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센텐스는 내면의 그늘을 그리는 김슬기 작가의 전시 《부르튼 입술》을 개최합니다. 작가는 겨울에 있을 개인전을 준비하며 여름의 바다와 그 경험을 그려내어, 보는 이에게 묘한 온도차를 느끼게 합니다. 익숙한 곳, 낯선 곳에서 만난 물의 모습과 작가와의 관계성을 통해, 그동안 그려왔던 물에 대한 다양한 생각과 고민들을 느낄 수 있습니다.
김슬기의 작품 세계는 우리가 실제로 마주하기 어려운 무거운 안개 뒤의 모습을 그립니다. 안개가 걷히면 같이 증발해 버릴 것만 같은. 들여다보기 위해 용기가 필요하지만, 이내 간직한 채로 잊혀질. 뛰어놀고 싶은 산책길, 풀밭, 모래 위, 바닷가를 그리진 않습니다. 울고 있는지, 생각에 잠겨 있는지, 아파하는 건지 짐작하기 어려운 미묘한 눈의 움직임이 다른 이를 의식하지 않은 채 공간에 놓인 자신에게만 집중하고 싶습니다. 어려운, 있는 그대로를 겪어내고 있는 듯합니다. 예쁘긴 한데 조금 슬퍼 보입니다.
《부르튼 입술》은 이전의 한국 전시에서 보이지 않던 평온하나 불안할 수도 있는 나를 그립니다. 곁에 있는 푸르름에, 짙어 가는 어둠을 바라보며 예기치 않은 물의 흐름과 바다의 소리가 그 순간을 누릴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이지만 익숙하지 않습니다. 평온과 고독에 자꾸만 균열이 생깁니다. 신중하게 나를 바라보며, 함부로 소망하기 어려운 앞으로를 생각하며, 호기심과 지루함에 지쳐있는 나를 이곳에 잠시 기대어 봅니다. 알 수 없는 부드러움이 부르튼 입술을 이제야 자각하게 합니다. 얇은 거품을 언제 거두어 낼지, 언제 사라져 버릴지. 무거운 안개가 걷힌 뒤 첫 아침 해처럼.
소녀는 고요해진 파도를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우리는 바다와 같아. 우리의 미래는 파도처럼 불분명하고 아름다워. 그렇기에 우리는 이를 받아들여야 해."
초조했던 나에게. 그제야 마음을 놓을 수 있었습니다.
참여작가: 김슬기
Artist with: 11월 11일 (토) 3PM
출처: 갤러리센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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