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수 개인전 : 풀 풀 풀-향

아트스페이스휴

2019년 10월 16일 ~ 2019년 11월 19일

나는 감각이 많이 발달되어 있다. 그 중에서 후각이 특히 발달하여 어린 시절 형제들 사이에서 별명이 ‘개코’였다. 우리 몸에는 400개가 넘는 후각 수용체가 있는데 그 중에서 개인마다 활성화의 정도에 따라 냄새의 민감도가 다르다고 한다. 후각 수용체가 발달한 나는 주로 ‘후각적 상상력’에 관심이 많다. 내가 기억하는 가장 특별한 냄새는 역사학자인 ‘아버지의 서재’ 냄새, 그리고 그가 정원에서 나무를 손질할 때 쓰던 오래된 가위의 손잡이 냄새이다. 아버지의 서재에서는 오래된 책 냄새와 아버지의 체취가 섞여 묘한 향이 났고, 나는 가끔 서재에 혼자 들어가 책을 보거나 상상하길 즐기며 그 냄새공간을 점유했다. 이러한 아버지의 ‘서재’와 ‘정원’은 나의 작업에 있어서 영감의 원천이자 <유전감각>의 출발지이다. 오래 전 식물학 전공자와 융합 프로젝트를 할 때 식물 실험실에 처음 들어선 순간의 냄새를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다양한 크기와 종류의 초록 식물들이 있었는데, 식물 고유의 냄새와 다른 화학약품 냄새가 섞여 그곳만의 독특한 향이 났다. 이때 식물의 다양한 냄새를 맡았던 기억에서 영감을 얻어 식물추출물을 활용하여 식물과 사람이 ‘냄새’로 교감하는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올해 5월에는 우연히 퍼포먼스 워크샵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나의 퍼포먼스 차례에 자연스럽게 손, 정수리, 목, 발 등의 신체의 냄새를 맡는 퍼포먼스를 하게 되었다. 그때 퍼포먼스 상대의 체취를 언어로 표현하면 마치 ‘태초의 이끼 숲에서 방금 걸어 나온 냄새’ 같았다. 그날의 경험 이후 나는 지인들의 냄새를 상상하며 마치 ‘시’처럼 상징적이고 은유적인 글을 쓰며 체취를 채집하기 시작했다.

나는 세상이 보이지 않는 ‘냄새’로 연결되어 있다고 믿는다. 그리하여 식물과 사람, 동물들은 서로 좋아하고 꺼려하는 냄새로 모이고 흩어진다. 이번 전시는 나의 ‘감각’의 근원에 대하여 묻고 탐색하는 <유전감각>에 대한 작업과 함께 다양한 생태 속으로걸어 들어가 그곳의 냄새를 맡고 채집하는 여정에서 드러난 회화와 드로잉으로 구성되어 있다. 근원적인 감각의 뿌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나와 세계가 ‘냄새’라는 감각으로 마치 ‘생명의 그물’처럼 연결되어 있음을 느낀다. 이러한 ‘냄새’는 나에게 다른 생명체와의 교감과 동시에 과거와 현재, 미래의 삶을 연결해 주는 매개라고 할 수 있다.

김지수 작가노트

출처: 아트스페이스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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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 작가

  • 김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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