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 회화’에 대하여
모더니즘 회화는 대상의 재현을 넘어 추상적 형식으로 전개되어 왔다. 1980년대 이후에는 다양한 오브제와의 결합 혹은 해체적 방식을 통하여 포스트 미디엄으로 확산되었으며, 21세기 회화는 지난 100여년 동안 진행되어 온 그것의 미학적 미술사적 가치에 대한 메타적 시각을 통해 동시대성(Contemporaneity)을 획득해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동시대 회화는 외형적으로 유사한 형식을 갖추었다 해도 작가의 의도에 따라 그 개념과 의미가 완전히 달라진다. 김현정 회화는 직접 촬영한 사진이나 실제로 본 풍경 등을 바탕으로 그리기 때문에 그대로의 대상을 재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장면과는 전혀 다른 색채와 붓질 그리고 다양한 회화적 기법을 통해 새롭게 표현함으로써 동시대 회화의 미디엄의 개념이 무엇인지 잘 보여주고 있다.
작가는 “나는 어떤 장면을 그리기 전에, 그 대상을 바라보는 나의 감각들을 섬세하게 끄집어낸다. 이후 그것들을 회화적 질감으로 사상(事象)화여 색의 투명도, 물감의 농도, 붓의 재질, 붓질의 속도, 제스처, 레이어 등을 결정한다.”고 말하고 있다.
<A Form of Light, 2019>은 도로를 지나면서 촬영한 나무와 숲의 한 장면을 그린 것이다. 이 작품은 빛을 받아 드러나는 색 자체와 그로 인해 드러나는 전경을 ‘빛의 형태’라는 관점으로 표현했는데, 색의 본질이 빛의 파장임을 보여주고자 했던 인상주와는 달리 빛에 의해 나타난 대상을 형태와 색채의 관점으로 전화시킴으로써 동시대 회화에서의 전용(appropriation)의 의미가 무엇인가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 선보인 <Varigated Spot>시리즈는 2016년에 진행한 2인전 <Pieces of Pieces of Pieces>에서부터 시작되었는데, 지금까지 진행되어 왔던 재현적 성격을 넘어 로운 지평에서 펼쳐지기 시작한 김현정 회화의 첫 작품이라는데 중요한 의의가 있다.
이 작품들은 풍경의 일부를 분할하거나 혹은 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그린 소품 작업들로, 각 작품마다 모두 다른 색채와 조형요소와 붓질과 표현기법 등을 적용시킴으로써 작품의 내용과 형식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여주고 있다.
출처: 유아트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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