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희 사진전 : 공소순례 公所巡禮

사진위주 류가헌

2019년 7월 2일 ~ 2019년 7월 14일

‘작은 성당’이라 불리는 공소(公所)는 본당보다 작은 천주교회를 뜻한다. 주임신부가 상주하지 않고 일 년에 두 번 본당에서 신부가 찾아와 미사를 집전한다. 한국 교회  역사 안에서 특히 17세기에서 18세기까지, 학자들을 중심으로 교리에 대한 연구가 활기를 찾고 세례와 신앙이 열매를 맺음에 따라 복음 선포와 선교에 힘쓰는 공동체들이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교회사 학자들은 박해가 전국적으로 번져나간 신유박해를 시점으로 교우촌이 시작되었다고 전한다. 교우촌이 활성화 될 수 있었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 박해시대이다. 이런 교우촌이 공소들의 뿌리이다. 이러한 공소들이 교회 역사 안에서 본당이 모태이기도 하다.

공소의 대부분이 농촌지역 그것도 산간지대에 위치한 만큼,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성당건축’ 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고 소박한 공간이 대다수다. 그러나 역사 이래 마을 주민들 즉 공소 교우들이 스스로 힘을 합쳐 유지해 온 것이니만큼, 그 신실함과 경건성은  대성당의 그것에 뒤지지 않는다. 

더구나 공소는 우리나라 천주교회의 첫 모습으로, 한국천주교회 200년 역사의 반 이상이 공소시대였다. 즉 천주교회의 모태이자 민초들의 삶이나 신앙과 관련된 많은 이야기들이 생생하게 간직된 곳으로서 보존되고 기록되어야 할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공소가, 농촌 인구가 줄고 재정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는 데다 세상의 무관심까지 더해지면서 하나 둘씩 사라져 가고 있다. 

사진가 김주희는 어느 해, 자신이 사는 전라북도에 공소가 가장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또한 많은 공소들이 가뭇없이 사라져가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오래 전 세례를 받아 가브리엘라라는 세례명이 있는 천주교신자이기도 한 그녀는, 이 공소들을 사진으로 찍어야겠다 마음먹었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부안의 ‘덕림공소’였다. 그 작고 소박한 공소에서 사진가는 배교하지 않고 믿음을 지켰던 사람들을 떠올리며 마음으로 평화를 빌었다. 덕림공소를 시작으로 진안 ‘어은동공소’, 장수 ‘수분공소’, 정읍 ‘신성공소’ 등, 3년 여 동안 이미 폐허가 된 공소를 포함해 전북의 96개소 공소중 70여 공소를 사진에 담았다. 공소에 깃드는 빛, 그곳의 사물들과 주변의 환경, 예전에 공소를 방문했던 신자들의 초상까지를 담았다. 

공소에서 자신이 느낀 내적인 평화 또한 표현하고자 했다. “빛의 예술인 사진으로 빛의 공동체를 기록하는 일이 사진가에게는 하느님의 섭리를 새롭게 발견하는 기도의 시간이었으리라 생각된다”고 한 평론가 최연하 씨의 말처럼, 아마도 이 작업은 사진가에게 ‘순례’와 동일한 의미였을 것이다. 

“침묵의 어둠속에서 공소의 빛을 촬영하는 동안 나는 순례자였다. 순례길을 걸으며 불완전한 내 자신을 탐색하는 동안, 그 빛이 무의식의 어둠을 밝혀주었다.” - 김주희 사진가 작가노트 중에서

김주희 사진전 <공소순례>는 오는 7월 2일부터 갤러리 류가헌에서 열린다.

출처: 사진위주 류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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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 작가

  • 김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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