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성의 이번 전시《Color Me Red; Thresholds》는 비언어적 사유를 사진의 언어로 번역하는 스토리텔링적 창작에서 출발한다.
그는 현실의 어휘가 포착하지 못한 감정과 관념을 사진적 장면으로 조직하며, Color Me Red; Thresholds의 이미지들은 기록이라기보다 비현상계 어딘가에서 현실로 옮겨온 장면처럼 보인다.
작가는 패션과 미술, 기록과 연출,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일상적 장면을 낯선 정서로 전환한다.
이는 고정된 형식을 거부하고 실험을 계속해온 김보성의 태도를 드러내며, 패션사진가이자 스토리텔러로서 그가 어떻게 이미지의 현재성을 갱신하는지 보여준다.
이 감각의 기원에는 개인적 기억이 놓여 있다. 어린 시절 겪은 아버지의 장례—탈관(脫棺)의 풍습, 장식처럼 보였던 한자, 꽃 대신 노잣돈처럼 뿌려지던 지폐, 삼베와 붉은 흙의 감각—은 작가에게 이미지의 원형처럼 남았다.
그는 포트레이트 촬영 순간을 “피사체가 시간 속에서 조용히 장례를 치르는 순간”으로 느낀다. 이를 이미지에 반영하기 위해 모델들에게 empty face, 즉 감정과 근력을 비워낸 상태를 요청한다. 마치 척추뼈가 간신히 균형을 이루는 정적처럼, 비워진 존재만이 사진 속에서 오래 버티고 불순물 없이 박제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Color Me Red; Thresholds는 이러한 기억, 감정, 서사, 직관적 시각 언어가 교차하며 만들어진 장면들의 집합이다. 이곳에서 사진은 단일한 진술이 아니라, 현실과 비현실이 맞닿는 문턱(threshold)으로 기능한다.
김보성의 이미지는 그 문턱을 건너는 이들에게 오래 남는 감정의 잔향을 남긴다.
김보성 Bosung Kim
김보성은 사진을 만든다. 패션사진 분야에서 이미지를 구축하며 성장한 그는 지난 20여 년간 보그, 바자, 엘르, 지큐 등 주요 매거진과 다양한 브랜드 캠페인에서 실험적 비주얼 세계를 확장해 왔다.
그의 작업은 비언어적 아이디어를 하나의 장면으로 조직하고,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풀어내는 과정 속에서 형성된다. 그 결과로 탄생한 이미지는 정서, 기억, 판타지, 관념이 작가 특유의 즉각적이면서도 감정적인 리듬으로 응축된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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