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은 미묘한 열등감과 자긍심을 느끼게 한다. 짧은 시간 안에 성취와 좌절이 계속된다. 룰과 방법 안에서 스스로 리듬을 찾기, 저항을 이기는 일, 반환점을 돌아 무사히 도착하기. 그 사이에서 반드시 균형을 잃는다. 그러나 다시 정렬할 수 있다.
자유형을 할 때, 양쪽 어깨가 수면과 수평일 때는 찰나이다. 무게중심이 한쪽으로 기울어진 형태를 오른쪽, 왼쪽 번갈아가며 반복해야 앞으로 나갈 수 있다. 균형을 깨뜨려야 균형을 얻을 수 있다.
물살을 가르는 손, 내뱉는 숨, 끊임없이 교차하는 팔과 다리, 반환점에서 턴, 리커버리, 숨을 고르며 기대서 쉬는 모습, 다른 사람과 이야기 나누는 얼굴들, 물, 물, 물, 음-파!
살아있는 것들은 다 리듬을 가졌다. 리듬은 반복한다. 그러나 영원히 같은 리듬을 반복하지 않는다. 때때로 엇박이 잔잔한 상태를 부수고 끼어든다. 호흡을 놓쳐 물을 잔뜩 먹고 코가 찡해지거나, 새롭게 헤엄치는 방법을 배웠다면 어색하고 느리기만 하다. 하지만 그런 사건들이 필요하다. 똑바로 돌던 지구에 소행성이 부딪쳐 기울어진 이후 계절이 생긴 것처럼 말이다.
오래전 이야기를 해보자면,
첫 생명은 끓는 물에서 태어났다. 초기 지구는 뜨거운 마그마로 들끓었고, 운석 대충돌을 겪으며 초토화되고 있었다. 그 무렵 100도가 넘는 심해의 열수구에서는 수많은 미생물이 생겼다. 이 미생물들은 심해열수구 구멍에 막을 이뤄 안착했고 그 구멍에서 방출되는 수소 기체를 에너지원 삼아 물질대사를 했다. 그리고 끊임없이 세포를 분열시켜 지금의 우리가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처음부터 운동運動을 멈추지 않았다.
자기 리듬을 따라가자.
작가 : 김보람
디자인 : 최다운
사운드 자문 : noop
테크니션 : 송나츠
동양장 주인장 : 김희라
*이 전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23년도 청년예술가생애첫지원 사업을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Another 동양장 출입구에는 경사로가 없어 휠체어 접근이 어렵습니다. 사전에 연락을 주시면 도와드리겠습니다. 또한, 전시장이 골목에 위치하고 있어 도로가 혼잡하오니, 인근 공영주차장이나 대중교통 이용을 부탁드립니다.
* 아트바바에 등록된 모든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Sept. 6, 2023 ~ Feb. 25,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