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머의 여정 The Journey of Eternity

SeMA벙커

2020년 6월 2일 ~ 2020년 9월 13일

현대미술컬렉티브 더 크레잇 커미션의 세 번째 라이브 전시 시리즈 <너머의 여정>은 현실과 허구의 시간이 동시에 공존하는 ‘조형적 상상의 공간’을 예술작품과 음악, 퍼포먼스, 조명디자인의 혼성 장르를 통해 하나의 극적인 연출로 선보인다. 

모든 가치들은 한 가지 시간의 차원, 즉 시계의 시간(clock time)을 초월하여 존재한다. 만약 우리가 단 하나의 연속되는 경향만을 경험한다면 주관적인 시간은 여전히 제한된 차원이라 볼 수 있다. 우리의 삶이란 항상 동시에 일어나는 긴장들로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고, 그 각각은 시간에 의해 평가되기 어려우며, 가치의 단선적 측정 또한 불가능하다. 
_ 수잔 랭어 (S. Langer)

라이브 전시 <너머의 여정>이 말하는 시간은 ‘몸(body)’을 지니고 있다. 이 시간의 몸은 형체는 있지만 만질 수 없는 물(water)이고, 곧 흐름으로 현상한다. 

이 시간의 흐름이 일정한 시계와 같이 유영하다가 순간 예측 불가하게 역류하며 벌어지는 상상의 이야기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삶에서 겪는 매일의 사건사고와 연관 지어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예측 불가한 사건사고의 하루하루는 상식적인 시간의 논리로 설명이 불가능한 어떤 복합적인 감정, 그 감정 교류에 따른 관계, 나아가 관계로 인해 발생한 후회나 트라우마, 회고와 깨달음으로 삶의 인생을 시간으로서 채워나간다. 

이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의 시간 궤를 너머, 정서와 감정에 영향을 미치고 궁극적으로 정신적인 것에 관한 창조적인 상상을 독려한다. 

이 상상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공간예술적 접근인 ‘전시’와 시간예술의 결과라 일컬을 수 있는 ‘공연(퍼포먼스)’을 통해 관객으로 하여금 보고 들리는 것 너머의 감정을 몰입하고, 개인의 고유한 기억을 회고하며 희망을 꿈꿔볼 수 있는 ‘경험으로서의 전시’를 소개하고자 한다. 

스테이지 1 I 프레임도시 I 시간의 구조

손경화는 <Every Second in Between> 영상 및 가변 설치 작품을 통해 조형적 구조와 구조가 곧 일련의 내러티브가 되는 관계를 다룬다. 영국 BBC 방송국의 스튜디오가 위치하여 더욱 유명한 화이트 시티 (White City) 지역은 과거 대영제국의 국가적 전시 행사들이 열리는 장소이자 이민자들이 정착하는 거주지로 현재 도시 재개발에 따라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작가는 이 변화의 중심에 있는 도시의 모습과 실제로 거주하는 사람들을 인터뷰하며 도시의 풍경을 조형적으로 해석했으며, 이는 나아가 하나의 삶의 상징적인 장면으로서 시사된다. 작품제목에 따른 ‘매 순간의 사이’는 시간이 하나의 장소가 되고 특정한 관계를 성립하며, 그 일련의 현상이 허구의 인물인 ‘Stillman’ 곧 존재를 다루는 하나의 심리지형도로서 기능한다.

이동근은 평면을 접고 형상해나가며 2D와 3D의 차원과 그 차원에서 드러나는 행위과정을 다룬다. 무수한 접기의 행동이 수반하는 시·지각적인 욕망과 그 기대의 혼용에 따른 고유한 평면실험은 회화의 구조적인 접근으로 볼 수 있다. 

그의 대표작 <Frankie’s Lover> 연작은 기존의 작업을 재구성하여 추가적으로 평면의 조형성에 따른 시간을 함의한다. 그리고 단계적으로 진화하는 평면의 실험이 상기시키는 지역, 곧 공간과 장소에 대한 이동과 발견을 향하는 심리적인 기대 혹은 두려움 따위의 감정을 농축하고 있다. 

작품의 제목은 프랑켄슈타인의 애칭으로서 조립되고, 다시 붙여지며, 새롭게 탄생하는 가능성의 존재(being)를 은유한다. 

스테이지 2 I 액체의 시각 I 시간의 흐름

곽이브는 공간적 실험이 돋보이는 설치작품 <꽃별천지>를 통해 일상에 불현듯 도드라지는 특정한 시공의 경험을 호출한다. 작품 제목은 과거 유년시절 유행했던 놀이에서 이름의 획을 세며 사후 자신이 속할 세계를 점치는 - 꽃나라, 별나라, 천국, 지옥을 - 일상의 오브제들의 연합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드러낸다. 보급형 병풍의 클리쉐인 한석봉의 시구에서 전해지는 애잔한 여생의 감성이 드러내는 시간은 기성 오브제들의 용도와 그것의 상업적 역할의 혼재로 설치된다. <밑그림2>와 <옷걸이 사람2>, <막. 지금. %>은 복합적인 오브제의 결이 파생하는 의미와 더불어 다이내믹을 생성하는 관념적인 조형구조로 연출된다.

