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아: 숨, 쉬다.

갤러리도스

2022년 3월 9일 ~ 2022년 3월 15일

콤마와 피리어드의 수행
김혜린 갤러리 도스 큐레이터

이야기는 하나의 풍경이다. 그래서 이야기를 하나의 숲으로 그것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나무로만 이해할 수도 있으나 단어와 단어 사이, 문장과 문장 사이에도 풍경은 머무른다. 우리가 그들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도 그들 사이에는 우리를 의식하는 무수한 점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글을 창작하는 이들의 경우 그러한 점들 즉 피리어드(.)와 콤마(,)를 영리하게 사용하고자 한다. 점에 따른 호흡들은 여러 부분들을 긴밀하게 엮다가도 때로는 해체한다. 유기적으로 조직되고 관계되면서 완급을 조절하다가도 때로는 예상치 못한 곳에 놓임으로써 숨겨져 있던 것을 드러낸다. 또는 드러내 보이려던 것에 중의적으로 접근하게 만듦으로써 간접적이고 암시적인 시적 소설적 허용의 세계로 독자를 유도하기도 한다. 

점 하나로부터의 파장은 독자를 전환점 혹은 은신처 나아가 그 이상의 감각적 허용으로 이끄는 것과 다름없다. 그리고 점은 글을 창작하는 이에게 그러하듯 그림을 창작하는 이에게서도 마찬가지로 활용된다. 김진아의 말에 따르면 캔버스로 향하는 붓은 매 순간 이 세상에 자기 자신이 존재함을 확인하고 증명하는 방법이다. 즉 작가의 붓에서부터 비롯되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점들은 인간으로서 삶을 수양하기 위한 수행의 과정들을 보여주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림을 창작하는 이가 나타내는 이 삶으로의 모든 과정들로부터는 정서적 치유의 풍경들이 묘사된다.     

호흡 한 번에 점 하나를 찍으면서 수차례 반복하는 노동집약적인 이 예술행위는 명상적 태도와 합일됨에 그 의의가 크다. 심신의 도야와 수련을 위해 외부적 환경에 흔들리지 않으려는 단단한 의지와 안일하고 나태해지지 않게 하는 집중력은 스스로의 내면과 정신세계를 확충하고 고양시킬 수 있는 무한의 가능성이자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숨을 뱉고 들이마시는 순간을 축적시키는 듯한 명상적 호흡법은 안으로 받아들이는 에너지로서의 프라나 즉 호흡으로 생명 에너지를 제공하는 것으로 기능함으로써, 화면 내부에서 맞닿고 중첩되다가 배어들며 존재감을 무한하게 키워나가는 무수한 점들로 은유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점을 찍어나가는 김진아의 행위는 그 자체로 생명력을 순환하고 촉매하며 자연스럽게 융해하는 에너지인 것이다.

생명을 품은 점들이 이루는 이야기는 하나의 삶과도 다를 바가 없다. 점들의 존재감과 자취는 살아가는 과정이자 이야기이며 하나의 풍경인 셈이다. 호흡이 낳는 점들과 저마다 다른 점들이 관계 맺는 방법으로써의 간격이라는 것은 단어와 단어, 문장과 문장의 사이와도 같다. 즉 하나의 호흡이 창작될 때마다 생각의 갈래들은 작은 이야기들로 이야기되며 어떠한 광경과 사건, 진실과 진심의 역할로 활기를 띠게 된다. 그러면서 다시금 포개어지고 쌓이는 점들을 통해 전환점 혹은 은신처 그리고 안식처를 꾸려 나가며 삶의 진풍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화면에 가득 쌓인 채 엮인 듯 분리된 듯 간격을 두는 점들은 필수불가결한 여백을 창조하기도 한다. 이 세심한 여백들은 마치 숨이 들어오는 내부 공간의 에너지를 꾸려 나가듯이 시간과 공간으로 창조되기에 이른다.

끝이 없는 시작으로 팽창된 공간은 그야말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생명력으로 꿈틀댄다. 그리고 무한가지 세포들로 인용된 점들은 생명성이 환희하는 시간으로 관람자를 인도한다. 이에 그곳과 그때는 비로소 차갑고 뜨거운 사색과 환하고도 강렬한 즐거움과 감미롭고 매혹적인 열정의 색채를 입고서는 죽음을 초월하는 삶의 방법에 대한 관람자에게 생명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김진아가 구현해낸 점들은 살고 싶고 살아야 함으로써 비로소 살 수 있음을 공명하게 하는 세포들의 증식과도 같다. 이 살아 움직이는 것들에 대한 감촉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것만 같은 화면은 붓질을 머금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기도 하다. 한 번 한 번의 호흡이 실린 붓질들은 콤마를 닮고 피리어드를 닮은 점들을 수없이 탄생시키며 인간과 삶의 온기를 재생한다. 덕분에 우리의 눈앞에는 삶을 어루만지는 콤마와 피리어드의 손길들이 시각의 촉각화를 재현하듯 공감각적 현상으로 변주된다. 그에 따라 인식은 확장되고 감각들은 자극받는다. 작가에 의해 체험하는 점들의 수행법은 정신력을 삶에 대한 정신성으로 단단히 만듦으로써 일종의 치유행위로 창안된다. 결국 우리는 치유의 유효함을 믿고 그 순간에 매료되며 그것의 연속성을 지향하면 되는 것이다. 

참여작가: 김진아

출처: 갤러리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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