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석 개인전 : 작은 사람들 Short People

국제갤러리 부산

2020년 6월 26일 ~ 2020년 9월 9일

국제갤러리는 올해 부산 지점 첫 전시로 6월 26일부터 8월 16일까지 김홍석 작가의 개인전 《작은 사람들 Short People》을 개최한다. 《밖으로 들어가기 In through the outdoor》(2008), 《블루 아워 Blue Hours》(2014)에 이어 국제갤러리에서 세 번째로 진행되는 작가의 이번 개인전은 일상적 오브제 형태의 입체 작품과 스프레이 회화 신작을 소개한다.

전시명 《작은 사람들》은 김홍석의 조각 삼부작 – <MATERIAL>(2012), <Breaths>(2013-), <Untitled (Short People)>(2018-) – 의 일부 부제에서 비롯한다. 전시장 중앙에 일정한 거리를 두고 설치된 이 조각 삼부작은 우리가 보편적으로 인식하는 풍선의 시각적 형태를 공통으로 제시한다. 둥글게 부푼 풍선들이 수직으로 차곡차곡 쌓인 모습은 어느 순간, 기체의 밀도에 따라 부유할 수 있고 표면의 곡선과 재질 때문에 똑바로 쌓일 수 없는 풍선이라는 대상의 일반적 물성을 환기시킨다. 이때 관람자는 외형만으로 작품을 수용하기를 멈추고, 대신 경험과 학습으로 체화된 인식 체계를 발동시킨다. 눈앞의 대상이 어떤 재료와 과정으로 만들어졌는지, 그 의미와 작가의 목적을 이해하고 해석하려는 태도를 취하는 것이다. 이에 김홍석 작가는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풍선 형태의 조각 삼부작은 풍선에 바람을 불어넣는 행위에서 시작하여 개개인의 호흡을 수집하는 것으로 종결된다. MATERIAL이라는 제목의 작품은 나의 가족이 참여하여 완성한 것이다. 나는 가족들에게 풍선을 나누어 주고 바람을 가득히 불어줄 것을 제안했는데, 이때 하나의 소망을 떠올리며 그 소망을 풍선 속에 담아줄 것을 당부했다. 그들이 풍선을 불면서 기원하고 소망했던 단어들은 어머니(mother), 성취(achievement), 여행(travel), 일상의 기적(everyday wonders), 정의(rightness), 재미(interest), 매력(attraction) 그리고 사랑(love)이었다. 나는 이 단어들을 영어로 전환한 후 영문의 머리 글자를 따서 작품의 제목으로 정했다. 이 풍선 작품은 나의 가족의 초상이며, 숨의 기억이다.”

“나는 이와 같이 사람의 숨을 생명과 소망이라는 두 가지 뜻으로 은유화한 후 이를 풍선으로 형태화하였다. 15 Breaths는 15명의 공장 노동자의 숨을(여기서 공장 노동자란 김홍석의 풍선 작품을 제작한 브론즈 공장 직원들을 지칭한다), Untitled (Short People)은 4~6명의 소집단으로 이루어진 보통 사람들(작가의 지인들 - 유년기와 학창 시절 친구들, 친척들, 대학 동료들과 학생들)을 의미하며 총 백 개의 ‘형태화된 숨’이 활용되었다.”

작가와 혈연·사회적 관계에 놓인 이들이 각기 다른 크기로 숨을 불어넣은 풍선들은 공장으로 보내져 브론즈, 스테인리스 스틸 등의 재료로 제작된다. 합의와 협업, 수행과 노동을 수렴하는 제작 과정을 거친 창작물은 위 텍스트에 설명된 작가의 의지, 즉 일종의 서사를 갖춘 주체적 대상으로 전시장에 놓인다. 풍선 조각 삼부작은 미술의 자본주의적 생산 구조를 반영하며 일상적 오브제와 예술이라는 가치를 부여 받은 작품 사이에 존재하는 재료(예, 풍선-브론즈)의 정치성, 그리고 해석의 모호함이 갖는 가능성을 대리한다.

