루 같은 가난한 집안의 여성이라는 사회적 소수자가 정치적이고 종교적 인정을 받게 되는 과정을 상징하는 영상 ‹그로타 프로푼다›를 제작한다. 지미 헨드릭스는 1969년 우드스탁 축제의 마지막 공연에서 미국 국가를 기타 연주한다. 파열음과 소음을 넣은 그의 연주는 총격과 포화가 가득한 베트남 전쟁을 나타냈고, 흑인 운동, 반전 운동과 대항 문화의 상징이 된다. 일본인 아티스트 츠바사 카토는 헨드릭스의 고향인 시애틀에서 이 연주를 재연하는 헌정 공연을 연다. 4명의 백인 연주자는 줄에 묶여 연주하기 위해 분투한다.

제 정체성을 예술로 재현하는 작업들은 다층적으로 정교하게 진행되고 있다. 인종, 계급, 젠더가 교차하는 몸은 자연적 대상으로 순수하지 않으며, 그 일련의 재현 방식은 지금 세계의 가치관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작업들은 대중음악에 대한 미술적 트리뷰트이자 국제주의적 음악 실험으로 나타난다. 음악의 독과점 시대, 상품이 되기를 거부한 사람들의 연대를 만들고자 한다.

글: 양지윤, 대안공간 루프 디렉터

참여작가: 김가람, 듀킴, 안광휘, 이현종, 츠바사 카토, 폴린 쿠르니에 자르뎅
후원: 서울특별시, 서울문화재단, 주한프랑스대사관 문화과

출처: 대안공간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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