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희 사진전 : 자화상 自花像

사진위주 류가헌

2019년 11월 5일 ~ 2019년 11월 17일

자화상 自花像. 스스로를 그린 초상화를 뜻하는 자화상과 음이 같지만, 그림 화(畫)자가 있어야 할 곳에 꽃(花)이 자리해 있다. 작가는 마치 자신의 마음속을 들여다보듯 매크로렌즈로 식물들을 찬찬히 깊이 들여다보았다. 

잎사귀에 맺힌 작은 이슬방울들의 조롱조롱한 배열과 아스라한 영롱함은 꽃의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바라본 사람의 것이었다. 꽃잎 사이에서 가늘게 뻗어 나온 갈래진 꽃술의 조용한 손짓도 마찬가지다. 사람의 마음이 먼저 있어야만 보이는 꽃의 표정, 식물의 언어. 꽃을 사진 찍었지만 결국은 스스로의 마음을 찍은 것이다. 그래서 또한 자화상(自畵像)이기도 한, 사진가 김은희의 <자화상 自花像>.

첫 전시 <내 안에 크는 나무>는, 작가가 사는 아파트 단지 안 정원에 오래된 나무에 시선을 둔 사진이었다. 수령 300년이 넘은 그 느티나무 노거수는 한 자리에 서서 수많은 사람들의 생이 자신의 그늘 아래로 흘러가는 것을 바라보았다. 전쟁 때는 사람들을 자신의 큰 품속에 숨겨주기도 했다. 누군가 ‘눈물자국’이라고 표현한 켜켜한 껍질의 느티나무를, 수세기동안 힘들게 한자리에서 온갖 일들을 겪으며 살아온 그 나무를 힘들이지 않고 찍는 일이 왠지 저어되었다. 고민 끝에 선택한 방식이 아날로그 필름 카메라였다. 

필름으로 사진을 찍고, 암실작업을 독학으로 익혀가며 한 장 한 장 손수 인화를 했다. 나무가 지나 온 인고의 세월에 견주어 미안하지 않을 만큼의 작업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렇게 처음 ‘김은희의 사진’을 세상에 내보인 것이 2018년 전시 <내 안에 크는 나무>였다. 

1년 여 만에 이어지는 이번 전시 <자화상 自花像>에서는 줄곧 식물만을 탐색해 온 작가의 더욱 깊어진 시선과 함께, 단일한 흑백사진이면서도 아날로그와 디지털사진 방식을 모두 수용한 표현의 확장을 볼 수 있다.  

꽃을 빌어 스스로를 그린 초상화, 김은희 사진전 <자화상 自花像>은 11월 5일부터 2주간 류가헌 전시1관에서 열린다.

출처: 사진위주류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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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 작가

  • 김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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