한편 풍선 조각 삼부작과 함께 선보일 여섯 점의 평면 작품 <인간질서> 연작은 전통적인 미술 재료인 캔버스를 사용한다. 밑칠을 하고 그 위에 공업용 은색 페인트가 분무된 작품은 밑칠의 흔적으로 인해 바탕을 수정하는 잠재적 상황인지, 혹은 고의적 완결 상태인지 가늠하기 힘들다. 이는 기존의 사회적 믿음에 근거한 ‘완성’의 상태가 반드시 진정한 완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가시적 ‘미완’이 곧 ‘완성’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인간질서> 프로젝트는 인간이 만들어 낸 ‘완전함’, ‘완성’의 인식이 임시적, 사회적 합의에 그칠 뿐 특별히 존중 받을 만한 사유적, 실천적 가치가 부족하다는 점을 부각시키려 노력한 제스처를 보여준다.” [1]

김홍석은 제도권 ‘안’에 존재하는 위계와 이분법적 대립구도를 ‘밖’에서 탐색하고 전환/재배치해왔다. 사회·정치·문화 전반의 다양한 공동체에 존재하는 힘의 상호관계성은 가까운 예로 한국 근현대사에서 국가 형성의 흐름에 비추어 설명될 수 있다. 전통적 질서가 타자에 의해 무너지고 해석된 서구 근대 국가 개념의 틀과 이데올로기가 다시 번역되어 수용되는 과정은 침탈자로부터 국권을 회복하려는 피식민자, 독재로부터 민주주의를 보호하려는 시민, 노동력의 공평한 사용을 위한 노동자들의 저항을 생산해왔다. 김홍석은 국가 및 집단이라는 다수의 공동체와, 구성원인 동시에 개체인 개인의 수많은 관계항에서 합의와 투쟁, 불평등과 권력의 이동이 끊임없이 발생하며 이것이 미술의 범주에서도 적용됨에 주목한다. 서구의 철학과 양식이 비서구에서 전유될 때 생기는 충돌과 균열. 김홍석은 바로 이 지점에서 발화되는 담론들, 예컨대 차용과 번역의 불완전성, 행위/노동의 사회적 윤리, 사물/재료의 정치성 등을 가시적/비가시적 언어로 제시하며 이에 대한 자유로운 소통을 권유한다. 조형, 회화, 영상, 텍스트, 수행의 다각적 형식을 아우르는 그의 작업은 유쾌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고, 유희적인 동시에 평등하다.

[1] p. 12, 2019 타이틀 매치: 김홍석 vs. 서현석 《미완의 폐허》 전시 도록,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2019


작가소개

김홍석(b.1964)은 서울 출생으로 1987년 서울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하고 독일 뒤셀도르프 쿤스트 아카데미에서 수학하였다. 현재 상명대학교 무대미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국내외 주요 기관에서 꾸준히 개인전과 그룹전을 가져왔다. 주요 전시로는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2019 타이틀 매치: 김홍석 vs. 서현석 《미완의 폐허》,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 《변용하는 집》(2018), 국립 아시아문화전당 《달의 이면》(2017), 삼성미술관 플라토 《좋은 노동 나쁜 미술》(2013), 도쿄 모리미술관 《All You Need is LOVE》(2013),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2012》, 아트선재센터 《평범한 이방인》(2011) 등이 있다. 오쿠노토 트리엔날레(2017), 난징 국제 아트 페스티벌(2016), 요코하마 트리엔날레(2014), 광주비엔날레(2012), 리옹비엔날레(2009), 베니스비엔날레(2003, 2005) 등 다수의 대형 국제전에도 참여했으며 2006년 동료 아티스트 첸 샤오시옹(중국), 츠요시 오자와(일본)와 함께 아티스트 컬렉티브 ‘시징맨(西京人, Xijing Men)’을 결성하여 활동을 겸하고 있다. 가상의 국가 서경(西京)을 현재로 소환한 영상, 설치 작업은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2018), 뉴욕 및 빌바오 구겐하임미술관(2017-2018), 동아시아 문화도시 교토(2017),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2016), 국립현대미술관(2015) 등에서 개인전 혹은 그룹전의 형태로 전시된 바 있다. 김홍석의 작품은 현재 미국 휴스턴 미술관, 캐나다 국립미술관, 호주 퀸즈랜드 미술관, 프랑스 컨템포러리 아트 센터 르 콩소르시움, 일본 구마모토 미술관,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을 비롯하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경기도미술관, 부산현대미술관, 포스코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출처: 국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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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 작가

  • 김홍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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