니콜라스 펠처의 2채널 비디오 설치작품 <Souls Always Return to Itself (영은 항상 그 자신에게로 돌아간다)>는 마치 두 개의 화면이 서로 거울을 보고 있는 방식으로 소개된다. 이는 3D 형상 산업구조물이 마치 인간의 심장과 같은 모습으로 회전하며 때로 선사시대의 유적과 같은 이미지를 상상시킨다. 더불어 각자의 그림자를 투사하는 프로젝터는 서로의 존재를 화면에 고스란히 드러내며 작금의 디지털 시대가 소비하는 물질주의적 환영과 혁신적인 테크놀러지가 반추하는 비평적인 지점을 모색한다. 

스테이지 3 I 평평한 계단 I 시간의 연합과 관계

김한샘은 신작 시리즈 <소용돌이 I & II>, <물결 I ~ IV>를 통해 시간의 영원성에 따른 모험적 서사를 소개한다. 게임의 허구적 세계관이 드러내는 구조를 특유의 부조적인 평면작업으로 번안하여 물(water)을 바다로 치환, 흐름의 소용돌이를 묘사했다. 물이 흐르기 위하여 필수불가결한 소용돌이의 현상은 삶에서 어쩔 수 없이 마주하는 고통을 상징한다. 각기 다른 파도의 상징적 회화가 지금과 영원의 시간 궤를 넘나들며 전시공간에 흐르는 과정을 픽셀이미지와 6개의 평면작품을 통해 소개한다. 

배준현은 유토피아에 대한 비평적인 관점을 투사하는 회화연작 <discoverer, 모험가>, <explorer, 탐험가>, <finder, 발굴가> 작품을 대형 벽화로 복제하고, 확장하여 전시공간 벽면에 설치한다. 르포르타주를 모방한 허구적인 풍경의 공간은 사회부조리와 재난의 사건사고에서 채집된 것으로 이 실재를 재구성한 가상의 환영적 이미지는 우리의 시간을 떠난 불 특정한 풍경을 상기시킨다. 

하지만 동시에 미디어가 재현한 유토피아의 환영이 야기하는 혼선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본래(original)의 작품과 그 작품의 자유로운 형식적 변화와 확장은 상상의 자극과 허구적 판타지가 생산할 수 있는 오류를 일깨운다. 

스테이지 4 I 돌아오는 여객 I 시간의 회고

송민규는 밤과 낮의 시간, 그리고 그 시간이 공간, 지역, 환경과 연대하며 형성되는 장면을 하나의 풍경으로 나타낸다. 이는 회화의 물성, 기법, 논리로 촉발한 조형적인 풍경이자 동시에 그것이 도심의 구조 혹은 인문학적인 언어로 조우하는 사회적 풍경이기도 하다. 출품작 <여섯 명의 사람이 달을 보는 방법>은 밤 풍경을 배경으로 선회하는 비행의 궤적, 밤하늘의 인공위성 등의 실존하지만 비물질적으로 유영하는 그것의 움직임과 시간을 추상적으로 다룬다. <펼쳐진달>과 <Black bay 9-10>은 보다 심층적인 어둠과 빛에 대한 개념을 색 면의 사회적 가치에 따른 순수조형으로 해석했다. 

황수연은 <똥파리>, <우매>, <밤>으로 구성된 연극적인 심상의 종이조각작품을 선보인다. 독립된 입체이면서 동시에 공간에서 하나의 군집으로 연합하는 이 조각들은 종이로 재단된 조각의 과정, 곧 입체의 히스토리를 완결된 상태와 메시지로서 드러낸다. 이 과정의 고유한 시간은 점진적으로 물질에 몸을 입혀가는 조형적인 시간으로 전환된다. 양과 힘, 무게, 마찰, 높이에 이르는 성질들이 가변적인 시간으로 치환되어 궁극적으로 작가가 추구하는 추상의 구조, 곧 간결한 단어의 형태가 모여 만든 해학적인 순간으로서 변모하며 조각은 종래에 물질에 입혀진 몸으로 존재한다. 

더 그레잇 커미션(기획자 전민경)은 다양한 분야의 창작가들과 협업을 통해 시대를 반영하는 양질의 실험적인 예술을 창출하는 비영리 현대예술 창작기관이다.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창조적인 연합을 통해 지역적이고 국제적인 예술자원 개발, 교류, 협동을 통해 지속 성장 가능한 자생적인 예술 영역의 구조와 역량을 개척한다. 궁극적으로 동시대 예술의 힘이 삶에 실제적인 성장과 동시에 건강한 공동체를 추구할 수 있도록 독려한다.


공연안내
전체(총 3회): 6월 2일, 13일, 20일 7-8PM
개별(총 4회): 6월 6일, 10일, 12일, 17일 6-7PM
* 공연관람 예약링크 https://forms.gle/eSHhfzd8F96gU4gc6


기획: 전민경
참여작가: 곽이브, 김한샘, 니콜라스 펠처, 배준현, 손경화, 송민규, 이동근, 황수연 
참여공연자: 퍼포머/ 강다혜, 김한, 이관목, 조유라, 음악/ SEP, 우치, 조명/ 김아리, 조감독/ 김지희
무대디자인: 김수란 (OURSTUDIO)
디자인: 이혜연 (Standard Document)
사진·영상: 박승만

* 임시휴관 (5월29일 ~ 별도 안내시 까지)

출처: 서울시립미술관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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