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反.復>. 사진가 김민관이 자신의 사진 시리즈를 두고 한 이 명명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명사 ‘반복’과는 다르다. 했던 대로 다시 똑같이 반복하는 행위인 ‘복기(復棋)’에 반(反對)하고 맞선다는 의미의 조어다.
반.복>은 물을 찍은 사진이다. 김민관은 뉴욕대학(New York University)에서 사진과 미디어아트를 전공하고 중앙대학교에서 광고사진으로 박사학위를 그리고 중앙대학교 사진학과에서 광고사진을 가르치는 겸임교수이자 자신의 이름을 건 스튜디오에서 광고사진으로 생업을 이어가고 있는, 이를테면 오랫동안 ‘광고사진’을 삶의 중심에 두고 살아 온 사람이다. 대한민국광고대상과 칸 국제광고제 등 해당 분야에서의 수상 이력도 두드러진다.
그런 그가 자신의 배움과 경험의 총합으로 찍은 사진이 <반.복>이라는 생각을 하면, ‘물을 찍은 사진’이라는 표현의 단순성을 재고케 된다. 그는 먼저 ‘언제나 움직이는’ 물의 특성에 주목했다. 움직이는 물의 천변만화. 그러나 물은 외부의 개입 없이는 움직이지 않는 무의지의 물성도 지니고 있다.
주변에서 변형을 가할 때까지 제 스스로는 움직이지 않는 물에 빛과 색이라는 인위적인 힘을 가하자, 물은 변화하여 패턴을 만들고 전혀 새로운 성질을 나타내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자신을 변형시키며 예측해볼 도리가 없는 매혹적인 풍경을 선사했다. 김민관은 그 천변만화를 사진의 메커니즘으로 시각화했다. 그것이 <반.복> 시리즈다.
<반.복>의 시작은 아주 오래 전의 시간과 맞닿아 있다. 어린 시절 물과 빛에 완전히 매료되었던 소년이 이제 사진가가 되어, 순간의 형상으로 사라지고 말던 그 신비를 사진으로 포착한 것이다. 결코 제가 만든 형상을 복기하는 일이 없는 물이 사진의 가장 큰 특질인 복제성에 의해 항구히 반복되는 아이러니까지 뒤따른다.
예측할 수 없는 이미지들이 끝없이 발화하는 ‘뜻밖의 아름다움’. 김민관 사진전 <반.복>은 10월 15일부터 20일까지 류가헌 전시1관에서 만날 수 있다. 문의 02-720-2010
출처: 사진위주류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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