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아트 남산은 김창열(1929–2021)과 변승훈(1955–)의 전시 《DROPS》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김창열 초기 〈Waterdrops〉 회화가 지닌 서사와 변승훈 도자의 ‘비움’이 담아내는 호흡을 한 공간에서 마주하게 하며, 빛과 흙이 서로의 성질을 비추는 사유의 장을 형성한다. 전시장 입구에는 반짝이는 물방울을 그린 김창열의 〈Waterdrops〉 연작이 공간을 열고, 그 좌측에는 변승훈의 〈만다라 달항아리〉가 흙과 불의 원초적 힘을 품은 채 자리한다. 두 작가는 물과 흙이라는 각자의 재료를 통해 삶의 상처를 치유하고 존재의 본질을 탐구해온 여정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드러낸다.

김창열은 50여 년 동안 ‘물방울’ 하나로 세계와 대면한 화가였다. 한국전쟁으로 학업을 중단하고 많은 친구들의 죽음을 겪은 그는 물방울을 단순한 자연의 형태가 아니라 상처와 기억을 담는 그릇으로 보았다. 그의 물방울은 총탄 자국이자 눈물이며, 살아남은 자의 죄책감을 씻어내는 진혼의 흔적이었다. 이번 전시는 그러한 예술적 사유의 깊이가 응축된 그의 주요 물방울 회화를 통해, 그가 평생 붙들어온 존재의 질문을 다시 비춘다. 이에 응답하듯 전시의 다른 축을 이루는 변승훈은 흙과 불, 물과 바람이 만들어내는 균형 속에서 ‘비움의 미학’을 탐구해온 도예가다. 그는 코일링 기법으로 흙을 층층이 쌓아 올리며 손의 시간과 호흡을 형태에 남기고, 완벽한 대칭을 의도적으로 벗어난 곡률 속에서 따뜻한 숨결을 불어넣는다. 조선시대 달항아리의 상징성을 현대적으로 확장한 〈만다라 달항아리〉는 수행적 반복이 쌓아 올린 표면의 깊이와 만다라의 구조적 사유가 하나로 응축된 작품이다. 이처럼 《DROPS》는 한 방울의 빛과 한 줌의 흙이 서로를 비추며, 가장 단순한 형태가 어떻게 삶을 치유하고 다시 충만함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자리가 될 것이다.

참여작가: 김창열 변승훈

출처: 가나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