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훈 개인전 : Event

MRGG

2016년 11월 15일 ~ 2016년 12월 4일




풍경으로서의 사건

폭포처럼 쏟아져 내리는 수양버들의 줄기를 따라 시선을 수직으로 하강하다 보면 고개를 숙이고 걷는 두 사내가 나타난다. 연약함의 몸짓들, 무심함, 추방된 자들의 기이한 발걸음이 수평으로 펼쳐질 때, 비현실적인 풍광의 아름다움은 발톱이 선 맹수처럼 고요하게 휘몰아치며 이 모두를 상처입힐 듯 압도적이기만 하다. 거대한 자연 속, 인간의 형체는 너무나 작아서 그 내면을 들여다 본다는 것은 불가능하게 여겨진다. 그러나 두 사내가 풍경의 내부에 일으키는 작은 파장은 우리로 하여금 하나의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그리고 여기에서부터 사건은 시작된다. 

풍경화가 회화의 한 장르로 독립하기 이전에 풍경은 신화나 전설, 성서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하나의 배경에 불과했다. 그러다 풍경은 점차 자연 그 자체가 아닌, 우리의 복합적인 감정이 투영되는 지각의 대상(percept)으로 자리를 잡으며 어느덧 ‘숭고’의 자리에 오르게 됐다. 그러나 우리는 김덕훈의 그림 안에서 순수한 ‘숭고’의 체험을 방해하는 껄끄러운 무언가와 마주한다. 그것은 우리의 눈앞에 펼쳐진 이 자연이 하나의 미학적인 완결체가아닌 벌어졌거나 벌어질 그 어떤 사건의 분위기를 담담하고 무심하게 담아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각각의 인물들은 자신들이 간직한 고유의 내러티브를 그림 안으로 끌고 들어오지만 동시에 이 현장은 그 무엇도 드러내지 않는다. 무릇 사건은 그 현장의 재현만으로 구성되지 않기에 우리는 이들이 누구이고 여기서 무엇을 하는지 몇 가지 단서와 상상력으로 사건의 재조립과 재구성을 시도한다. 여기서 수양버들은 인물들이 지닌 본래의 내러티브를 무시하며, 그들과의 그 어떤 교감도 없이 이 사건과 결탁한다. 이제 이 풍경은 사건이 발생하는 공간이 아닌 사건을 흡수하는 공간이 되며 그렇게 흡수된 사건은 정지된 시간 마냥 더 이상 배경 속에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아닌 배경의 하나가 된다.그리고 우리는 도래할 사건이 풍경으로 제시되는 독특한 광경과 마주한다.

수양버들은 덩어리를 이루며 가늘면서도 묵직하게 아래를 향해 떨어져 내린다. 수직으로 떨어지는 자연과 수평에 선 인간이 만나는 지점, 우리는 이제 이곳에서 어떤 사건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고 있다. 그 존재 자체가 불가해한 <스나크 사냥≻처럼 스나크가 부좀이 되어(If your Snark be a Boojum) 소리 없이 인물이 ‘무’로 사라져 버린다 해도 사건은 풍경의 일부가 되어 이제 몇 갈래로 퍼져나갈 참이다. 그리고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바로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 강영희


출처 - MRG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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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 작가

  • 김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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