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호랑이 虎鵲

리움미술관

2025년 9월 2일 ~ 2025년 11월 30일

호랑이와 까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했던 동물이었습니다. 호랑이는 액운을 막아준다고 하여 전통 미술의 대표 주제 중 하나였으며, 심지어 가죽을 그린 호피도(虎皮圖)를 방에 장식하여 액막이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호작도의 연원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들이 있으나 여우와 이리가 호랑이를 가장해 위세를 부리는 것을 바로잡기 위해 산에서 내려오는 ‘출산호(出山虎)’, 호랑이가 새끼를 낳자 놀라며 기뻐하는 새를 그린 ‘경조(驚鳥)’, 호랑이가 새끼를 키우는 것을 뛰어난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비범하다는 의미로 해석한 ‘유호(乳虎)’가 합쳐진 것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이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 이번 전시에 처음으로 공개되는 1592년작 <호작도>입니다. 전형적인 까치호랑이의 모습을 하고 있으면서도 민화가 아닌 일반 회화 형식으로 그려진 이 작품은 까치호랑이 도상의 연원들을 모두 포함하고 중요하다. 까치호랑이 도상은 19세기에 이르러 민화로 이어져 크게 유행했는데, 이 과정에서 민화 특유의 단순하면서도 자유로운 표현, 해학적이 모습과 다양한 의미들이 더해져 당시 대중문화를 대표하게 되었습니다. 산신이 까치를 시켜 호랑이에게 신탁(神託)을 전달한다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하였고, 호랑이를 탐관오리로, 이를 무시하고 지저귀는 까치를 민중으로 해석하여 당시 세태를 풍자하기도 하였다.

<호작: 까치호랑이의 세계>는 호작도의 다양한 의미와 그 원류를 찾아보기 위해 기획되었습니다. 우리에게 친숙한 까치호랑이의 다양한 모습과 의미, 그리고 도상의 기원이 되는 작품까지 한 자리에서 감상함으로써 한국 전통 대중문화의 진면목과 그 속에 숨겨진 의미들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조선후기 민화의 대표적 주제였던 호작도의 원류로 평가받고 있는 작품입니다. 까치호랑이의 도상은 중국 원나라에서부터 시작된 것으로 생각되는데, 이 작품은 이를 계승하면서도 나무 위에 까치를 배치하는 우리나라 특유의 까치호랑이 도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화면 좌측 소나무를 배경으로 호랑이와 새끼 호랑이들이 있고, 소나무 가지 위에는 까치가 있습니다. 배경의 바위 표현법이나 대나무에 표현법에서는 16-17세기 화풍이 보이며, 화면 우측 상단 제발에 임진년에 그렸다는 내용이 있어 1592년에 제작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현전하는 우리나라 까치 호랑이 그림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 대표작입니다.

소나무 위에 까치가 있고 그 아래 커다란 호랑이를 그린 전형적인 까치호랑이 그림입니다. 까치가 호랑이에게 무엇인가를 이야기하고 호랑이는 귀를 기울여 이를 듣고 있는 듯한 모습을 하고 있는데, 이는 호랑이가 산신(山神)의 사자(使者)이며, 산신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 까치를 시켜 호랑이에게 신탁(神託)을 전달했다고 하는 설화와 연관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화면 속 호랑이는 털의 모습까지 표현하는 등 비교적 사실적으로 그려졌으나 우스꽝스러운 얼굴표현이나 나무와 호랑이의 비례가 무시된 듯한 표현에서는 민화적인 특징이 잘 나타나고 있는 작품입니다.

어미와 새끼호랑이를 함께 있고, 그 위로 까치 무리를 그렸다. 이처럼 호랑이 모자(母子)가 함께 등장하는 그림은 ‘유호도(乳虎圖)’라 불리는데, 이 작품의 경우 호작도의 모티프인 까치를 함께 그려 흥미롭습니다. 화면에는 각종 제발이 있는데 그 중에 ‘갑술년에 신재현이 그렸다’라는 내용이 있어 연대와 작가를 추정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소리가 천리에 이르고, 으르렁대니 절벽이 무너진다’와 ‘호랑이가 으르렁대니 까치무리가 모여든다’라는 제발(題跋)이 있어, 그림을 받는 대상의 자식에 대한 교훈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그림임을 알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전하는 까치호랑이 그림 중 작가와 시기를 알 수 있는 매우 희귀한 예로 주목되는 작품입니다.

전래하는 여러 까치호랑이 그림 중 대표적인 작품으로, 추상적인 표현법이 마치 피카소 화풍을 연상시킨다 하여 ‘피카소 호랑이’라 불리기도 합니다. 귀를 세우고 까치의 이야기를 유심히 듣고 있는 모습으로 볼 때 산신이 까치를 시켜 전하는 신탁(神託)을 듣고 있는 도상으로 생각됩니다. 전체적으로 도식화가 진행되어 있고 호랑이 표정도 우스꽝스러운, 전형적인 민화풍의 작품입니다. 호랑이의 얼굴에는 둥근 표범 무늬가 있는 반면 몸통에는 길다란 호랑이 무늬가 있어 표범과 호랑이가 결합된 형태로 그려졌는데, 당시 표범과 호랑이를 동일하게 인식했던 시대적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1988년 서울올림픽 마스코트인 호돌이의 모티브가 되기도 하는 등, 민화 까치호랑이 그림 중 대표작으로 꼽히는 작품입니다.

출처: 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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