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레이시: 그 어떤 말보다 _ Before Any Words

갤러리도스

2023년 6월 7일 ~ 2023년 6월 13일

선의 율동
김민영 갤러리 도스 큐레이터

존재한다는 것은 보이는 것에서부터 보이지 않는 것까지 의식과 무의식을 통해 인식되고 증명되곤 한다. 그러나 본질적 존재를 논한다는 것은 의외로 복잡하고 어렵다. 따라서 존재의 본질에 대한 질문은 세기를 관통하고 학문과 종교를 넘어서 계속될 수밖에 없다. 존재를 탐구해가는 과정은 진정 존재하는 자신을 찾기 위한 여정이며 그와 함께 수반되는 기록은 존재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방법이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김레이시 작가는 직관적인 작가의 제스처를 통해 화면 위 순간의 진심들이 모여졌을 때 가장 나다워지며 본질로 돌아가 존재를 증명할 수 있다 말한다. 이에 따라 가장 단순하고 기초가 되는 조형요소인 선을 활용하여 순간을 기록하고 감각과 그 안에 억압된 것들을 끄집어내어 의식화함으로써 내면의 정화와 존재의 본질에 대한 깨달음을 얻고자 한다. 

작업은 어떠한 구체적인 형태가 없는 즉흥적이고 실험적인 선의 중첩과 반복 표현으로, 순간적인 감각의 에너지를 분출한다. 작가는 순간의 느낌과 감각을 자세히 묘사하거나 의식적으로 관찰하는 것에 집착하지 않고 순간적인 감각의 경험을 본질적으로 드러낸다. 순간마다 변모하는 작가의 내면세계를 대변하는 듯 무질서하게 뒤엉킨 선들은 작가의 주관적인 감성과 심상이 결합하여 화면을 더욱 자유롭고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는 창조적 토대가 되어준다. 동시에 감성을 자극하는 매개체로서 작가가 남이라고 여기는 것들과의 이어짐에 대한 표현을 투영한다. 이는 궁극적으로 작가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행위이자 보는 이들로 하여금 스스로 가장 진실한 상태에 도달하게 만들고자하는 노력의 결과물로 나타난다. 

강렬하게 대비되는 색상의 자유로운 선들의 움직임은 회화의 자율성을 극대화시키며 화면에 율동감을 형성하여 내적 울림을 강하게 불러일으킨다. 작품에서는 다양한 색의 변화를 보여주는데, 원색의 느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기보다는 유화의 농도 조절을 통해 바로 아래 깔린 레이어의 색상이 배어 나오게끔 의도하여 균형 있는 색의 조합을 보여주며 이러한 조화로움이 화면의 밀도를 높이고 화면의 깊이를 더한다. 또한 의식적으로 흩뿌려진 유화가 우연히 떨어진 지점, 의식적으로 그어진 선에서 우연히 흘러내린 유화의 흔적처럼 의도된 것과 우연한 것의 동화가 자연스러움과 새로운 가능성의 공간을 무한히 펼쳐 보인다. 이러한 자율적인 선들이 모여 응축된 큰 흐름은 평면의 화면에 힘을 실어주고 몰입시켜 선을 그려내는 과정 일체를 예술로 인식케 한다.

작가의 반복적인 선 긋기, 선 만들기는 오랜 시간을 두고 행해지는 행위의 흔적이다. 이러한 선의 반복은 기운과 생기를 담아 힘을 조절함으로써 율동적으로 변화하는 움직임을 포착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직관의 결과물인 작품을 통해 그 순간을 살아가고 존재하는 것을 드러낸다. 작가에게 직관은 총체적인 감각의 표현이라 할 수 있으며 이는 존재에 대한 본질의 한 측면으로 정리될 수 있다. 넝쿨처럼 뒤엉킨 선들의 표현은 전시장을 긴장감으로 가득 채워 역동적이고 생생한 체험의 공간을 형성한다. 작가의 고조된 창작의식과 선을 그려내는 행위 자체에 가치를 부여한 작품을 감상하며 인간에 있어 가장 원론적인 존재에 대한 깊은 사유를 이끌어내고 함께 공유하는 계기가 되어보기를 바란다.

참여작가: 김레이시

출처: 갤러리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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